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자만 들어가도 삭감" vs "대선불복은 궤변"…예산심사 속도

예산소위 이틀째 현미경 심사…방사청 대전 이전 '원안 유지' 한목소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는 18일 이틀째 윤석열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현미경 심사'를 진행했다. 예산소위는 이날 오전부터 국방위원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관 부처 예산안에 대한 감액 심사를 진행했다.

국방위 소관인 국방부·병무청·방위사업청·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심사에서 여야 예산소위 위원들은 한목소리로 방위사업청의 대전 이전 사업 예산을 정부 원안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앞서 방사청은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대전으로 이전하는 데 필요한 예산 210억원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지만, 지난 4일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90억원 삭감됐다. 이날 예산소위에 여야 의원들은 국방·방위 산업 클러스터로서 대전의 역할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방사청 이전은 대전에 국방과학 클러스터를 구축하기 위한 중요한 현안이고, 대전·충청 지역 주민들이 신속 이전을 원하고 있다"며 "상임위가 정부 원안을 너무 가볍게 대한 것 같다.

정부 원안 유지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도 "대전이 국방 클러스터로서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고, 윤석열 대통령의 대전 지역 대표 공약이기도 했다"며 "감액보다는 정부 원안 유지가 좋을 것 같다"고 힘을 보탰다.

우원식 예산소위 위원장은 "간만에 여야가 예산을 삭감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은 것은 참 뜻깊은 일"이라며 "예산소위 위원들의 총의를 모아 정부 원안을 유지하도록 하고, 국방위의 (삭감) 결정에 대해선 국방위의 동의를 구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여야는 예산소위 밖 장외에선 날카로운 신경전을 이어갔다. 대통령실 소관 예산을 심사하는 운영위도 이날 새벽까지 '경호처 시행령'으로 여야가 설전을 벌이다 국민의힘이 퇴장한 채 파행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용산 대통령실과 관련된 사업엔 무차별적인 '칼질'을 강행하고 있다며 '대선 불복' 프레임을 꺼내 들었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원내대책 회의에서 지난 16일까지 9개 상임위에서 '민주당표' 예산은 8조 6천억원 증액된 반면 정부의 주요 예산은 1조2천억원가량 삭감됐다고 지적했다.

송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은 용산공원 조성 지원 예산, 청와대 개방·활용 예산 등 '용산'의 '용'자만 들어가면 무조건 삭감 칼날을 휘두르는 난폭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명백하게 노골적인 국정 발목잡기 또는 국정 발목꺾기"라며 "한마디로 새정부를 부정하고 싶은 마음, 사실상의 대선 불복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은 정부 예산이 민주당이나 이재명 대표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국민 혈세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며 "묻지마 예산 삭감의 칼춤을 그치고 정부가 우선 일하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자체 추산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는 대통령실 이전 예산 등을 삭감하고 초부자 감세도 저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대신 청년·노인 일자리 예산, 지역화폐 예산, 임대주택 예산 등 서민에게 필요한 예산은 대폭 증액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원 회의에서 "국토교통위원회 예산소위에서 정부가 삭감한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원상복구 했다"며 "물론 앞으로 많은 과정이 필요하고 정부의 동의가 있어야 하겠지만, 이러한 우리 국민들의 삶에 반드시 필요한 예산들은 민주당이 적극적인 노력으로 회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황명선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국회가 정부 예산안을 심사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입법부의 권한인데 국민의힘은 예산안 수정이 대선 불복이라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면서 "민주당은 정부가 삭감한 민생예산을 반드시 복구하고 증액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