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약속 가다 깜짝"…여의도 직장인들 눈 휘둥그레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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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파업에 여의도역 직장인들 불편 호소
노동계 줄줄이 파업 예고
당정 "철회하길"…野 "입장 차 커, 물류대란 걱정"
사람이 가득한 모습을 보니 최근 이태원 참사 생각도 나고, 갑자기 숨이 탁 막히는 기분이었어요.22일 여의도역 오전 11시 40분경. 점심 식사를 위해 많은 직장인이 이동하던 가운데, '노란봉투법' 입법 등을 위해 투쟁에 나선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몰리면서 지하철 역사 내부와 여의도역 일대가 마비돼 일부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한 시민은 "이게 뭣들 하는 일이야"라고 소리치고는 아예 다른 출구 쪽으로 방향을 돌려갔다. 출구로 빠져나간 뒤에도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거리 곳곳에서 내뿜는 담배 냄새로 인해 불쾌감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있었다.점심 약속을 위해 이동 중이었다는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다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겠지만, 다른 시민들한테 이렇게까지 불편을 끼쳐도 되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조심스레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 보호, 노동권 확대, 민영화 저지, 공공성 강화를 위해 총파업·총력투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민주노총의 대정부·국회 요구 사항은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통한 건설 현장의 중대재해 근절 △화물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및 적용 업종 확대 △교통·의료·돌봄 민영화 중단 및 공공성 강화 △노조법 2, 3조 개정 △'진짜 사장 책임법'과 '손해배상 폭탄 금지법' 제정 등이다.현재 노동계에서는 23일 공공운수노조 총파업을 시작으로 24일 화물연대, 25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조와 학교 비정규직 노조, 30일 서울교통공사 노조, 다음 달 2일 전국철도노조 파업을 예고했다.
당정 "경제 볼모 잡은 파업 용인 못해"
vs 野 "물류대란 또 생길까 매우 걱정"
파업을 바라보는 정부·여당과 야당의 시선이 다소 엇갈리고 있어 앞으로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정부와 국민의힘은 안전운임제 일몰 시한을 3년 더 연장하되 품목을 확대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사태 점검 긴급 당·정협의회'를 마친 후 브리핑에서 "지난 6월에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하루에 약 2000억원 정도의 큰 경제적손실이 있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면서 "국민을 상대로 국가 경제를 볼모로 삼아 대한민국을 멈추게 하는 어떠한 파업에도 정부는 용인할 수 없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린다"고 비판했다.이어 "일에는 명분이 중요하다. 국민의 동의를 받지 못하는 명분 없는 파업은 철회해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원장은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대상 확대 및 일몰제 폐지에 대해 "정부 측과 우리 당의 입장 차가 커서 또다시 화물연대의 파업과 물류대란이 생기는 불상사가 있지 않을까 매우 걱정된다"며 "우리 당 차원에서 대상을 확대하고 일몰제를 폐지하는 등 전향적으로 해보겠다"고 전했다.다만 노란봉투법과 관련해선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지만 무리해서 강행 처리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판례나 사용자 측과 노동자 측이 각각 이해하는 다른 부분이 있어서 그것들을 충분히 논의하면서 처리할 것"이라며 "관련해서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