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을수록 잘나가네…"얼어죽어도 입겠다" 인기 폭발한 옷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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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을수록 좋아" 계절 불문 크롭티 인기 끄는 이유"몇 년 전부터 겨울철에도 상의는 '크롭티'만 대량으로 들어와요. 요즘 밖에 나가면 젊은 친구들은 다들 숏패딩에 허리나 배꼽 보이는 옷을 입잖아요. 특히 올해는 예년보다 덜 추워서 그런지 다른 건 잘 안 팔리는데 크롭티는 많이들 찾습니다."
22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의류 매장 매대에는 겨울철이 무색할 정도로 크롭티('crop: 잘라내다'와 티셔츠의 합성어) 제품이 줄줄이 진열됐다. 크롭티는 2000년 전후로 유행하던 배꼽티와 유사하다. 크롭티뿐 아니라 배꼽이나 허리 라인까지 보이는 크롭 니트·카디건 등도 많았다.강남역 지하상가에서 영캐주얼 의류를 판매하는 이모 씨(48)는 "요즘 의류 도매시장을 가면 계절 불문하고 크롭티 위주로만 들여온다"면서 "2~3년 전부터 크롭티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짧은 기장 상의는 겨울철에도 매장 판매 상품의 80%가 넘는다"고 귀띔했다.최근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통이 넓은 바지 위에 크롭티, 숏패딩 등을 입는 'Y2K 패션'의 영향이다. Y2K 패션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유행했던 패션이 뉴트로(신복고) 형태로 돌아온 것으로 지금은 주로 10~20대가 즐겨 입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 여름부터 패션 트렌드를 선도했던 민소매 톱(상의), 크롭티 등을 활용한 'Y2K룩' 인기가 겨울까지 이어지고 있다. 크롭티에 골반 아래 걸쳐 입는 '로우라이즈', 허리 라인 위에 입는 '하이웨스트' 청바지 등이 대표적인 Y2K 패션 아이템이다.겨울철에도 크롭티를 선호한다는 박모 씨(25)는 "옷 핏(fit)이 잘 맞고 바지 안에 애매하게 넣어 입는 것보다 훨씬 편하다"며 "외투를 따뜻하게 입으면 되니까 겨울에도 크롭티를 많이 입는다"고 말했다. 안모 씨(24)는 "겨울철 니트류는 두께가 있어서 하의에 안 넣어지거나 넣어도 바지 모양새가 이상해진다. 크롭 니트는 딱 바지 단추가 보여 하의 위에 깔끔하게 코디할 수 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인기를 끌던 패션에 요즘 스타일을 가미해 다양한 디자인으로 출시되는 추세"라며 "MZ(밀레니얼+Z)세대의 자유로움과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패션으로 자리잡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올해 초겨울 날씨가 평년보다 덜 추운 것도 계절에 상관없이 '크롭 열풍'이 지속될 수 있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 여성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 통계를 보면 올 10월 말부터 11월20일까지 '크롭 긴팔'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90% 증가했다. 소비자들이 크롭 상의 밑에 자주 찾는 '로우라이즈 청바지' 검색량도 72배나 늘었다. 크롭 열풍은 1990년대 큰 인기를 누린 아이돌 S.E.S 등이 즐겨 입으며 인기를 누렸던 패션이 올 초 명품 브랜드 프라다, 미우미우 등이 런웨이에서 레트로풍 패션을 선보이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연예인이나 유명 인플루언서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크롭티를 입은 게시물을 올린 것도 인기에 불을 지폈다. 걸그룹 블랙핑크의 제니, 아이브 장원영, 신인 아이돌 뉴진스 등이 2000년대 초반 감성을 연상케 하는 Y2K 패션을 선보이며 10~2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따뜻한 소재를 활용한 크롭 니트나 가디건, 아우터로 걸칠 수 있는 크롭 재킷, 숏패딩 등 추운 날씨에도 입기 좋은 상품군이 다양한게 등장하고 있다. 강남의 의류 매장에서 영캐주얼을 취급하는 김모 씨(36)는 "유행에 발맞춰 다양한 크롭 제품 위주로만 들여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직원 정모 씨(27)는 "겨울철에도 대부분 크롭티를 많이 사 간다. 주변 옷 가게를 다 둘러봐도 크롭티 위주로 판매한다"고 전했다.
크롭티는 단순 유행만이 아니라 짧은 기장에 허리 라인과 배꼽이 보이는 옷으로 다리가 길어 보이도록 연출할 수 있다. 이같은 효과 때문에 소비자들이 '체형 보완'을 위해서도 크롭티를 찾는 수요가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직장인 조모 씨(26)는 "크롭티를 입으면 다리가 길어 보이고 덜 부해 보이는 효과가 있다"며 "상의에 크롭을 코디하는 게 체형을 제일 잘 보완해주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정모 씨(22) 역시 "나는 '얼죽크(얼어 죽어도 크롭)'"라면서 "키가 작고 골반이 큰 편이라 허리를 강조할 수 있는 짧은 길이의 크롭 제품군을 선호한다"고 했다.유행에 발맞춰 계절과 상관없이 크롭티를 주력으로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도 생겼다. 크롭티 전문 쇼핑몰을 운영하는 김모 씨(27)는 "사이트 내에서 크롭티가 주력 상품이다. 한겨울에도 찾는 사람이 많다"며 "하체에 비해 상체 허리가 얇은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 운동복과 매치해 입어도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느낌이 난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레트로풍 패션'이라 젊은층뿐 아니라 크롭 제품을 찾는 중장년층 세대도 드물지 않은 분위기다.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이모 씨(48)는 "작년까지만 해도 중장년층은 '배꼽이 보이면 흉해서 못 입겠다'는 거부감 섞인 반응이 많았는데 요즘은 하의 위에 걸쳐 입는다면서 많이 찾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