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3000억유로 규모 통화긴축 가속화…22년 만에 최대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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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에 장기대출 차입금 조기상환 요구유럽중앙은행(ECB)이 대규모 통화 긴축 정책을 시행한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은행들로부터 3000억유로(약 417조원) 규모의 차입금을 조기에 상환받을 방침이다.
23일부터 약 3000억유로 상환 받아
18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ECB는 유로존에 풀린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회원국 은행들로부터 3000억 유로 규모의 차입금을 조기 상환받는 정책을 시행한다. 유로화가 도입된 뒤 가장 큰 규모의 통화 긴축 정책이다. 의무 규정은 아니며 시중은행은 자발적으로 ECB에 차입금을 갚으면 된다. 시중에 풀린 돈을 흡수해 통화량을 줄이려는 전략이다.ECB는 오는 23일부터 시중은행에 제공해온 2조 1000억유로(약 2921조원) 규모의 목표물 장기대출 프로그램(TLTRO) 중 2960억유로가량에 대한 조기 상환을 요청할 방침이다. 이는 전문가들이 전망한 5000억유로는 밑도는 수치다.
이사벨 슈나벨 ECB 이사는 “이같은 규모의 조기 상환 정책이 유로존의 대차대조표를 축소해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이끌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목표치(2%)로 되돌리는 데 필요한 정책이다”라고 강조했다.
TLTRO 적용 금리도 오는 23일 변경된다. 시중은행이 차입금을 일찌감치 상환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다. 스위스의 자산운용업체 픽텟의 매크로 경제 책임자인 프레데릭 두크로젯은 “12월 ECB의 상환 창구는 예상보다 더 붐빌 것”이라며 “9000억유로가량이 12월에 ECB로 유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유로존에 속하지 않은 인접국이 피해를 볼 거란 관측이 나온다. TLTRO 대출에 대한 담보로 국채를 ECB에 맡겨 놓은 비회원국이 많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ECB의 조기상환 정책 때문에 국채가 자국으로 유입되는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을 휩쓰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정책의 일환이다. 유럽연합(EU)의 통계 당국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17일 유로존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10.6% 상승했다. 9월(9.9%)보다 더 큰 폭으로 뛰었다. 1997년 통계를 기록한 뒤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양적긴축과 함께 ECB는 기준금리를 더 큰 폭으로 올릴 전망이다. ECB는 지난 6월까지 0%로 유지하던 기준금리를 지난달까지 2%대로 올렸다. 9월과 10월 연속해서 0.75%포인트 인상한 결과다.다음 달 15일 열리는 통화 정책회의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다만 유로존 회원국들에 경기침체 우려가 증폭되면서 0.5%포인트 인상에 그칠 거란 분석도 나온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ECB가 단순히 경기부양책을 철회하는 걸 넘어 성장을 억제할 정도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며 “적시에 물가상승을 억제하려 금리를 얼마나 빨리, 어느 수준까지 인상할지는 인플레이션 전망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