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도둑' 지목된 노인일자리…호평 받는 '우수 사례'도 있었다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노인일자리 사업은 정부의 과도한 세금지출을 지적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사업이다. 화단정리, 쓰레기 줍기 등 필요하지도 않은 사업에 노인 인력을 과다하게 투입해 낭비를 야기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와 달리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사업도 있다. 우수 사업을 중심으로 일자리 형태의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마트폰 교육·로봇 카페도 노인일자리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24일 노인일자리 우수 운영모델을 선정하고, 신규 사업 아이템 공모전 선정 결과 등을 발표했다.우수 운영모델 10곳 중 대상(보건복지부 장관상)으로 선정된 것은 경기 의왕시에서 운영하는 '시니어스마트매니저'다.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가 노인복지관, 치매안심센터, 경로당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등 스마트 기기 활용법 상담으로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디지털디바이드가 심화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젊은 노인들이 더 고령인 노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치매예방 활동도 진행한다.

로봇을 활용해 치킨과 커피를 판매하는 이천시의 카페꼬꼬동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치킨을 튀기고 커피를 내리는 등의 작업은 로봇이 담당해 노인들은 보조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부산 동구의 동구환경지킴이, 대구 달성군의 시니어소비피해예방 활동 등도 최우수상을 받았다.

유기동물 보호센터 봉사활동, 배수로 안전파수꾼 등의 사업은 신규 아이템 공모전에서 수상했다. 전북 군산시에서 제안한 유기동물 보호센터 봉사는 유기동물보호센터에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를 배치해 동물 돌봄, 시설 내·외부 환경정리, 방역 소독 활동 등을 추진한다는 내용이다.대전 서구는 우천시 배수로 안전의 중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평소 관내 배수로 점검에 노인 인력을 투입하는 방안을 제시해 최우수상을 받았다.

시장식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서울외신기자클럽에서 열렸다.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은 "공모전을 통해 발굴한 아이템을 실제 사업화하겠다"며 "앞으로도 우수 사례 발굴 등으로 지역사회의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노인일자리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내년 85만개 노인일자리 공급

정부는 내년 노인일자리 공급 규모를 올해 수준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공형 일자리를 늘리는 부분을 국회와 상의해 전향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이날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고령 어르신은 민간 취업이 힘들기 때문에 소득감소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많다. 공공형 일자리는 올해 규모만큼은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하자 이같이 답했다.

이는 정부가 당초 노인 일자리 예산을 재구조화하면서 민간형 일자리를 늘리고, 공공 단순형 일자리를 줄이겠다고 밝힌 방침을 거둬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앞서 지난 8월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내년도 노인 일자리 공급을 2만3000개 줄여 82만2000개 규모로 운영한다고 밝혔다.직접일자리 공급을 줄이는 대신 민간의 고용을 유도하는 데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노인일자리는 민간 서비스형 고용을 3만8000명 늘려 직접일자리 감소분(2만3000명)을 상쇄한다는 계획이다. 기업이 고령자를 고용하면 지급하는 '고령자 고용장려금'은 지원 대상 규모를 9000명에서 6만1000명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었다.

추 부총리가 예결위 첫날부터 세금일자리 확대 방안을 언급하면서 내년 노인 일자리 수는 올해 수준인 85만개 선으로 다시 확대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 98만개로 줄어든 전체 공공일자리 공급 규모도 100만명을 다시 상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