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출가 김숙영 "뮤지컬보다 재미있는 오페라 보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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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오페라단 '라 보엠' 연출가 김숙영“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은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에요. 1830년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젊은 예술가들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린 작품입니다. 원작에 충실한 사실적인 무대와 극중 인물의 속마음까지 끌어낸 연출로 영화나 뮤지컬보다 더 생동감 넘치는 ‘라 보엠’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내달 1~4일 예술의전당서 개막
1830년대 프랑스 배경으로 한
젊은 예술가들의 사랑 이야기
막과 막 사이에 팬터마임 삽입
"관객 몰입도·극 흐름 이어가고
감정 교류 위한 새로운 시도"
배경 극대화 위해 턴테이블 사용
배우 표정 전달하려 위치도 바꿔
2년 전 무대 직전 코로나로 취소
"긴 연습 기간이 자양분 됐다"
‘토스카’ ‘나비부인’과 함께 푸치니의 3대 오페라로 꼽히는 ‘라 보엠’(국립오페라단 제작)을 다음달 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리는 연출가 김숙영(52·사진)은 22일 “작품의 배경인 파리 라탄 지구의 다락방이나 모무스 카페 등을 온전히 표현하기 위해 원작 소설을 비롯한 관련 문헌 수십 권을 찾아 읽었다”며 이같이 말했다.2019년 연출한 ‘나비부인’으로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을 받은 중견 연출가 김숙영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고등학생 때는 화가의 꿈을 품고 미술을 전공했지만 정작 대학은 한양대 성악과로 진학했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뒤 오페라·뮤지컬 연출 석사학위(애리조나주립대)를 받았고 귀국해서는 한양대에서 연극영화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김숙영은 “모든 것은 예술과 미에 대한 넘치는 호기심에서 시작됐다”며 “종합예술인 오페라를 연출하는 데 다양한 전공을 거친 게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라 보엠’은 앙리 뮈르제의 소설 <보헤미안들의 인생풍경>을 바탕으로 작곡된 전 4막 오페라다. 파리 라탄 지구에 사는 로돌포와 미미, 마르첼로와 무제타의 극적인 연애담이 펼쳐진다. 이번 ‘라 보엠’ 공연의 특징은 1막과 2막, 3막과 4막 사이에 원작에 없는 팬터마임 극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배우 백승환이 자막에 뜨는 ‘로돌포의 일기’를 바탕으로 마임 연기를 펼친다.
‘로돌포의 일기’는 원작 소설을 기초로 김숙영이 직접 쓴 글이다. “막과 막 사이 무대를 전환하는 때 정적 속에서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까웠어요. 관객의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방해물로 작용하죠. 오랜 고민 끝에 극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관객이 로돌포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도록 팬터마임을 활용하기로 했죠.”그는 “작품 속 인물들의 상황과 심경을 청중이 공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출 기법을 동원했다”고 설명했다. “파리의 깜깜한 뒷골목에서 순식간에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카페가 등장할 때의 대비를 극대화하기 위해 회전무대를 사용했습니다. 주요 장면에서 성악가의 표정과 떨리는 음색을 더 명확히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세밀한 관점에서 색다른 무대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요.”
이번 작품은 2020년 12월 서울 공연을 위해 제작됐다. 하지만 무대에 오르기 직전 코로나19 사태 확산 영향으로 공연이 취소됐다. 그는 “당시엔 아쉬움이 너무 컸지만 무대 완성도를 높이고 출연진이 좋은 호흡을 보이는 데 긴 연습 기간이 자양분이 됐다”고 말했다. “관객에게 전달되는 극적 생동감은 자연스러운 연기에서 비롯됩니다. 그 자연스러움은 치밀한 계획과 충분한 연습에서 나오죠. 영화나 뮤지컬보다 더 살아 있는 연기를 선보이기 위해 숨을 몇 초 쉬고, 어떤 모습으로 움직임을 만들 것인지까지 까다롭게 요구했습니다.”
김숙영은 “연습 초기에는 성악가들이 이런 요구에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하는 마음에 다들 믿고 따라와줬다”며 “한 호흡으로 이뤄지는 몰입도 높은 연기와 성악가들의 뛰어난 가창이 관객의 눈과 귀를 만족시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미미 역에 소프라노 서선영 이윤경, 로돌포 역에 테너 강요셉 신상근, 마르첼로 역에 바리톤 김기훈 이승왕, 무제타 역에 박지영 김유진 등 한국 정상급 성악가들이 출연한다. 독일계 지휘자 세바스티안 랑 레싱이 이끄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를 맡는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