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공항 사람들] ⑥"화장실 갈치 손질에 샤워까지"…환경미화원 힘들어요

"무시하는 태도에 더 힘들어…일 속에서 보람 느낀다"
코로나19 전 연간 1천900t, 후에는 1천100t 쓰레기 배출

[※ 편집자 주 = '공항'은 여행에 대한 설렘과 기대로 충만한 공간입니다. 그중에서도 제주공항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그 의미가 각별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지나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이어지는 이 시대에도 '쉼'과 '재충전'을 위해 누구나 찾고 싶어하는 제주의 관문이기 때문입니다.

연간 약 3천만 명이 이용하는 제주공항. 그곳에는 공항 이용객들의 안전과 만족, 행복을 위해 제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비록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며 제주공항을 움직이는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 이야기와 공항 이야기를 2주에 한 차례씩 연재합니다.

]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제주공항.
잠깐 스쳐 가는 것 같지만 여행객들은 연간 2천t 가까이 되는 쓰레기를, 외국인 발길이 끊긴 코로나19 이후에는 1천t 넘는 쓰레기를 남기고 간다. 쓸고 닦기를 수백, 수천 차례…. 쓰레기를 치우며 공항을 쾌적하게 가꾸는 환경미화원들의 속사정을 23일 들여다본다.

◇ 공항 진상 이용객들 백태
"참 대단(?)하신 손님들 많으세요…."
지난 2일 제주공항에서 인터뷰한 공항 환경미화원 S(65)씨와 H(64·여)씨는 소위 '진상' 공항 이용객 사례를 얘기하며 혀를 내둘렀다.

S씨와 H씨는 제주공항에서 각각 14년, 18년간 공항 청소 업무를 하면서 별의별 일들을 겪었다. 여름철 바닷가에서 물놀이한 뒤 공항 화장실에서 옷을 훌러덩 벗고 몸을 씻는 관광객이 있는가 하면 서핑을 즐긴 후 말리지도 않은 서프보드를 들고 다니며 공항 대합실 곳곳에 바닷물과 모래를 흘리는 관광객도 있다.

또 게, 조개 등을 잡으며 놀고 다니다가 막상 비행기에 들고 타기 불편하니 쓰레기통에 살아있는 그대로 버리는 사람도 있다.

뒤처리는 모두 공항 환경미화원들의 몫이다.

심지어 간혹 낚시로 갈치 등 생선을 잡아 공항에 와서는 화장실 세면대에서 손질하는 몰지각한 관광객도 있다.

공항 수하물로 부치기 위해 아이스박스에 얼음과 생선을 채우고 남은 얼음과 찌꺼기를 모두 세면대에 쏟아붓고 뒷정리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이런 진상 관광객이 다녀간 공항 렌터카 하우스 또는 공항 대합실 화장실에는 온통 비린내가 진동한다.
어쩌다 현장을 목격해도 속수무책이다.

S씨는 "'이러면 안된다'고 강하게 말을 하면 오히려 더 큰소리를 치고 난리를 친다"고 말했다.

H씨는 "'조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라며 조심스럽게 말해도 상대방은 매우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 그냥 입을 딱 다물고 있는 게 제일 현명한 방법"이라고 하소연했다.

공항 이용객 중에는 쓰레기를 분리수거하지 않고 아무렇게나 버리는 건 다반사고, 마시던 커피와 스무디 등 반쯤 남은 음료를 그대로 버려 분리수거를 어렵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 가장 힘든 부분은 자신들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다.

'직업에는 귀천(貴賤)이 없다'고 말하지만, 환경미화 노동자에게 반말하며 하대하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환경미화원이 비좁은 대합실 의자 사이를 청소할 때 '죄송합니다'라고 하면서 완곡하게 잠시 비켜달라고 요청해도 본체만체 무시하며 비켜주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H씨는 "어떤 일이나 어려움이 있듯이 청소 일은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크게 '애로사항'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손님들이 저희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등 사람들과 부딪히는 과정이 너무나 힘들다"고 털어놨다.

