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환아 위해 긴 머리카락 자른 삼성반도체 직원들

인모가발 기부에 55명 참여
“어린 시절 힘든 시기를 겪은 뒤 주변을 살펴보게 됐어요. 제가 기부한 머리카락이 소아암 환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최근 2년 넘게 기른 머리카락 25㎝가량을 잘라 기부한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직원 김려원 씨(30·사진)는 21일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들 사이에서 ‘열혈 봉사가’로 꼽힌다. 사내 봉사활동이 있을 때마다 늘 김씨가 등장하기 때문이다.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가 최근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머리카락 기부 캠페인 ‘25㎝의 나눔’에도 김씨가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 이 캠페인은 임직원과 그 가족이 기부한 머리카락을 민간공익단체인 어머나운동본부에 보내 인모가발을 제작하는 게 핵심이다. 김씨는 “항암 치료를 받는 환아들은 머리카락이 빠져 삭발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며 “이 얘기를 듣고 기르던 머리카락을 곧장 잘랐다”고 말했다.

이 캠페인엔 김씨를 비롯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임직원과 그 가족 55명이 참여했다. 이들이 기부한 머리카락은 인모가발로 제작돼 소아암 환아들에게 무상으로 전달됐다. 참가자 대부분이 “다음에도 또 기부하기 위해 머리를 기를 테니 기회를 마련해 달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삼성전자는 전했다.

김씨는 “회사 덕분에 머리카락 기부까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돼 꾸준히 참여할 계획”이라며 “누군가와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 게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이번에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머리카락을 기부한 직후엔 ‘목소리 기부’ 사내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그의 목소리로 동화를 읽고 녹음해 다문화가정에 보내주는 활동이다.또 다른 참여자 서희권 씨는 자녀와 함께 머리카락 기부에 동참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임직원들이 틈틈이 실천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기획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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