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發 식량위기 일단 한숨 돌렸다

곡물 수출 협정 4개월 연장

러시아·유엔·튀르키예와 합의
밀·옥수수·해바라기씨유 등
흑해 항구 3곳 이용해 수출키로
우크라이나 곡물을 흑해를 통해 수출하는 협정이 4개월 연장됐다. 협정 연장이 이뤄지지 않아 세계 식량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일단 가라앉았다.

120일 연장…식량 가격 안정세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유엔, 튀르키예는 흑해 곡물 수출 협정을 원안 그대로 120일 동안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18일부터 적용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모든 당사자가 흑해 곡물 수출협정 연장에 합의를 이룬 걸 환영한다”는 성명을 냈다.

우크라이나와 유엔은 1년 연장을 주장했지만 러시아가 120일 연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흑해 수출 항구를 현재 세 곳에서 네 곳으로 늘리길 희망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지난 7월 22일 흑해 항구 세 곳을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에 처음으로 합의했다. 첫 수출 선박은 8월 1일 출항했다. 유엔에 따르면 흑해 곡물 수출협정이 체결된 이후 현재까지 우크라이나는 자국산 식량 1118만여t을 수출했다. 우크라이나산 옥수수 458만여t(41%), 밀 335만여t(30%)이 흑해 항구에서 선적돼 세계 각국에 수출됐다. 카놀라유의 원료인 유채씨, 해바라기씨유도 수출 대상에 포함됐다.흑해 곡물 수출 협정이 연장됐다는 소식에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이날 밀 선물(12월물)은 전장보다 1.3% 하락한 부셸당 8.06달러에 마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인 지난 3월 밀 선물 가격은 부셸당 13달러까지 폭등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전쟁 전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겨울 앞두고 협상론 제기돼

다만 러시아는 여전히 불만이다. 흑해를 통해 러시아산 암모니아를 수출하고자 했으나 이번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암모니아는 화학 비료의 주요 원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9월 러시아가 전쟁 포로를 교환해야 러시아산 암모니아 수출 재개에 동의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 중 기자회견에서 “지난 15일 폴란드 영토에 떨어진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의 방공미사일이라는 잠정 결론에 모순되는 증거를 아직 보지 못했다”고 했다.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폴란드, 미국은 사고 원인이 우크라이나 방공 미사일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의 방공미사일이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발언하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며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한편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로부터 “협상을 원한다는 신호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평화 협상론이 탄력을 받게 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협상론은 올겨울 소모전을 벌이기보다 현실적으로 평화 협상으로 사태 해결을 모색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의 승전 의지가 여전히 강해 즉각 협상에 들어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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