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깊숙한 곳까지 햇살 비추는 '희망의 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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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2
명품건축물 열전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
기존의 어두컴컴한 치료실과 달리
지하 4층까지 자연광 닿도록 설계
빛의 70% 속도로 탄소 원자 쏘는
중입자가속기 안정성 확보도 '만전'
출입구 3개를 마련하는 방법으로
병원·교육·공연시설 동선 분리

국내 최초의 중입자치료 시설인 연세암병원 중입자치료센터. 로비층에 들어서 투명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치료실이 있는 지하 4층까지 내려가기까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끊김 없이 햇살을 느낄 수 있다. 치료실에 들어가기 전 지하 4층에서 고개를 들면 뻥 뚫린 천장 너머로 파란 하늘이 보인다. 꼭대기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이 지하 4층 바닥까지 닿는다. 벽에는 햇빛이 내리쬐는 모습을 형상화한 가느다란 조명이 비가 내리는 모양을 하고 있다. 기존의 어두컴컴한 지하 방사선 치료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국내 최초 중입자치료시설
‘꿈의 암 치료’로 불리는 중입자 치료는 가속기로 탄소 원자를 빛의 70% 속도로 가속한 에너지빔을 환자의 암세포에 정밀하게 쬐는 방식이다. 방사선과 양성자보다 암세포 살상력이 2.5~3배 높다. 정상 조직의 손상을 피하기 힘든 방사선 치료와 달리 목표 에너지의 대부분이 암 조직에서만 폭발하기 때문에 다른 정상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된다. 암환자가 겪는 부작용과 후유증이 그만큼 적어진다는 의미다. 중입자 치료는 혈액암을 뺀 모든 덩어리암에서 가능하다.우선 직진성이 강한 중입자를 막아내기 위해 2~3.5m에 달하는 시멘트벽을 만들어야 한다. 시멘트를 굳히기 위해서는 높이별로 배합도 다르게 해야 했다. 전기, 소방 배선으로 인해 방사능이 유출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BIM(빌딩정보모델링) 작업을 통해 검토를 거듭했다. 김 수석은 “국내에 참고할 사례가 없는 상황에서 의료진과 건물 기능에 대해 협의하고 이를 물리적으로 풀어내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다”며 “현장에 갔을 때 크기에 압도돼 바닥까지 내려가지도 못할 정도로 단순 건축보다는 엔지니어링에 가까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환자·학생·교수 각자의 목적대로
이런 내부 시설의 특수성은 건물 외관 디자인으로도 표현됐다. 외부를 유리로 마감하는 커튼월이 건물 전반에 적용됐다. 이 상무는 “건물 자체가 가속기의 선형에 돌아가는 원형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했다”며 “각지지 않은 원형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유리가 가장 좋은 재료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그래서 활용한 것이 건물 부지의 특이한 지형이다. 부지를 둘러싸고 있는 땅들은 높이 차가 매우 컸다. 남쪽은 지하 1층, 북쪽은 지상 1층, 동쪽은 지상 3층 높이였다. 이에 출입문을 세 곳에 하나씩 만들었다. 남쪽에서 오는 환자들은 로비를 통해 지하 치료실로 갈 수 있도록 했다. 음대와 인접해 있는 북쪽 문을 통해서는 지상 3층의 150석 규모 음악당으로 이동할 수 있다. 교수와 행정 직원들은 동쪽 문을 통해 연구실과 스마트오피스에 도달하게 된다. 따로 이용자들의 동선을 정리하지 않아도 지형에 따라 질서가 자연스럽게 유지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