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임의적 입출금 차단시, 가상자산 피해 배상해야"

디지털자산 법률안 수용 의사 밝혀
금융위원회.
FTX 파산 사태 등에 놀란 금융당국이 디지털자산 사업자의 임의적 입출금 차단으로 가상자산 이용자의 손해가 발생할 경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안에 수용 의사를 표명했다.

21일 금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발의한 '디지털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안심 거래 환경 조성을 위한 법률안'에 대해 대체적인 수용 입장을 밝혔다.이 법률안은 디지털자산 이용자의 예치금을 고유 재산과 분리해 신탁하며 이용자의 디지털 자산 명부를 작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킹·전산 장애 등 사고 보상에 대비한 보험 가입 등을 규정하고 불공정거래 위험성이 높은 자기 발행 디지털 자산의 거래를 제한하며 디지털자산의 임의적 입출금 차단 금지를 위반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조항도 있다.

법률안은 디지털자산 사업자를 감독·검사하고 법령 위반 시 시정을 명령하거나 수사 기관에 고발하며 디지털자산위원회에 권한을 위임해 조사, 과태료 부과와 관련해 심의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겨있다.디지털자산을 조사하는 금융위원회 공무원에게 불공정거래 조사를 위한 심문, 압수, 수색 권한을 부여하고 법 위반에 대해선 형사 처벌 및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도 들어있다.

금융위는 이 법률안에 대해 이용자 자산의 보호 측면에서 가상자산 사업자가 임의로 이용자 입출금을 차단하지 못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

임의적 입출금 차단으로 형성된 가격 때문에 이용자가 가상자산 거래에서 손해를 볼 경우 배상을 해야 한다는데도 금융위는 수용 입장을 보였다. 금융위는 "금지 규정 위반에 대한 제재로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고 해석했다.

디지털자산 사업자가 임의적 입출금 차단 금지와 관련해 보고 의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 부과를 추가하는데도 금융위는 동의했다.

디지털자산위원회를 설치할 경우 금융위 권한을 위임한다는 데 동의했으며 불공정거래 조사를 위해 압수, 수색을 허용하는 조항도 관계 부처와 합의를 전제로 금융위는 수용 의사를 밝혔다.다만 금융위는 하위 규정 마련에 최소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면서 법 공포 후 시행 시기를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하는 문제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금융위는 디지털자산과 관련해 단계적 입법을 위한 준비 단계로서 스테이블 코인과 디지털자산평가업 규율 체계 등을 마련해 내년 정기 국회 이전에 정무위원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소비자보호 연구센터장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는 규제 보완이 느리다"며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규제 공백이 커 관련 법안의 빠른 통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대규모 인출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가상화폐 거래소 FTX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회사 부채만 최대 66조원에 이르는 FTX의 이번 파산 신청은 가상화폐 업계 역사상 최대 규모다.파산 신청서에 따르면 FTX 부채는 100억∼500억달러(13조2000억∼66조2000억원)에 이르고 자산도 부채와 같은 규모다. 채권자는 10만명이 넘는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