교섭대표노조와 '짬짜미'…소수노조 조합원만 정리해고했다면

한경 CHO Insight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이하 ‘정리해고’ 또는 ‘경영상 해고’)는 근로자에게 책임이 있는 개별적 해고와 달리 사용자측의 경영상 사정으로 인한 것이라는 특수성이 있다. 정리해고에는 ‘자기책임의 원칙’이라는 일반적 법 원리가 작동하지 않으며, 근로자들은 귀책사유 없이 ‘해고’라는 극단적 불이익을 입게 된다. 나아가 정리해고는 다수의 근로자가 해고되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영향이 크다.

그래서 근로기준법은 경영상 해고에 대하여 ①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고(필요성), ②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하며(보충성), ③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하여야 하고(선정기준의 공정성), ④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을 근로자대표에게 해고실시일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한다는(사전협의) 엄격한 요건을 규정하고 있다(제24조).이때 ‘대상자 선정의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이란 확정적·고정적인 것은 아니고 당해 사용자가 직면한 경영위기의 강도와 정리해고를 실시하여야 하는 경영상의 이유, 정리해고를 실시한 사업 부문의 내용과 근로자의 구성, 정리해고 실시 당시의 사회경제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진다. 그럼에도 객관적 합리성과 사회적 상당성을 가진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어야 하고, 그 기준을 실질적으로 공정하게 적용하여 정당한 해고대상자의 선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12. 5. 24. 선고 2011두11310 판결 참조).

이와 관련하여 일반적으로는 해고대상자 선정에 있어 근로자의 주관적 사정(부양의무의 유무, 재취업 가능성 등)과 회사의 경영상 요청(업무능력, 자격증 등) 중 어느 편의 손을 들어줄지 여부 즉 노사 간 이해관계 충돌이 주로 문제되기에, 대법원은 “회사가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와 성실하게 협의하여 해고의 기준에 관한 합의에 도달하였다면 이러한 사정을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인지의 판단에 참작되어야 한다”는 판결을 해왔다(대법원 2003. 9. 26. 선고 2001두10776 참조). 그런데 최근 두원정공의 정리해고에서는 교섭대표 노조와 사용자가 한 편이 되어 소수 노조의 권리를 침해하는 노사‧노노간 갈등이 문제되었다.

기계식 디젤연료 분사장치를 생산하던 두원정공은 시장변화에 대한 대응 부족으로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였고, 결국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정리해고를 계획했다. 두원정공은 인사고과점수, 기업회생 협조도, 근태평가, 상벌, 부양가족 수, 취업규칙 준수 동의서를 정리해고 대상자를 선정하는 기준으로 마련했고, 교섭대표 노조도 이에 순조롭게 동의했다.이에 따라 회사는 35명을 정리해고 했는데 사실 이 사건 해고 대상자 선정 기준은 소수 노조 조합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이었다. 실제 해고 대상자 35명 중 33명이 소수 노조 조합원으로 채워졌다. 이토록 불합리한 선정 기준 이면에는 소수 노조를 말살시키려는 교섭대표 노조의 욕망과 경영에 문제제기를 하는 직원들을 일거에 해고하려는 회사의 바람이 한 몸처럼 섞여 있었다.

이에 대해 경기지노위와 중노위는 모두 “해고대상자 선정기준의 합리성과 공정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당하다”고 판단하였고, 최근 서울행정법원도 같은 결론을 내렸다.

구체적으로 서울행정법원은 ‘기업회생 협조도는 임금반납 동의서 제출 여부에 따라 점수가 결정되었는데, 회사는 임금반납 동의서의 제출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근로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삭감된 한계임금을 지급하였다. 또한 두원정공은 체불임금 소송 제기를 억제하고, 법적 분쟁을 제기하는 근로자들을 우선적인 해고대상자로 선정하려는 의도에서 기업회생 협조도와 취업규칙 준수동의서를 해고대상자 선정기준에 포함시켰다. 즉 근로자들의 정당한 권리행사를 제한하는 것이다.나아가 기업회생 협조도와 취업규칙 준수동의서에 배정된 점수 비중이 상당히 커서 해고 여부를 사실상 좌우하는 핵심적인 기준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 해고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에 따른 대상자 선정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당하다’고 판시하였다.

이처럼 교섭대표노조와 해고대상자 선정을 합의하였더라도 그 기준이 소수노조 조합원(혹은 비노조원)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하다면 법원은 그런 기준을 합리적이고 공정하다 보지 않을 수 있다. 해고대상자 선정에 더욱 유의해야 하는 이유다.

박운병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