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수능 소송' 주인공들 "올해는 같은 문제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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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2 20번 문제 소송 당사자
임준하 전남대 의예과 학생, 김정선 변호사
"선택과목 난이도 점점 올라가...
평가원 세심한 검토 필요"
이의심사의원장 외부인사 선임
..."책임 회피 우려"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소송'의 주역인 임준하 씨와 김정선 일원법률사무소 변호사는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일이 없길 바란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명백한 오류에도 평가원 인정 안해...결국 소송까지

현재 전남대 의예과에 재학중인 임 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수시 면접과 소송을 같이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EBS 수능특강’에도 동일한 오류를 가진 문제가 있어 내가 직접 이의를 제기해 정정한 바 있다”며 “동일한 오류라 평가원도 오류를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변별력에는 문제가 없다’는 태도에 소송까지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집단지성으로 변론 준비 도와...
"젊은 세대 불의 맞서는 용기에 자극"
하루아침에 '원고'가 된 학생들은 집단지성을 발휘해 직접 변론 준비를 도왔다. 이들은 국내·외 학회와 석학들에게 문제 오류에 대한 의견을 밝혀달라고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임 씨는 "국내 학회들은 수능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는 걸 꺼려했고, 이로 인해 애매한 답변만 내놨다"며 "이에 응시자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해외 학회나 석학들에게도 이메일을 보내자고 아이디어를 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이에 대해 "오히려 기성세대보다 젊은 학생들이 '잘못된 것을 바꿔야 한다'는 의지와 용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도 자극이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임 씨는 "당시에는 수능이 끝나고도 소송으로 자유를 누리지 못한게 아쉬웠다"면서도 "지금은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평가원장 사퇴에도..."학생들 피해" 왜?
김 변호사는 "오류 문제를 완전 삭제하는 등 표준점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법도 있었다"며 "오류는 평가원이 내고, 피해는 학생들이 보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평가원의 이후 대처에 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김 변호사는 "이 사태로 인해 평가원장만 사퇴를 하고 실무자는 오히려 진급했다"며 "(수능) 이의심사위원장도 외부인사로 바꿨지만 앞으로 문제가 생겼을때 책임을 외부인사에게 떠넘기진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임 씨 역시 평가원이 문제 출제 과정부터 더 세심한 검토를 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그는 "변별력을 높이겠다는 이유로 매해 수능 난이도가 올라가고 있고, 과학탐구 과목은 그런 경향이 더욱 강하다"며 "그럼에도 선택과목이라는 이유로 이런 현상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씨는 "평가원이 문제 출제 과정부터 이의신청까지 검토를 더욱 세심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더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