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인사 "경기후퇴 없이 물가안정 어려워…고통 불가피"

"금리 결정은 금융시장 안정 아닌 물가에 집중해야"
최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 기대로 자산시장이 반등세를 보인 가운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고위 인사가 경기후퇴를 감수하지 않고서는 물가를 잡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연준이 기준금리 결정 시 금융시장 안정보다는 물가 안정이라는 본연의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에스터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16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여전히 뜨거운 고용시장을 언급하며 "일정부분 실질적인 (경기)둔화 없이 어떻게 계속 현 인플레이션 수준을 낮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연준 목표인 2% 물가 상승률에 도달하기 위해) 경기 수축까지 겪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과열된 고용시장 상황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할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연준이 경기후퇴 없이 물가를 잡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일부 연준 인사들이 심각한 경기 둔화 없이 인플레이션을 잡는 연착륙 가능성을 언급한 것과 달리, 그동안 정책효과 상의 시차를 이유로 금리 인상 속도조절론을 펴왔던 조지 총재는 비관론을 취했다.

그는 "(연착륙으로 가는)그런 길이 있다면 나도 좋을 것"이라면서도 "연준에서 근무한 40년 동안 이런 (통화)긴축 시기에 고통스러운 결과가 없었던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연준은 올해 3월부터 이번 달까지 0.25%이던 기준금리 상단을 4.0%로 끌어올렸고, 다음 달에도 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되 인상은 계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시장 전망치보다 낮게 나온 것과 관련, 주거비 등 금리에 민감한 상품·서비스 물가가 진정되는 것은 좋은 첫걸음이라면서도 금리 인상 중단 시기를 논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노동집약적인 서비스 부문의 물가 상승 압력이 강한 만큼 경기침체 없이는 물가를 잡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조지 총재는 미국 가계의 저축 사정이 좋은 만큼 경기 둔화를 위해서는 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있다면서도, 내년에는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리는 등 속도를 조절하는 게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또 "내년에 너무 빨리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더 중요한 문제"라면서 1970∼1980년대에 물가가 잠시 안정되자 연준이 금리 인상을 멈췄다가 인플레이션이 되살아났던 전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CPI 발표 후 주가가 급등해 연준의 긴축적 통화정책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높은 금리 수준을 유지할 계획임을 경제전망 요약 등을 통해 시장과 분명히 의사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한편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이날 한 행사 연설에서 기준금리 결정 시 물가 안정 등 연준의 경제목표에 집중해야지 금융시장 안정 등을 고려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그는 "금융시장 안정상의 취약성을 완화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쓸 경우 경제에 안 좋은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면서 "통화정책이 이것저것 다 하려다 제대로 하는 건 없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통화정책 목표를 굽히지 않으면서 금융시스템을 강화할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라면서 "복잡한 이슈지만, 핵심적인 금융시장의 탄력성을 강화하기 위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룰 필요성은 명확하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최근 유동성 축소와 가상화폐 시장 동요 등으로 금융시장 안정이 흔들린다고 해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거나 그만둬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뿐만 아니라 이날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최종금리 수준을 4.75∼5.25% 수준으로 예상하면서 "(고금리를) 유지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고,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아직 갈 길이 한참 남았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