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취임 한달 이재용…상생경영·글로벌 인맥 '광폭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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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현장일정 '지방협력사 챙기기'…빈살만 등 인맥 네트워크 재확인
연말인사 '뉴삼성' 비전 구체화할듯…지배구조 개편 등 과제는 여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오는 27일로 '회장 타이틀'을 단 지 한 달이 된다.별도의 취임식 없이 회장직에 오른 그는 첫 행보로 지역 협력사를 챙기며 '상생 경영'을 강조한 동시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비롯한 글로벌 인사들과 잇따라 만나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미래 동행' 강조
23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의 취임 한 달을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미래 동행'이다.지난달 27일 회장이 되고 첫 현장 방문 일정으로 28년간 삼성전자와 거래해 온 광주의 한 협력사를 택했다.
"협력회사가 잘 돼야 우리 회사도 잘 된다"는 것이 이유다.
이달 8일에도 삼성전자가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한 부산의 한 중소 도금업체를 찾아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해 상생의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이같은 '미래 동행' 행보는 삼성전자의 사회적 책임(CSR) 경영 성과를 알리고 삼성에 대한 일각의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취임 일성으로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어보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첫 행보로 상생 현장을 찾았다는 건 앞으로 미래 동행을 경영의 중요한 한 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인맥 과시…"면담 1순위"
최근에는 이 회장의 '글로벌 인맥'이 새삼 부각됐다.
최근 잇따라 방한한 해외 VIP들이 이 회장과의 면담을 희망했기 때문이다.가장 큰 관심을 끈 건 '40조 투자 보따리'를 들고 온 빈 살만 왕세자와의 회동이었다.
이 회장은 지난 17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과 함께 빈 살만 왕세자의 숙소인 롯데호텔을 찾아 1시간 30분 넘게 티타임을 가졌다.
재계 총수 8명과 한꺼번에 만나는 자리이긴 했지만, 이 회장은 빈 살만 왕세자의 바로 옆에 앉아 친분을 과시했다.
3년 전 빈 살만 왕세자 방한 당시엔 이 회장이 두 달여 지나 중동 출장길에서 다시 한번 그를 만났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또다시 해외 출장에 나서 네옴시티 사업 수주 등 구체적인 사업 협력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장은 또 최태원 회장과 함께 한·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인 차담회에 참석, 양국 정상에 배석해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ASML의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와 반도체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18일 이 회장과의 면담 사진을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하기도 했다.
산체스 총리는 전날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반도체 1라인(P1)을 방문한 데 이어 이 회장과 만나 스페인 정부의 반도체 사업 구상을 설명하고 투자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 첫 연말 인사에 관심 집중…과제도 산적
다만 이 같은 광폭 행보에도 아직 구체적인 사업 성과나 메시지가 가시화한 것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취임사 이후 이렇다 할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는 만큼 회장 취임 후 처음 단행하는 이번 연말 인사를 통해 '뉴삼성'의 비전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인사는 예년과 같은 12월 초에 있을 예정이다.
작년에 60대 '3인 수뇌부'를 모두 교체하고 조직 개편을 통해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의 '투톱 체제'를 구축한 만큼 올해는 이 같은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비서조직 신설 등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는 회장이 된 만큼 인사로 '뉴삼성' 비전을 보여줘야 할 때"라며 "과감한 조직 개혁을 통한 혁신이 필요한 만큼 이를 이 회장이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이사회가 이 회장의 승진 안건을 의결한 이유 중 하나로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의 필요성을 꼽은 만큼 미래 먹거리 발굴과 대규모 인수·합병(M&A) 등의 성과물을 가시화할 필요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조만간 해외 출장 등을 통해 본격적인 글로벌 행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직원과 셀카 등 친근한 총수 이미지도 좋지만 이제는 성과로 얘기해야 할 시점"이라며 "인사든 M&A든 구체적인 성과를 내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지배구조 개편과 새 노사관계 정립 등 과제도 산적해 있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삼성물산 최대 주주인 이 회장(17.97%)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 지분 31.31%을 통해 삼성생명,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는 형태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1.63%에 불과하다.
변수는 야당이 추진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20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대거 팔아야 하기 때문에 이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복귀해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노사 관계의 변화도 주목된다.
