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총리, 국왕이 지명한다

총선서 과반 확보 정당 없어
집권당 못정해 정치불안 증폭

말레이시아 제15대 총선에서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나오지 않아 국왕이 집권당을 가리게 됐다. 의회의 의견을 반영한 뒤 국왕이 총리를 임명할 방침이다.

말레이시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치러진 총선에서 희망연대(PH)가 의회 220석 중 82석을 차지했다고 20일 밝혔다. 말레이시아 선거 역사상 제1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PH는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가 이끄는 개혁파 정당 연합이다. 무히딘 야신 전 총리의 국민연합(PN)은 두 번째로 많은 73석을 얻었다. 이스마일 사브리 야콥 현 총리가 소속된 국민전선(BN)은 30석으로 3위에 그쳤다.

정치 성향이 비슷한 BN과 PN의 연대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PH가 집권하려면 과반 의석을 단독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연정 구성에는 상대적으로 PN이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세 당 외에 소수 정당이 캐스팅보트를 쥐면 정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집권당이 정해지지 않아 정치 불안정이 증폭됐다. 승자가 이른 시일 내에 명확히 결정되지 않으면 더 큰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무히딘 전 총리는 “정부 구성을 위해 필요한 의석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와르 전 부총리는 “무히딘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정부를 구성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의석수 1, 2위 당이 갈등을 빚자 국왕이 나섰다.

말레이시아 압둘라 국왕은 21일 오후 2시까지 연정 구성과 지지하는 총리 후보를 왕실에 알리라고 각 당에 통보했다. 왕실은 이를 바탕으로 국왕이 최종적으로 총리를 지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는 연방제 입헌군주국으로 말레이반도의 9개 주 최고 통치자가 돌아가면서 5년 임기의 국왕직을 맡는다. 국왕은 과반수 의원의 신임을 받는 의원을 총리로 임명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