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 몸집 경쟁 대신 디지털로 금융 판 뒤집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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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94조 DGB금융지주 김태오 회장 인터뷰“경상도 사투리에 ‘디비지다(뒤집히다)’는 말이 있습니다. DGB가 금융을 ‘디비져’ 새로운 차원의 금융을 선보이겠습니다.”
비대면 고객 1년새 20% 증가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 강화
건전성·성장성 조화된 성장 추구
2년간 대구은행장 육성·검증
후임자 잘 뽑는 게 CEO의 의무
대구은행과 하이투자증권 DGB생명 등 열 개 계열사를 거느린 DGB금융지주 김태오 회장(67·사진)은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디지털을 통해 지방에 기반을 둔 금융회사라는 한계를 벗어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1978년 외환은행에 입행한 김 회장은 하나은행 부행장과 하나HSBC생명 대표를 지냈고, 2018년 5월부터 DGB금융을 이끌고 있다.
유튜브·인스타로 MZ세대 공략
김 회장은 지난해 지주사에 그룹 차원의 브랜드전략부를 신설했다. 미래 고객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선 젊은 브랜드 이미지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인력과 점포 등 몸집으론 4대 금융지주와의 경쟁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영향을 미쳤다. ‘디지비’(유튜브)와 ‘선 넘는 단똑우’(인스타그램)가 탄생한 배경이다.디지비는 재테크를 콘텐츠 위주의 다른 금융사 유튜브와 달리 ‘외국인 사이 한국인 찾기’ 등 재미를 앞세워 구독자를 모으고 있다. DGB금융 캐릭터인 단디와 똑디 우디의 앞 글자를 각각 따서 만든 선 넘는 단똑우 역시 짧은 만화가 인기를 끌면서 팔로어가 1만 명을 넘어섰다. 김 회장은 “단기적인 수익에 집착하지 않고 DGB만의 브랜드를 키워나갈 것”이라며 “캐릭터 상품 개발과 드라마 등 외부 콘텐츠를 활용한 광고와 웹툰 제작도 구상 중”이라고 했다.MZ세대를 겨냥한 DGB의 브랜드 마케팅은 고객 증가와 여·수신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모바일 뱅킹 앱 ‘IM뱅크’ 가입자를 포함해 올 상반기 대구은행 비대면 고객 수는 135만2331명으로 작년 동기보다 21.4% 늘었다. 같은 기간 비대면 원화대출(9233억원→1조855억원)과 원화예수금(2조564억원→2조4342억원)도 각각 17.6%, 18.4% 증가했다.
금융은 ‘신뢰’…리스크 관리 중점
김 회장 취임 당시 65조원이던 DGB금융 자산은 올해 3분기 94조원으로 1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작년엔 지주 출범 10년 만에 역대 최대 순익(5031억원)도 달성했다. 하지만 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우려가 커지면서 증권·캐피털사를 계열사로 둔 금융지주의 건전성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 회장은 “대구은행과 DGB캐피탈의 부동산 PF 대부분이 선순위 대출로 안전한 편”이라며 “하이투자증권이 취급한 브리지론(사업인가 전 대출)은 사업장별로 리스크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내년 경영 목표도 건전성 관리에 방점을 찍었다. 통화 긴축 여파로 경기 전망이 어두운 만큼 고객 돈을 최대한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김 회장은 “금융사의 자금은 고객이 피땀 흘려 번 돈”이라며 “과거 금융사들이 무리하게 수익을 좇다가 불완전판매 사태 등이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DGB금융은 앞으로도 건전성과 성장성이 균형을 이루는 ‘적정 성장’을 추구하겠다”고 했다.김 회장은 차기 최고경영자(CEO) 양성에도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2019년 대구은행장 선임 육성·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2년 가까이 어학능력 개발과 현장 직무교육(OJT), 전문가와의 1 대 1 멘토링 등 과정을 거쳐 임성훈 행장이 2020년 10월 대구은행장에 취임했다. 아직 4대 시중은행도 은행장 선임 때 도입하지 못한 방식이다. 그는 “계열사 CEO 인사에 지주 회장이 개입하지 않는 객관적인 검증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능력 있는 후계자를 키워 경영권을 잘 넘겨주는 게 금융지주 회장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