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이냐 추락이냐, 불안에 시달리는 그들…신간 '특권 중산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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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근 하와이대 교수 "특권 중산층이 계급 변동성 주도"
"특권 중산층은 소득과 자산 순위 상위 10% 정도에 해당" "중간계층은 한때 하나의 열망이었다. 여러 세대에 걸쳐서 중간계층은 미래가 보장된 안정적인 직장을 통해 안락한 집에 살면서 보람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누릴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하는 것을 의미했다…. (중략) 하지만 오늘날 중간계층은 점점 더 험난한 파도 앞에 놓인 한 척의 배처럼 보인다.
"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구팀이 발간한 '위기에 놓인: 쪼그라든 중간계층' 보고서의 한 구절이다.
보고서는 노동시장이 빠르게 변하면서 일자리 불안정성이 증대된 데다 주거비, 교육비 등의 상승으로 중간계층이 줄어들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로 능력주의를 바탕으로 중산층 상단에서 상류층 도약을 시도하는 계층이 시선을 끌고 있다.
구해근 하와이대 사회학과 명예교수가 신간 '특권 중산층'(창비)에서 "특권 중산층 또는 신 상류 중간층"이라고 명명한 이들이다.
저자에 따르면 특권 중산층은 국내를 기준으로 "소득과 자산 순위 상위 10% 정도"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주로 고위 전문직, 대기업 관리직, 금융업자, 특수 기술자, 고위 공무원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직업과 관계없이 많은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들도 포함된다.
단일범주에 속한다기보다는 "다양한 집단으로 구성된 이질적인 사회계층"에 해당한다. '특권 중산층'이 등장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중산층은 비교적 동질적이고 유동적인 집단이었다.
중산층 내의 경제적·사회적 격차가 크지 않았고, 사회 이동 가능성도 항상 열려 있었다.
저자가 인용한 갤럽 조사 등에 따르면 1960년대 40%, 70년대 60%, 80년대 초중반 60~70%,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70~80%가 자신을 중산층으로 여겼다.
압축성장의 과실이 그나마 중산층까지 골고루 분배됐기에 계층 간 체감도도 크지 않던 시절이었다.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적어도 중산층, 더 노력하면 상류층까지도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중산층에 균열이 갔다.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은 심한 노동 불안과 소득 감소를 경험하면서 중산층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워졌고, 일부 소수 전문직·관리직 노동자들과 자산 소유자들은 오히려 더 나은 경제 상태로 올라가게 된 것이다.
저자는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가 강화되면서 "경제적 양극화가 중산층 내"에서도 발생했다며 "중산층 내에서도 소수의 수혜자와 다수의 피해자"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산층 내 소수의 수혜자에 해당하는 '특권 중산층'이 "현재 한국사회의 계급 동학(動學)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들이 소득, 거주 및 여가, 교육 부문에서 여타 중산층의 "준거집단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특권 중산층은 주로 강남지역에 살면서 외제 차를 선호하고 쇼핑도 고급 백화점에서 하며 가능한 한 무공해 음식을 주문해서 먹는다.
또한 가족과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좋은 식당에서 외식하고, 해외여행도 1년에 한두 번씩은 한다.
무엇보다도 자녀 교육에 신경을 써 사교육비 지출을 아끼지 않는다.
이처럼 "중산층 기준이 너무 올라가 버리면서" 자신을 중산층이라 여기는 비율도 1980년대 말 75%에서 2019년 40% 선으로 대폭 낮아졌다.
이는 "상대적 비교에서 오는 좌절감, 박탈감, 그리고 중산층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 같은 두려움"이 커진 이들 계층의 심리 상태를 반영한다. 불안에 시달리기는 특권 중산층도 마찬가지다.
능력주의가 팽배하고 경쟁이 극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지위가 추락할 수 있어서다.
그런 점에서 이들 계급의 가장 큰 불안 요소는 '자녀 교육과 취업'이다.
저자는 "부유한 부모의 적극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자식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한국에서 성공으로 가는 길이 너무도 좁고 경쟁은 너무도 치열하기 때문"이라며 "그들 위에 있는 상류계급 가정은 이런 불안을 겪을 필요가 적다.
