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스턴다이내믹스, 이젠 제조기업 테슬라와 '로봇 전쟁' 진검승부

30년만에 R&D기업서 변신

물류로봇 '스트레치' 양산 눈앞
현대차 제조능력, 현장에 이식
DHL 등에 내년부터 200대 공급

인간형 로봇도 업그레이드
손가락 모양 기술개발 가속
테슬라, 10월 휴먼 로봇 첫선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 개발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물류로봇 양산 채비를 마쳤다. 창립 30년 만에 연구개발(R&D) 중심 회사에서 대량 제조업체로의 변신을 눈앞에 뒀다. 전기자동차에 이어 급성장이 예상되는 로봇 시장을 놓고 미국 테슬라 등과 본격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물류로봇 스트레치 양산 ‘목전’

20일 업계에 따르면 550여 명이 근무하는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최근 물류로봇 ‘스트레치’(사진)를 양산 직전 단계까지 개발을 마쳤다. 로봇 개 ‘스폿’,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 등 3대 제품 중 하나로, 수요처가 확실해지면서 본격 생산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양산 능력을 보스턴다이내믹스 생산 현장에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독일 물류회사 DHL, 미국 3대 물류회사 NFI 등에 총 200여 대의 제품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공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 물류 솔루션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 DHL, NFI 등은 내년부터 북미 창고에 스트레치를 도입할 계획이다. 2024년 대규모 납품을 원하는 고객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트레치는 최대 50파운드(약 23㎏) 무게의 박스를 시간당 800개까지 내릴 수 있는 물류로봇이다. 별도 프로그래밍 없이도 상자 종류와 크기를 식별해 지정된 위치에 쌓아둔다. 무질서하게 쌓여 있거나 떨어진 박스를 옮길 수도 있다. 글로벌 물류업계의 ‘창고 무인화’에 꼭 필요한 로봇으로 꼽힌다.보스턴다이내믹스는 스트레치 기능을 고도화하는 개발도 지속하고 있다. 지금은 박스를 하역하는 ‘언로딩’ 작업 중심이지만 앞으로는 트럭에 짐을 싣는 ‘로딩’, 제품을 팰릿에 규칙대로 쌓는 ‘팰리타이징’, 팰릿에서 내리는 ‘디팰리타이징’ 기능도 적용하겠다는 목표다. 최종적으로 지시받은 제품을 찾아오는 ‘오더 빌딩’ 능력까지 적용할 계획이다.

스트레치 가격은 30만~50만달러로 추정된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로봇 시장이 올해 756억달러에서 2025년 1772억달러(약 238조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엔 손가락도

보스턴다이내믹스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스트레치에 이어 스폿도 본격적으로 사업화하기 위해 여러 고객사와 구체적인 공급 협상을 하고 있다. 지금은 미국 반도체업체 글로벌파운드리의 반도체 클린룸 등 다양한 산업현장의 안전점검을 위해 시범 투입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경찰과 독일 경찰 등은 치안 업무에 스폿을 쓰기도 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아틀라스도 산업 현장에 도입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하겠다는 계획이다. 아틀라스의 손에 지금의 공 모양 대신 손가락을 적용해서다. 당장 상용화는 어렵지만 기술 개발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를 현대차의 차량 기술에도 접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테슬라의 옵티머스
글로벌 자동차 기업 중 로봇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테슬라다. 테슬라는 지난해 초부터 손가락을 지닌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난달 ‘인공지능 데이 2022’에서 옵티머스가 전기차 부품을 옮기고 물뿌리개로 식물에 물을 주는 영상을 공개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인간의 미세한 손가락 움직임을 로봇으로 구현하는 것은 매우 난도 높은 기술로 꼽힌다. 다만 걷는 속도가 느리고 불안정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에서 달리고 공중제비까지 도는 아틀라스보단 기술력이 뒤처진다는 지적이 나온다.최근 미 로봇업체들과 함께 ‘로봇을 무기화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방산산업에 진출하지 않는다. ‘로봇은 인류를 위한 진보에 활용돼야 한다’는 게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지론이다.

김형규/김일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