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기' 美中 북핵 접점, 안보리 의장성명 협상이 시험대

美, 조만간 초안 회람·중러와 협상할 듯…주유엔 미국대사 "단합 요구되는 순간"
북한의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해 미국이 공개 제안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의장성명 채택 여부가 향후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미중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현지시간 지난 21일 개최된 안보리 공개회의에서 "안보리가 북한의 행동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라며 의장성명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유엔주재 미국 대표부는 22일(현지시간) 미국의 소리(VOA) 방송 질의에 "미국의 의장성명 초안이 곧 안보리와 공유될 것"이라고 말해 조만간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다른 이사국들에 초안이 회람되고 문안 협의가 진행될 전망이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의장성명에 대해서는 현재 이사국들 간에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성명이 채택된다면 2017년 8월 이후 5년여 만에 안보리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 의장성명을 내게 된다.

안보리에서 의장성명은 가장 강력한 의결 형태인 결의(resolution) 바로 아래 단계의 의사 표현이다.

안보리 의장이 이사국들의 총의를 모아 발표하는 성명으로, 보통 15개 이사국 컨센서스(표결없는 동의)로 채택되며 안보리 공식문서로서 지위를 갖는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안보리가 어떤 사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고 이를 공식 기록으로 남긴다는 의미가 있다.

미국은 현재로서 별도의 추가 제재 결의안을 함께 추진하기보다 의장성명 도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중러의 동의를 얻기 어려운 제재 결의안보다 수위를 낮추더라도 안보리가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단합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린다 토마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23일 트위터에 "안보리는 북한의 위협적이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에 대응해 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단합이 요구되는 순간"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주목되는 것은 중국과 러시아가 협상에 어떤 태도로 나오느냐다.

특히 지난달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로 시진핑 국가주석 3기 체제를 구축한 이후 중국의 대북 기조를 가늠할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시 주석은 당대회를 마치고 주요 20개국(G20) 및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미국, 한국, 일본 등과 활발한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동안 국내 정치 일정에 집중하다 다시 외교무대에 나와 국제사회와 관여에 나선 것이다.

연쇄 정상회담에서 한미일은 중국이 북한 도발을 자제시키기 위한 역할을 해달라고 요구했고 중국도 나름대로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 직후 안보리 의장성명이라는 실질적 제안을 미국이 내놓은 것으로, 이 협상이 어떻게 이뤄지는지가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장쥔 주유엔 중국대사는 21일 안보리 공개회의 당시 미국이 "북한의 정당한 우려에 긍정적으로 반응해야 한다"며 북한을 두둔하기는 했지만, 이전처럼 미국이 인도태평양 역내 국가들과 군사동맹을 강화하고 있다는 등의 비난은 하지 않았다.

다만 의장성명 협상이 타결되려면 중국과 러시아가 원하는 내용도 일부 수용하는 등 어느 정도의 타협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미일은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을 계속 추진하는 동시에 추가 독자제재 발표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추가 독자제재 가운데 상당한 비중을 두고 추진해온 사이버 분야 제재는 이번 ICBM보다는 북한의 7차 핵실험 등 더욱 중대한 도발시 본격적으로 단행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