왜냐하면 자식에게 사업체나 충분한 재산을 물려줌으로써 계급 세습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결국 특권 중산층이건 일반 중산층이건 중산층은 모두 불안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승자는 자신들이 소유한 것을 잃을까 봐 불안해하고, 패자는 최소한의 안전망마저 잃고 더 추락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
276쪽.
/연합뉴스
"특권 중산층은 소득과 자산 순위 상위 10% 정도에 해당"
"
201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구팀이 발간한 '위기에 놓인: 쪼그라든 중간계층' 보고서의 한 구절이다.
보고서는 노동시장이 빠르게 변하면서 일자리 불안정성이 증대된 데다 주거비, 교육비 등의 상승으로 중간계층이 줄어들고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로 능력주의를 바탕으로 중산층 상단에서 상류층 도약을 시도하는 계층이 시선을 끌고 있다.
구해근 하와이대 사회학과 명예교수가 신간 '특권 중산층'(창비)에서 "특권 중산층 또는 신 상류 중간층"이라고 명명한 이들이다.
저자에 따르면 특권 중산층은 국내를 기준으로 "소득과 자산 순위 상위 10% 정도"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주로 고위 전문직, 대기업 관리직, 금융업자, 특수 기술자, 고위 공무원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직업과 관계없이 많은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들도 포함된다.
단일범주에 속한다기보다는 "다양한 집단으로 구성된 이질적인 사회계층"에 해당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중산층은 비교적 동질적이고 유동적인 집단이었다.
중산층 내의 경제적·사회적 격차가 크지 않았고, 사회 이동 가능성도 항상 열려 있었다.
저자가 인용한 갤럽 조사 등에 따르면 1960년대 40%, 70년대 60%, 80년대 초중반 60~70%,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70~80%가 자신을 중산층으로 여겼다.
압축성장의 과실이 그나마 중산층까지 골고루 분배됐기에 계층 간 체감도도 크지 않던 시절이었다.
누구나 열심히 일하면 적어도 중산층, 더 노력하면 상류층까지도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중산층에 균열이 갔다.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은 심한 노동 불안과 소득 감소를 경험하면서 중산층 지위를 유지하기 어려워졌고, 일부 소수 전문직·관리직 노동자들과 자산 소유자들은 오히려 더 나은 경제 상태로 올라가게 된 것이다.
저자는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가 강화되면서 "경제적 양극화가 중산층 내"에서도 발생했다며 "중산층 내에서도 소수의 수혜자와 다수의 피해자"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소득, 거주 및 여가, 교육 부문에서 여타 중산층의 "준거집단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특권 중산층은 주로 강남지역에 살면서 외제 차를 선호하고 쇼핑도 고급 백화점에서 하며 가능한 한 무공해 음식을 주문해서 먹는다.
또한 가족과 일주일에 한두 번씩은 좋은 식당에서 외식하고, 해외여행도 1년에 한두 번씩은 한다.
무엇보다도 자녀 교육에 신경을 써 사교육비 지출을 아끼지 않는다.
이처럼 "중산층 기준이 너무 올라가 버리면서" 자신을 중산층이라 여기는 비율도 1980년대 말 75%에서 2019년 40% 선으로 대폭 낮아졌다.
이는 "상대적 비교에서 오는 좌절감, 박탈감, 그리고 중산층에서 밀려나고 있는 것 같은 두려움"이 커진 이들 계층의 심리 상태를 반영한다.
능력주의가 팽배하고 경쟁이 극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조금만 발을 헛디뎌도 지위가 추락할 수 있어서다.
그런 점에서 이들 계급의 가장 큰 불안 요소는 '자녀 교육과 취업'이다.
저자는 "부유한 부모의 적극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자식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한국에서 성공으로 가는 길이 너무도 좁고 경쟁은 너무도 치열하기 때문"이라며 "그들 위에 있는 상류계급 가정은 이런 불안을 겪을 필요가 적다.
왜냐하면 자식에게 사업체나 충분한 재산을 물려줌으로써 계급 세습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결국 특권 중산층이건 일반 중산층이건 중산층은 모두 불안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승자는 자신들이 소유한 것을 잃을까 봐 불안해하고, 패자는 최소한의 안전망마저 잃고 더 추락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
276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