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트랙터 팔아 '대박'…슈퍼개미도 노렸던 한국의 '이 회사' [안재광의 대기만성's]

농기계 팔아 매출 1조원 넘긴 '대동'

지구 인구 80억…농업 생산성 혁명에 주목
경운기의 대명사 대동, 국내 시장 평정후
미국서 트랙터 연 2만대 넘게 팔아 '대박'
킹달러 수혜 겹쳐 올해 사상 최대 매출
3세 경영인 김준식 회장의 공격 경영
전기 오토바이 등 새 성장 사업 발굴
반짝 성장에 그치는 것 아닌가 의문도
▶안재광 기자


지금은 보기 힘든데, 20여년 전만 해도
농촌에선 거의 집집마다 경운기가 있었죠.
농촌 산업화의 상징과도 같았어요.
그런데 이 경운기 혹시 누가 만든지 아시나요.
자동차 회사는 알아도 경운기 회사는 잘 모르시죠.
사실 관심도 잘 없죠.
농기계는 재미도 없고 대단한 산업 같지도 않아요.
대단한 기업의 만만한 성공스토리 대기만성스,
이번 주제는 농기계 팔아 매출 1조원 넘긴 대동 입니다.
대동은 굉장히 오래된 회사죠.
1947년에 설립이 됐으니까, 올해 75년이 됐습니다.
국내에서 100년 넘긴 회사는 단 열 곳 뿐이고,
60년 이상 된 기업도 569곳에 불과 합니다.
요즘 스타트업이 우후죽순 생기고 있지만
대동 처럼 75년을 버틸 수 있는 회사는
정말 몇 안 될거에요.
대동은 그 오랜 기간 뭘 해서 생존을 했냐면,
농기계, 그 중에서도 경운기를 많이 만들어 팔았습니다.
대동은 동력 경운기, 그러니까 엔진으로 가는 경운기를
1962년 국내에서 처음 양산을 했습니다.
현대차의 첫 차 포니보다 15년이나 빨랐죠.
당시가 어떤 상황이었냐면, 한국의 근대화가 시작돼
농촌에 있던 젊은이들이 도시로 몰려 들 때였어요.
원래 농사가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이었는데
다 도시로 몰려가면 소는 누가 키우고, 밭은 누가 가나요.
그래서 정부가 부랴부랴 농업 기계화 사업이란 것을
시작 합니다. 농사 지을 사람이 점점 적어지니까,
기계로 대체를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핵심이 경운기 였어요.
경운기는 과거 소가 했던 역할을 대체했죠.
논, 밭을 갈고, 땅을 고르고, 흙덩이를 부수는 일을 했습니다.
또 사람이 타거나 짐을 싣는 역할도 했죠.
경운기 하면 대동이 대명사가 될 정도로
농촌에선 대단한 회사로 통했습니다.
경운기는 이후에 덩치도 훨씬 크고 힘도 세고
더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트랙터로 대체되긴 했지만,
한국에선 꽤 오랜 기간 농촌의 필수 농기계 였어요.
대동은 안정적으로 국내 농기계 수요를 가져 갔죠.
창업주 김삼만 회장, 그리고 그의 장남
김상수 회장으로 대를 이어가며 경영을 했습니다.
지금은 3세 경영자 김준식 회장이 이끌고 있어요.
대동은 지난해 연 매출 1조원을 처음 넘겼습니다.
매출 1조원 달성하는 데 74년 걸린 겁니다.
쿠팡이 1조원 달성하는 데 5년 걸렸는데,
대동은 여기에 비하면 소처럼 꽤 느리게 갔어요.
그런데 잘 살펴보면 대동의 매출은
최근에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그 이전에는 성장을 거의 안 했다는 얘기죠.
2세대인 김상수 회장이 경영을 했던 시기인
2010년대 대동의 매출은 5000억원 안팎에서
정체를 보였는데요,
김상수 회장이 2017년 영면하고 김준식 회장이
넘겨 받으면서 매출이 빠르게 늘어 납니다.
매출 증가의 원인은 무엇보다
미국에 트랙터를 많이 팔았기 때문입니다.
현재 대동의 주력제품은 경운기가 아니라,
트랙터인데요.
2020년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되자
미국, 캐나다에서 트랙터, 특히 대동이 강점을 가진
60마력 이하의 중소형 트랙터가 잘 팔렸어요.
대동은 1984년부터 미국 시장에 진출해서
현지 법인 세우고 카이오티란 자체 브랜드까지
만들어서 꽤 오랜 기간 공을 들였는데요.
코로나 기간 동안 상당히 공격적인 마케팅을 했습니다.
