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층 오르내린 배달기사 "본업 회사서 징계 위기"

"대출 갚기 위해 이중 취업…징계 기다리는 중"

기사와 관계없는 사진. 사진=뉴스1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탓에 아파트 29층을 걸어서 배달했으나 늦었다는 이유로 주문 취소를 당한 배달기사 A씨가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A씨는 지난 1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의 본업은 배달 일이 아니며, 개인 대출을 갚기위해 배달일을 시작했다며 현 상황을 전했다.

그는 "본업은 따로 있고 제 개인적인 대출 빚을 갚고자 (배달 일을) 시작한 지 일주일 된 신입 기사"라며 "(29층 배달) 당시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알지 못해 아파트 안으로 진입할 수가 없었다. 손님 집의 호수를 호출했으나 응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손님에게 전화까지 걸었으나 이마저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며 "배달 관리자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옆 단지로 배달하러 갔다. 이후 돌아와 손님에게 재차 연락했으나 연결되지 않았고 가게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적었다.

이후 "가게 사장이 잠시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고, 배달 관리자도 손님에게 전화를 하겠다고 했다"며 "마냥 기다릴 수가 없는 저는 연락을 기다리면서 일단 29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계단을 올라가던 A씨는 배달 관리자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손님이 계단으로 올라오라고 했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 이에 A씨는 "올라가는 중"이라고 답하며 통화를 종료했다.

A씨는 "(29층 오르는 게) 사실 너무 힘들었으나 제 상황에서는 손님에게 음식을 가져다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돼 계단을 올랐다"며 "당시 손님은 제게 연락을 취했으나 연결이 안 돼 가게와 배달 업체에 연락했다고 한다. 하지만 저는 손님의 연락을 못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게 온 손님의 첫 연락은 (음식 배달 완료 후) 계단을 내려갈 때, 14층과 15층 사이쯤이었다"며 "전화의 내용은 '주문 취소했으니 다시 와서 음식 가져가라'였다. 그래서 다시 올라가 음식을 회수해 가게에 드렸다"고 전했다.

그는 "저는 어떤 사유로 손님이 주문 취소했는지, 가게 사장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며 "그저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려던 게 이런 상황이 됐고, 저까지 논란의 중심이 된 것 같아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A씨는 이번 일이 알려지면서 본업에도 문제가 생겼다고 전했다. 그는 "제 개인적 사정으로 대출을 받았고, 상황이 힘들어져 (배달 업체) 이중 취업을 했다"며 "본업은 겸직이 안 돼 회사에서 징계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A씨는 "이런 일이 또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저를 대신해 목소리를 내주시는 분들, 또 모든 라이더에게 감사하다"며 "사실과 다른 추측성 댓글로 제게 잘못이 있다는 말조차 너무 힘들다. 그래도 일단 불미스러운 일로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자신을 찜닭 가게 사장이라고 설명한 한 누리꾼이 "엘리베이터가 안 되는 아파트 29층을 걸어 올라가 배달했더니 늦었다며 주문 취소하고, 악의적 별점 테러까지 한 손님이 있다"고 주장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해당 사례는 '신종 갑질'로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하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결국 당시 주문을 취소했던 당사자까지 공개적으로 온라인에 "아이들이 워낙 작고 약해서 먹는 거로 예민했다. 반성한다"며 "사장님과 마지막 통화에서 그분이 언성을 높이시고 욕하고 막말을 해서 감정이 너무 상한 상태라서 리뷰를 남겼다"고 해명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