다행히도 공항 내 근로 여건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계약직 또는 용역직 등 비정규직 신세를 면치 못했던 환경미화 근로자들은 현재 한국공항공사의 자회사인 남부공항서비스에 소속돼 정규직화됐다.

S씨는 "과거와 비교해 상황은 좋아지고 있다"며 "처음 일할 때는 힘든데 지나고 보면 보람되고 나중에 '잘했다'는 생각도 하게 되는 것 같다.

일 속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제주공항에는 150명이 3조 2교대로 30만㎡ 면적의 공항 내 환경미화 작업을 하고 있다.
◇ 나누고 줄이고 재활용하는 제주공항
지난 2017년 2월 12일 제주공항에 중국인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로 아수라장이 된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면서 전국적인 논란이 됐다.

당시 사진 속 제주공항 국제선 출국대합실은 면세품 포장지 등 온갖 쓰레기로 가득했고, 화장실과 공항 내 승객운송버스 안에도 중국인들이 버린 쓰레기가 가득했다.

중국인들이 제주 여행 중 구매한 면세품은 바로 실물을 받는 것이 아니라 출국하면서 공항 내 면세품 인도장을 통해 수령하게 되는데 과대 포장된 면세품을 그대로 여행용 가방에 넣기 힘들기 때문에 포장지를 뜯어 출국대합실에 버리고 간 것이다.

당일에만 100ℓ들이 쓰레기봉투 100여 개 분량의 쓰레기가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시 중국인들의 무질서와 면세점 과대포장, 공항 내 쓰레기 처리공간 부족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처럼 국내선뿐만 아니라 국제선 출국장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엄청나다.

국제선 운항이 정상화되는 현 상황에서 앞으로 개선해야 나가야 할 부분이다.

그뿐만 아니라 제주공항 보안검색 과정에서 나오는 기내반입금지물품도 고스란히 쓰레기가 된다.

하루에도 수천개의 기내반입물품이 적발되는 등 올 1월부터 10월 23일까지 칼과 공구류, 라이터, 인화성류 등 적발된 물품은 11만6천955점에 이른다.
연간 제주공항에서 나오는 쓰레기 배출량은 얼마나 될까.

2017년 1천804t, 2018년 1천901t, 2019년 1천804t, 2020년 1천106t, 2021년 1천155t, 2022년 9월 936t 등이다.

이는 재활용 쓰레기를 제외한 쓰레기 배출량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가 빗장을 걸어잠근 2020년 이후 외국인 발걸음이 끊기면서 쓰레기 양이 크게 줄었지만 국내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쓰레기 배출은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는 공항 내 쓰레기 줄이기에 팔을 걷어부쳤다.

우선 제주공항 보안검색 과정에서 적발된 문구용 칼을 비롯해 가위, 공구류 등을 지난 5월부터 어촌계에 기부하고 있다.

적발 물품을 일일이 폐기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제주 지역 어촌계에서는 그물 작업할 때 필요한 물품을 제공받을 수 있어 비용 절감과 쓰레기 배출량 감소, 지역 어촌계 공유 등 1석3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제주공항은 이와 비슷한 취지에서 지난 6월부터 '오멍가멍('오면서 가면서'란 뜻의 제주어) 같이 쓰는 가치우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비행기를 타면서 공항에 두고 가는 우산을 모아뒀다가 비가 내리는 날 제주에 온 관광객, 도민을 위해 우산을 공유하는 서비스다.

4개월간 2천300여개 우산을 대여하고 2천500여개 우산을 수거하는 등 공항 내 폐기물을 줄이고 나눔과 공유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1층 공항을 빠져나가면서 우산을 빌려 썼다가 타지역으로 나갈 때 3층 우산 공유함에 꽂으면 된다"며 "굳이 '양심'에 호소할 필요도 없고 '필요'에 의해 함께 공유해서 쓰면 되는 '가치우산' 서비스는 전국 공항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