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64년 만에 나온 웨일스 골' 베일 "PK, 나를 믿었다"

22일 미국전에서 0-1로 뒤진 상황, 페널티킥 얻어내고 직접 성공
'웨일스의 캡틴' 개러스 베일(32)은 차분한 표정으로 미국 골키퍼 맷 터너(28)와 11m 거리를 두고 맞섰다.절체절명의 순간,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베일은 왼발로 강하게 공을 차 골문 오른쪽을 뚫었다.

터너가 방향을 잡았지만, 공은 골망을 흔들었다.

웨일스가 1958년 이후 64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서 골을 넣은 장면이었다.베일은 "나를 의심하지 않았다"며 "압박감은 느꼈지만,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는 건 내 책임이자 의무이다.

나를 믿었고, 기쁘게도 골을 넣었다"고 말했다.

웨일스는 22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미국과 1-1로 비겼다.라이베리아 대통령 조지 웨아의 아들인 티머시 웨아(미국)에게 전반 36분에 선제골을 허용하고 경기 내내 끌려가던 웨일스는 후반 37분, 베일이 페널티킥을 얻고 직접 차 넣어 승점 1을 얻었다.

경기 최우수선수 격인 '플레이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된 베일은 국제축구연맹(FIFA), 영국 BBC, ITV와의 인터뷰에서 "전반전 우리 팀의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미국이 좋은 경기를 했고, 솔직히 우리는 형편없었다"며 "하프 타임에 롭 페이지 감독이 우리의 사기를 끌어 올렸고, 후반전에는 미국과 치열하게 싸웠다"고 총평했다.이어 "후반 막판에 페널티킥이 선언된 순간, 내가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순간에 내가 키커로 나설 수 있다는 건 무척 행복한 일"이라며 "경기 내용을 생각하면 승점 1을 얻은 것도 고무적이다.

우린 다음 경기에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일은 웨일스 축구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다.

클럽에서 화려한 이력을 쌓은 베일은 A매치에서도 웨일스 축구 역사를 바꿔가고 있다.

2006년 웨일스 역대 최연소로 성인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른 베일은 카타르 월드컵 1차전에서 개인 109번째 A매치에 출전해 크리스 건터의 웨일스 A매치 최다 출전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또한, 41번째 골을 넣으며 자신이 보유한 웨일스 A매치 최다 골 기록을 경신했다.

베일이 개인 첫 월드컵 본선 경기에서 넣은 개인 첫 골은 웨일스 월드컵 역사에 길이 남을 득점이기도 하다.

웨일스는 1958년 스웨덴 월드컵 이후 64년 만에 역대 두 번째로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다.

베일은 존 찰스(1골), 아이버 얼처치(2골), 테리 메드윈(1골)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월드컵 본선에서 골을 넣은 웨일스 선수로 기록됐다.
베일은 경기장 밖에서도 웨일스 대표팀의 리더 역할을 한다.

웨일스의 젊은 공격수 브레넌 존슨은 최근 스포츠선수 기고전문매체인 '더 플레이어스 트리뷴'에 "카타르 월드컵 유럽 예선을 치를 때 베일이 팀 동료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엄청난 기회를 얻었는지, 이 기회를 놓치면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를 강조했다"며 "베일의 조언은 우리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고 전했다.

베일은 필드 위에서 페널티킥 기회를 살리며, 자신의 말을 행동으로 옮겼다.

미국과의 첫 경기를 마친 베일을 곧바로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다음 경기(이란과의 2차전)를 기다린다"고 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