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훈 예보 사장 "복합 위기 상황에서 예보 역할 커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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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 11일 만에 취임식 연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사진)이 "높은 민간 부채 수준과 신용 시장의 발작이 금융 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1일 서울 다동 예보 사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다.
유 사장은 이날 "급격한 금리 인상과 금융 및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 실물 경제 침체 우려가 높아지는 복합 위기 상황에 놓였다"며 이같이 강조했다.유 사장은 "작금의 금융 여건은 예보에 더 큰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며 △금융안정계정 도입 △기금체계 개선 방안 마련 △금융소비자 보호를 예보의 핵심 3대 과제로 제시했다.
금융안정계정은 금융사가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을 때 예금보험기금으로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거나 자본을 확충해 주는 제도다. 금융사의 부실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취지다. 정부는 금융안정계정 설치를 위해 예금자보호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유 사장은 "금융시장 경색에 따른 위기 전염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며 "국회에서의 법 개정 논의와 후속 조치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유 사장은 예금보험제도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기금체계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3월 출범한 민관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보호한도와 예보료율을 개선을 골자로 하는 기금체계 개선안을 내년 8월까지 만들겠다는 것이다.유 사장은 "금융의 복합화와 디지털화 위험으로부터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강조했다. 비대면 채널을 통한 전자금융 거래에서의 예금보험제도 안내를 강화하고 보호 사각지대 해소, 투자자 보호제도 보완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유 사장은 "큰 바다에서 돌아와 그물코를 다시 메는 어부처럼, 다음 전투를 생각하며 장검을 벼리는 군사처럼 엄중한 마음으로 직무를 수행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의 취임식이 열린 것은 사장 임명 11일 만이다. 유 사장은 지난 10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임명 제청과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로 공식 임명됐지만, 노조가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면서 취임식을 열지 못했다. "유 사장이 예탁결제원 시절 직원 36명을 부당하게 보임 해제·강등 조치하는 인사 전횡을 휘둘렀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었다.하지만 지난 18일 노조 조합원 150여명이 유 사장을 대상으로 청문회를 열고, 출근 저지 투쟁을 멈추기로 하면서 취임식을 열 수 있게 됐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