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위즈 주가 뜨나…증권사 애널들 "내년 나올 게임, 해보니 재밌더라"

해외 게임쇼 수상 'P의 거짓' 지스타서도 호평
'웹보드 의존 탈피' 기대감… 주가 반년새 80%↑
"생소한 장르인데 만듦새 좋아, 꾸준한 후속매출 가능"
2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22가 관람객들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지스타에서 적지 않은 게임을 해봤으나 단연코 가장 재미있었다."(상상인증권)

"현재 시장에서 예상하는 판매량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NH투자증권)지난 17~20일 부산에서 열린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G-STAR)를 참관한 증권사 게임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네오위즈의 신작 'P의 거짓(Lies of P)'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보고서를 쏟아내 눈길을 끌고 있다. "직접 해 보니 잘 팔릴 것 같다"는 전망이 줄을 이었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22일 '지스타 후기' 보고서에서 "한국에서 처음 도전하는 장르의 게임답지 않게 만듦새가 멀쩡해 놀라웠다"며 "소울라이크 장르의 문법을 안정적으로 잘 따라갔다"고 호평했다.

국내 게임회사들은 기기는 모바일, 장르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 강점을 보여왔다. 쉽게 말해 스마트폰에서 캐릭터를 키워 다른 사람들과 싸우는 류의 게임을 잘 만든다는 얘기다. P의 거짓은 전혀 다른 분야를 공략했다. 콘솔과 PC로 즐기는 소울라이크 장르의 게임이다. 콘솔은 엑스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게임기를 가리킨다. 소울라이크는 일본의 '데몬즈 소울'과 '다크 소울' 시리즈에서 영향을 받은 게임을 말하는데, 음산한 분위기와 높은 난도(難度)가 특징이다.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도 "P의 거짓은 소울라이크 장르를 제대로 살렸음에도 기존 동일 장르 게임보다 난이도가 적당하다"며 "시연 버전이 아닌 실제 게임에서는 몰입도가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했다.

네오위즈가 자체 개발한 P의 거짓은 지난 8월 세계 3대 게임쇼 '게임스컴 어워드'에서 한국 게임업체 최초로 3관왕에 오르면서 기대작으로 떠올랐다. 지스타 현장에서 이 회사 시연장에는 2시간 넘는 대기 줄이 섰다.

네오위즈는 이 게임을 내년 여름께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이후에도 확장판 출시와 컬래버레이션 등을 통해 추가 매출을 극대화한다는 구상이다. 윤예지 하나증권 연구원은 "다른 캐릭터로 플레이가 가능한 DLC(Downloadable Content)를 기획하고 있어 최초 패키지 매출뿐 아니라 반복 매출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출시 예정인 'P의 거짓'. 네오위즈게임즈 제공
증권사들은 P의 거짓의 첫해 판매량을 200만장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이 190만장, SK증권은 200만장, NH투자증권은 210만장 등을 제시했다.

NH투자증권은 "P의 거짓이 성공하면 회사의 체질이 바뀐다"고 설명했다. 게임 포털 '피망'으로 잘 알려진 네오위즈는 오랫동안 고스톱, 포커 같은 웹보드 게임이 주력이었다. 하지만 웹보드 게임은 정부 규제가 강하고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네오위즈 주가는 지난 6개월 동안 80% 이상 상승했다. 크래프톤,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대형 게임업체 주가가 같은 기간 2~10%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올 하반기 들어 웹보드 게임의 구매 한도 규제가 완화(월 50만→70만원)되고, P의 거짓의 해외 수상을 계기로 신작 흥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영향이었다.네오위즈는 능력있는 중소 게임 개발사에 투자해 수익원을 다각화하는 전략도 쓰고 있다. '브라운더스트' 개발사 겜프스, '킹덤: 전쟁의 불씨'의 파우 게임즈, '고양이와 스프'를 만든 하이디어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올해 지스타에는 43개국에서 987개사가 참여해 2947개 부스를 차렸다. 코로나19 탓에 제한적으로 열린 지난해와 비교하면 규모가 두 배 이상 커졌다. 4년 만에 지스타에 참가한 넥슨이 가장 큰 부스를 만들었고, 넷마블도 대형 전시관을 마련해 신작을 선보였다. 크래프톤이 다음달 정식 출시에 앞서 미리 공개한 '칼리스토 프로토콜'도 많은 관람객을 끌어모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연이어 낮아져 왔던 게임사의 밸류에이션이 회복될 수 있는 산업적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신작 흥행 시 이익 개선과 밸류에이션 회복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내년 게임업계 실적이 전반적으로 크게 개선되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엔데믹(코로나19 종식)에 따라 모바일게임 시장이 작아졌고, 업체마다 직원들 연봉을 경쟁적으로 올려주느라 인건비 부담도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특급 기대작' 출시를 앞둔 기업에는 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사진=뉴스1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2022 지스타, 희망을 보다' 보고서에서 "지스타에서 확인된 일부 게임의 높은 완성도는 정체된 국내 게임 시장을 벗어나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전망"이라며 "크래프톤, 네오위즈와 같이 AAA급 신작 출시를 앞두고 있는 기업에 대한 선택적 투자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