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소멸 위기 어촌에 3조 '패키지 지원' 나선다

규제 풀고 예산 대규모 투입
섬과 섬 운항 호핑투어 허용
청년에 양식장 면허 임대 추진
해양수산부가 고령화로 소멸 위기에 처한 어촌을 살리기 위해 규제는 풀고 예산을 투입하는 ‘패키지 지원’에 나섰다. 수산물 판매장, 횟집 등 어업 관련 시설만 입주를 허용하던 어항 규제를 풀고 여객업과의 이해 충돌 문제로 내주지 않던 ‘호핑투어(섬과 섬 사이를 운항하는 상품)’도 허용한다. 여기에 향후 5년간 3조원을 투입하는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을 결합해 어업에 치우친 어촌을 유통·쇼핑·관광 기능이 어우러진 지역 경제거점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해수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규제 개혁 관련 연구용역을 연내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 국회에 개혁안을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21일 파악됐다. 어촌어항법을 개정해 열거식으로 제한된 어항 내 설치시설 규정을 금지한 것을 제외하고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기존의 틀을 완전히 바꾸는 작업이 다수 포함될 전망이다.해수부가 이처럼 규제 혁신에 나선 것은 저출산·고령화가 어촌 소멸로 이어지고 국민 먹거리 기반인 어업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어서다. 2000년 25만1000명에 달했던 어가 인구는 2021년 9만4000명으로 60% 넘게 감소했다. 해수부에 따르면 2045년 어촌지역 491개 가운데 87%가 소멸 고위험 지역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가 인구 9만4000명 가운데 60세 이상 고령층이 5만5000명으로 58.5%에 달한다. 이 가운데 43%인 2만4000명이 건강 등 사유로 언제 은퇴할지 알 수 없는 70대 이상 초고령층이다. 0~49세를 다 합쳐도 2만2000명으로 70대보다 적다. 해수부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 공급보다 은퇴 어업인이 늘어날 경우 단기적으로 인력 공백을 메울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해수부는 어업 기반 보호에만 치중된 관련 규제를 풀고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어촌 ‘리모델링’에 나서고 있다. 해수부는 현재 어업활동과 연계한 지역 특산물 판매장, 횟집 등으로 제한된 어항 내 설치시설의 진입장벽을 완화하기로 했다. 민간에서 필요로 하는 쇼핑센터, 일반 업무시설 등의 입주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여기에 5년간 300개 어촌에 3조원을 투자하는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을 결합해 어촌을 생산(1차), 유통(2차), 관광·서비스(3차)를 결합한 6차 산업 단지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다.해운법을 개정해 그간 기존 여객운송사업자의 반발 우려로 허용하지 않던 호핑투어도 허용할 방침이다. 숙박업과의 경쟁, 환경 파괴 우려 등으로 까다로웠던 해변 캠핑장 설치 규제도 완화해 국내 해변의 활용도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수익성이 높지만 초기 진입장벽이 높은 양식 면허를 정부가 임차한 뒤 청년 등 신규 인력에 재임대하는 정책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귀어인 수를 지난해 1216명에서 2027년 1800명으로 늘리고, 연간 950만 명 수준인 해양레저 관광객 수도 1500만 명 이상으로 늘려 어촌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구상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