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근무 시스템부터 갖춰야 성과 내는 '워케이션'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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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구 '알서포트' 부산지사 가보니디지털 전환이 생활의 영역으로 파고들었다. 일과 휴가의 합성어인 ‘워케이션’은 일상에서 맞이하는 디지털 전환의 대표적 사례다. 화상회의 등 원격 근무가 가능해지면서, 휴식을 원하는 직장인을 배려하는 업무 형태가 생겨나고 있다.
회의 시작 10분 전 모두 모여 잡담 등
업무서 이뤄지는 세부적인 것까지 규정
성과 달성해야 직원 휴식·복지 원활해져
"서핑한 후 출근하고 퇴근 후 취미 공유
탁 트인 바다 보면 스트레스 풀어"
직원 결속력 강화…조직에 새 바람
부산 해운대구 송정동에 마련된 알서포트 부산지사는 성공적으로 워케이션 공간을 지역에 제대로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알서포트는 클라우드 기반의 원격 기술 기반의 소프트웨어 서비스 기업이다. 신동형 알서포트 이사는 “기업 입장에서는 워케이션을 철저히 업무 공간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워케이션 공간에서 이뤄지는 업무 성과를 달성해야 비로소 직원의 휴식과 복지가 원활히 이뤄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핑 후 업무, 대만족”
지난 18일 알서포트 부산지사. 키보드 위를 움직이는 직원 8명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이날 만난 개발자 서이범 씨(24)는 “부산에서 일한 지 꼭 한 달 됐다”며 “기상 후 서핑한 뒤 출근하고 있으며, 여기서 일하는 직원 모두 부산 생활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알서포트는 올 4월 부산에 지사를 설립했다. 송정동의 오피스텔을 임차해 2층에 업무 공간을 꾸미고, 같은 건물에 직원 숙소를 마련했다. 알서포트 부산지사는 서울 본사에서 근무 중인 직원 가운데 10명을 매달 선발해 부산에서 한 달간 업무를 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출근 시간은 오전 7~10시 사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알서포트는 팀장급 직원 중에서 리더를 선정한 뒤 연령대가 비슷한 직원을 팀으로 꾸려 부산으로 파견하고 있다. 서씨는 “매 기수 선정 경쟁률이 아주 치열하다”며 “부산에서 살고 싶다거나, 부산 근무 후 반복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직원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시너지 창출
워케이션 공간을 운영하면서, 알서포트는 조직 내부에 새로운 긍정적인 효과를 얻고 있다. 바로 조직원 간 결속력 강화다. 이달 부산으로 내려온 직원들은 각각 △디자인 △기술지원 △기획 △개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다른 부서 직원이 모이다 보니 본사에서 이뤄지지 않았던 구성원 간 소통이 더욱 원활해졌다. 서씨는 “직원끼리 일이 끝난 뒤 취미를 공유하며 서로의 업무 형태를 자연스레 알게 됐다”며 “옆자리의 기술지원부 선배의 업무가 막혀 내가 도운 경험이 있는데, 부서 간 업무 소통은 물론 탁 트인 바다를 보며 스트레스 관리 방법까지 챙겼다”고 말했다.알서포트는 부산지사를 향후 건립할 연구개발(R&D) 센터의 전초기지 성격으로 운영 중이다. 연구인력을 뽑아 지사로 곧바로 배치하는 것보다 본사 근무 인력을 순차적으로 부산에 내려보내 조직 운영의 경험을 살리고 조직 내부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게 더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원격근무, 업무 형태 변하지 않아야
“회의 시작 10분 전에 모여 간단히 나누는 잡담은 매우 중요하다. 워케이션 정착을 위해서는 업무에서 이뤄지는 세부적인 것까지 시스템에 녹여야 한다.”이날 알서포트의 원격 회의 시스템 ‘리모트 미팅’을 통해 만난 신 이사는 워케이션을 통한 기업 생산성 향상 효과를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부산지사의 안착은 알서포트가 보유한 원격 근무 시스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알서포트는 원격 제어 기술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524억원을 기록하며 2019년 이후 연평균 36% 성장했다.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58억원에서 174억6000만원으로 약 세 배로 성장했다.
알서포트가 지향하는 철학은 ‘변화 없는 혁신’이다. ‘리모트뷰’ 기술이 대표적이다. 개인용 PC를 회사의 업무용 PC에 원격으로 곧바로 연결하는 시스템이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환경을 그대로 디지털 공간으로 옮긴 셈이다. 회의 시스템은 호스트가 호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라운지 방식으로 구현했다. 가벼운 잡담으로 회의 분위기를 편안하게 조성하는 효과가 있다.
신 이사는 “워케이션이 관광에 초점이 맞춰지면 사람이 왔다가 떠나게 될 수밖에 없다”며 “원격 기반의 근무 시스템을 정착하는 게 1차적인 목표가 돼야 하며, 디지털 전환에 관한 정의를 명확하게 정해야 업무 생산성이 늘어난다”고 조언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