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0조 네옴시티' 보따리 푸는 빈 살만…재계 총수 총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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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살만 왕세자 17일 오후 롯데호텔서 차담회엄청난 부와 권력으로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이라 불리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의 방한에 재계 수장들이 총집결했다.
삼성·현대·SK·한화 등 8개 대기업 수장 집결
670조 네옴시티 프로젝트 논의…'제2 중동붐' 기대
총사업비만 670조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 사우디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네옴시티' 사업이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이번 회동을 계기로 네옴시티 사업 수주가 급물살을 타면 '제2의 중동붐'이 일 것이란 기대가 커진다.17일 업계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가 이날 오후 열리는 차담회에 초청한 재계 총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사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이해욱 DL그룹 회장 등 총수 8명이다.
이재현 회장, 박정원 회장, 이해욱 회장, 정기선 사장은 뒤늦게 초청장을 받아 기존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회장은 이날 삼성물산 합병 의혹 공판으로 법원 출석이 예정돼 있었지만 이번 회동을 위해 전날 법원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총수들은 1박2일의 타이트한 방한 일정을 고려해 빈 살만 왕세자가 묵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한 시간가량 차담회를 가졌다.
670조 네옴시티 협력 논의…수주 기대감 '활활'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은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앞선 2019년에는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 최태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 모여 빈 살만 왕세자와 티타임을 보냈다.이후 이재용 회장은 2019년 9월 사우디 출장길에 빈 살만 왕세자를 다시 만나 기술, 산업, 건설, 스마트시티 등 광범위한 분야 협력 방안을 논한 바 있다.이날 차담회에서는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670조원 규모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화두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3년 만의 이번 방한도 네옴시티 프로젝트와 관련해 국내 기업들의 적극적 참여를 요청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네옴시티는 서울의 44배 면적에 스마트 도시를 짓는 세계 최대 규모 프로젝트다. 도시 인프라는 물론이고 인공지능(AI), 정보기술(IT), 자율주행, 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은 사업 기회가 열린다.
삼성은 5세대(5G) 무선통신, 사물인터넷(IoT), AI 등을 활용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높다. 이재용 회장이 빈 살만 왕세자와 친분이 있는 만큼 이번 회동을 통해 어떤 분야에서 얼마나 수주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삼성물산·현대건설 컨소시엄, 1조3000억 규모 터널공사 수주
이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컨소시엄(연합체)을 구성해 네옴시티 '더 라인'의 터널 공사를 수주했다. 더 라인은 높이 500m 유리벽 건물을 170㎞의 직선으로 늘어세워 짓는데, 그 지하에 고속·화물 철도 서비스를 위한 터널 공사를 시작했다. 공사 기간은 오는 2025년 12월까지다. 수주액은 약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더 라인은 건물 일부가 모듈러로 설계되는데 여기에는 삼성·현대·포스코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모듈러 공법은 구조체를 포함해 건축 부재의 70% 이상을 공장에서 사전 제작 후 공사 현장에서는 설치와 내외장 마감 등만 진행한다.
네옴시티 전체가 100% 친환경에너지로 운용될 계획인 만큼 현대차는 수소차,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지능형 로봇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정의선 회장이 네옴시티에 수소차를 진출시키는 것에 특히 관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빈 살만 왕세자와 함께 방한한 사우디 관료들은 이날 장재훈 현대차 사장과 만나 수소차, 수소트램 등 친환경 이동수단 공급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로템, 3조6000억 규모 업무협약…중동시장 확대 거점 마련
현대로템은 이날 사우디 투자부와 고속철·전동차·전기기관차 구매 계약과 네옴시티 내 현지 공장 설립을 위해 총 3조6000억원 규모의 업무협약을 맺었다. 현대로템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중동 시장 확대를 위한 거점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최태원 회장은 친환경에너지 부문, 김동관 부회장은 태양광·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의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점쳐진다. CJ는 문화·콘텐츠 교류 논의를, 두산은 향후 사우디 원전 건설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는 이번 회동을 통해 국내 기업들이 대규모 수주에 성공한다면 '제2의 중동붐'이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한 재계 관계자는 "네옴시티 프로젝트와 관련해 국내 기업들은 충분히 메리트(이점)를 갖고 있다고 본다. 빈 살만 왕세자와 그룹 총수들의 회동 이후 대규모 수주 소식이 줄줄이 들려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