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 작년보다 쉬워, 수학이 상위권 변수"…올해도 이과 유리할 듯

2번째 문·이과 통합 수능

국어, 9월 모의평가와 비슷
수학은 어려웠던 작년 수준
입시에 영향력 더 커질 듯

영어는 작년보다 비교적 쉬워
17일 서울 종로구 덕성여고에서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나오고 있다. 올해 수능에선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수학 점수가 정시 당락에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입시 전문가들은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수학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어는 지난해보다 쉽게 출제됐고, 수학은 ‘역대급 불수능’이라고 평가받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올해 수능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문·이과 통합수능’ 체제로 치러졌다. 통합수능이 문과에 불리하고 이과에 유리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는데 올해는 이 차이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어 난도 작년보다 낮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대입상담교사단 소속 김용진 동국대부속여고 교사는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올해 수능 국어는 상대적으로 난도가 높았던 2022학년도 시험에 비해서 조금 쉽게 출제됐고, 9월 모의평가와 비슷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수능 국어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49점으로 역대 두 번째로 높았지만 9월 모의평가에서는 최고점이 9점 떨어진 140점에 그쳤다. 교육계에서는 통상 표준점수 최고점이 140점을 넘어가면 어려운 시험이라고 평가한다.수학은 어려웠던 전년도 수능과 비슷한 난도라는 평가다. 조만기 다산고 교사는 “지난해 수능과 유사한 수준으로, 수험생들이 공통과목은 다소 어렵게, 선택과목은 쉽게 느꼈을 것”이라며 “아주 고난도 문제가 없지만 중간 난도 문항이 다수 출제돼 중상위권 체감 난도가 높았을 것”이라고 했다.

3교시 영어는 지난해 수능보다는 쉽게, 올해 9월 모의평가보다는 어렵게 출제됐다. 영어는 절대평가로 90점 이상이면 1등급을 부여하는데, 지난해 수능은 6.25% 학생만 1등급을 맞았을 정도로 어려웠다.

○‘이과 유리’ 더 심해지나

지난해 처음 도입된 후 통합수능은 ‘이과에 유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문·이과를 통합한다는 명목하에 수능은 지난해부터 계열 구분 없이 치러지고 있다. 국어·수학영역은 ‘공통+선택’ 과목 구조로 치른다. 말로는 문·이과 구분이 없다지만 수학 과목에서 상대적으로 난도가 높은 ‘미적분’과 ‘기하’ 과목은 소위 이과 과목, 쉬운 ‘확률과 통계’는 문과 과목으로 불린다.똑같은 원점수를 받아도 이를 표준점수로 환산하면 ‘미적분’ ‘기하’를 선택한 학생의 점수가 더 높아진다. ‘확률과 통계’를 선택한 학생과 ‘미적분’을 선택한 학생은 서로 다른 문제로 서로 다른 모집단에서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이들을 원점수로 비교하지 않고 표준점수로 환산해 비교한다.

이때 본인과 같은 선택과목으로 시험을 본 다른 학생들이 전체적으로 높은 점수를 기록해야 본인의 표준점수도 높게 나온다. 수학을 잘하는 아이들이 모이는 선택과목을 택해야 유리해지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 수능에서는 전 과목 만점 기준으로 이과과목 선택자 표준점수가 문과생보다 16점 높았다.

○지원 셈법 복잡해진 문과생

올해는 이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는 와중에 국어마저 상대적으로 쉽게 나왔다. 상위권에서 국어 과목 변별력이 떨어지면 어쩔 수 없이 수학의 영향력이 커진다. 수학에서 높은 표준점수를 받는 ‘미적분’, ‘기하학’ 선택자들이 더욱 유리해진다는 의미다. 김창묵 서울 경신고 교사는 “올해도 역시 ‘확률과 통계’보다는 ‘미적분’, ‘기하’ 선택자가 표준점수에서 유리할 것”이라며 “6월·9월 모의평가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했다.이과생들은 높은 수학 표준점수를 무기로 문과 계열 학과에 대거 교차지원할 전망이다. 이미 지난 입시에서도 서울대 인문·사회·예술 계열의 정시 합격자 486명 중 44.4%인 216명은 이과생이 선택하는 수학 과목인 ‘미적분’이나 ‘기하’를 선택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 입시는 수학 비중이 대단히 높아 이과 학생들의 선택지가 넓어질 것”이라며 “문과 학생은 수학 점수가 높은 이과생이 인문계 학과로 교차지원할 가능성을 고려해 전략을 짜야 한다”고 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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