'무노조 경영' 폐기를 공식 선언한 이후 창사 이래 첫 단체협약 체결 등의 일부 진전이 있기는 했지만, 다른 기업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등은 이 회장과의 만남 등을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연합뉴스
연말인사 '뉴삼성' 비전 구체화할듯…지배구조 개편 등 과제는 여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오는 27일로 '회장 타이틀'을 단 지 한 달이 된다.별도의 취임식 없이 회장직에 오른 그는 첫 행보로 지역 협력사를 챙기며 '상생 경영'을 강조한 동시에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비롯한 글로벌 인사들과 잇따라 만나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미래 동행' 강조
23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의 취임 한 달을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미래 동행'이다.지난달 27일 회장이 되고 첫 현장 방문 일정으로 28년간 삼성전자와 거래해 온 광주의 한 협력사를 택했다.
"협력회사가 잘 돼야 우리 회사도 잘 된다"는 것이 이유다.
이달 8일에도 삼성전자가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한 부산의 한 중소 도금업체를 찾아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해 상생의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이같은 '미래 동행' 행보는 삼성전자의 사회적 책임(CSR) 경영 성과를 알리고 삼성에 대한 일각의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취임 일성으로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어보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첫 행보로 상생 현장을 찾았다는 건 앞으로 미래 동행을 경영의 중요한 한 축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인맥 과시…"면담 1순위"
최근에는 이 회장의 '글로벌 인맥'이 새삼 부각됐다.
최근 잇따라 방한한 해외 VIP들이 이 회장과의 면담을 희망했기 때문이다.가장 큰 관심을 끈 건 '40조 투자 보따리'를 들고 온 빈 살만 왕세자와의 회동이었다.
이 회장은 지난 17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과 함께 빈 살만 왕세자의 숙소인 롯데호텔을 찾아 1시간 30분 넘게 티타임을 가졌다.
재계 총수 8명과 한꺼번에 만나는 자리이긴 했지만, 이 회장은 빈 살만 왕세자의 바로 옆에 앉아 친분을 과시했다.
3년 전 빈 살만 왕세자 방한 당시엔 이 회장이 두 달여 지나 중동 출장길에서 다시 한번 그를 만났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또다시 해외 출장에 나서 네옴시티 사업 수주 등 구체적인 사업 협력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장은 또 최태원 회장과 함께 한·네덜란드 반도체 기업인 차담회에 참석, 양국 정상에 배석해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ASML의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와 반도체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18일 이 회장과의 면담 사진을 소셜미디어(SNS)에 공개하기도 했다.
산체스 총리는 전날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반도체 1라인(P1)을 방문한 데 이어 이 회장과 만나 스페인 정부의 반도체 사업 구상을 설명하고 투자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 첫 연말 인사에 관심 집중…과제도 산적
다만 이 같은 광폭 행보에도 아직 구체적인 사업 성과나 메시지가 가시화한 것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취임사 이후 이렇다 할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는 만큼 회장 취임 후 처음 단행하는 이번 연말 인사를 통해 '뉴삼성'의 비전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인사는 예년과 같은 12월 초에 있을 예정이다.
작년에 60대 '3인 수뇌부'를 모두 교체하고 조직 개편을 통해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의 '투톱 체제'를 구축한 만큼 올해는 이 같은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 비서조직 신설 등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재계 관계자는 "올해는 회장이 된 만큼 인사로 '뉴삼성' 비전을 보여줘야 할 때"라며 "과감한 조직 개혁을 통한 혁신이 필요한 만큼 이를 이 회장이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이사회가 이 회장의 승진 안건을 의결한 이유 중 하나로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의 필요성을 꼽은 만큼 미래 먹거리 발굴과 대규모 인수·합병(M&A) 등의 성과물을 가시화할 필요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조만간 해외 출장 등을 통해 본격적인 글로벌 행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직원과 셀카 등 친근한 총수 이미지도 좋지만 이제는 성과로 얘기해야 할 시점"이라며 "인사든 M&A든 구체적인 성과를 내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지배구조 개편과 새 노사관계 정립 등 과제도 산적해 있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삼성물산 최대 주주인 이 회장(17.97%)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 지분 31.31%을 통해 삼성생명,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는 형태다.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1.63%에 불과하다.
변수는 야당이 추진 중인 보험업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20조원에 달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대거 팔아야 하기 때문에 이 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복귀해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노사 관계의 변화도 주목된다.
'무노조 경영' 폐기를 공식 선언한 이후 창사 이래 첫 단체협약 체결 등의 일부 진전이 있기는 했지만, 다른 기업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 등은 이 회장과의 만남 등을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