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대회 첫 경기 MVP' 발렌시아 "에콰도르 팬 응원이 동기부여"

카타르와 개막전에서 첫 득점 포함 2골…에콰도르 최근 월드컵 5골 모두 책임져
가난 딛고 성공한 아프리카계 에콰도르 선수…양육비 지급 논란에 휩싸인 이력도
2022 카타르 월드컵 첫 골과 첫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Player of the Match)의 영예는 에콰도르 축구 역사상 최고 스트라이커로 꼽히는 에네르 발렌시아(33)가 차지했다.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에콰도르의 3골을 모두 책임진 발렌시아는 2022년에도 개막전에서 나온 2골을 자신의 발과 머리로 만들었다.

에콰도르는 21일(한국시간) 카타르 알코르의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와의 개막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카타르는 '월드컵 사상 첫 개최국의 개막전 패배'라는 쓰라린 역사를 썼다.반면 에콰도르는 '녹슬지 않은 베테랑 공격수' 발렌시아 덕에 개막전 승리를 낚았다.

발렌시아는 전반 3분 머리로 골문을 열었지만, 이번 대회에서 도입한 반자동 오프사이드 시스템에 걸려 득점이 취소됐다.

그러나 전반 16분 페널티킥으로 대회 첫 골을 만들었고, 전반 31분에는 구석을 노린 헤더로 득점했다.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옵타는 "월드컵 개막전에서 첫 골을 페널티킥으로 넣은 건, 발렌시아가 처음"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기록도 만들었다.

발렌시아는 2014년 브라질 대회 스위스(1골), 온두라스(2골)전에 이어 에콰도르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최근에 기록한 5골을 모두 넣었다.에콰도르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무대에는 서지 못했다.

옵타는 "발렌시아에 앞서서 한 선수가 월드컵 본선에서 국가가 기록한 5골을 모두 넣은 건, 에우제비우(포르투갈), 파올로 로시(이탈리아), 올레크 살렌코(러시아) 등 3명뿐이다.

이들 3명은 6골 연속 득점을 했다"고 전했다.

발렌시아는 아구스틴 델가도(3골)를 넘어 월드컵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에콰도르 선수로 기록되기도 했다.

경기 뒤 발렌시아는 FIFA 공식 인터뷰에서 "경기장에 도착해 웜업을 할 때 관중석에 자리한 많은 에콰도르 팬을 봤다.

그들의 응원이 엄청난 분위기를 만들었고, 승리를 위한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했다.
발렌시아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기점으로 '세계적인 스트라이커'가 됐다.

멕시코리그에서 뛰던 발렌시아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3골을 넣은 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다.

발렌시아는 한국 축구 수비의 핵 김민재(나폴리)와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함께 뛰어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하다.

발렌시아는 많은 중남미 선수 또는 아프리카계 선수들처럼 축구로 가난을 극복했다.

ESPN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 "발렌시아는 전형적인 '축구 성공기'를 쓴 선수"라며 "발렌시아는 에콰도르 국민의 약 7%인 아프리카계다. 에콰도르 에멜렉 클럽에서 유소년 선수 생활을 할 때는 구단이 제공하는 매우 허름한 숙소를 썼다. 식비도 마련하기 어려울 만큼 가난했다"고 발렌시아의 삶을 소개했다.

에멜렉, 멕시코리그 파추카에서 프로 생활을 하며 가난에서 벗어난 발렌시아는 이후 유럽에서 뛰며 부를 쌓았다.

그라운드에서는 에콰도르 최고 공격수로 활약하던 그는 사생활에서는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남미 지역 예선을 치르던 2016년에는 칠레와의 경기에 경찰이 발렌시아를 체포하기 위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발렌시아는 법원의 명령에도 이혼한 전 아내에게 양육비를 주지 않았고, 경찰이 경기장을 급습했다.

당시 발렌시아는 경기 중 쓰러졌고, 구급차에 실려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팬들 사이에서는 '거짓 부상 논란'이 일기도 했다.발렌시아는 추후에 양육비를 지급해 처벌은 피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