경쟁사들이 코로나로 공장을 자주 닫았는데,
대동은 반대로 공장을 풀가동 해서 물건을 제 때 줬어요.
기다리지 않고 바로 받으니까 인기가 좋았죠.
또 딜러들에게 프로모션을 해서 영업도 강화했어요.
대동의 트랙터는 특히 전문 농사꾼이 아니라,
집에서 소일 하는 일반인들이 많이 샀는데요.
미국이나 캐나다 사람들은 단독주택에 많이 살다 보니,
작업을 해야 할 게 많거든요.
잔디 깎고, 나무 베고, 화단 가꾸고, 물건 나르고.
이 분들이 코로나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까
소일 겸 레저 겸 소형 트랙터를 많이 산겁니다.
대동이 그 혜택을 본 것이죠.
대동의 미국 내 트랙터 판매량은 코로나 이전에는 연 1만대
안팎에 불과 했는데요, 작년에 2만대를 넘겼습니다.
2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성장을 한 것이죠.
이 덕분에 올해 매출은 1조40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영업이익도 500억원을 넘길 것 같아요.
대동의 성장 이면에는
경영권이 안정된 것도 있는 듯 합니다.
이 회사는 10여년 전 경영권 분쟁을 벌였어요.
그것도 남이 아니라, 집안 싸움이었습니다.
김상수 회장이 장남이 아니라 차남에게
경영권을 물려 주니까 형제 간 다툼이 생겼어요.
여기에 주식농부로 유명하죠.
슈퍼개미 박영옥 씨가 회사와 마찰을 빚었습니다.
박영옥 씨는 지분을 한때 16% 넘게 취득해서
2대주주에 까지 오르고 경영진 교체를 요구했어요.
하지만 김준식 회장은 경영권을 방어 해냈고,
박영옥 씨는 2019년 보유주식을 대부분 매각하고
현재는 지분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준식 회장은 경영권 분쟁을 겪은 이후에
상당히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을 하기 시작 합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과 오세아니아로 나가서,
수출 비중을 매출의 60% 이상으로 끌어 올렸어요.
대동이 내수 위주일 땐 농번기인 봄에 매출이 급격히 늘고
하반기 특히 4분기에는 매출이 거의 없었는데,
이렇게 수출을 많이 하니까 매출이 분산되는 효과가
있어서 공장을 돌리는 게 훨씬 수월해 졌습니다.
미래를 위한 투자도 했는데요.
우선 자율주행 기술을 트랙터에 도입 했어요.
요즘 농기계 업계는 자율주행이 화두 입니다.
농기계로 하더라도 결국 사람이 필요한데
아예 사람 없이 기계가 알아서 씨 뿌리고, 잡초 뽑고,
추수하고, 탈곡하는 식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농기계가 만나면서 가능해진 것이죠.
이게 요즘에 얼마나 각광을 받고 있냐면,
세계 최대 가전쇼 CES에서 미국 1위 농기계 회사
존 디어(디어앤드컴퍼니)가 주인공이 됐을 정도 입니다.
CES는 아시겠지만 첨단 IT 기업들이 자기 기술
뽐내는 자리에요.
이런 자리에 농기계 회사 존 디어의 최고 경영자가
내년 초 기조 연설을 할 예정입니다.
존 디어를 농기계 업계의 테슬라, 농슬라로 부르죠.
주가도 꽤 좋았네요. 최근 5년 간 200%나 올랐습니다.
존 디어는 조만간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한 트랙터를
양산할 계획인데요. 땅덩이가 큰 북미에서
이런 자율주행 트랙터가 상용화 된다면 농업 분야에서
생산성이 엄청나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 됩니다.
대동은 존 디어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단계이기는 하지만
자율주행 기술을 1부터 4까지 있다고 보면,
현재 직선 자율주행이 가능한 1단계 트랙터를 개발했고
내년까지 3단계, 그러니까 직선과 곡선을 다니면서
트랙터 뒤에 다는 작업기 까지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기술을 개발할 계획 입니다.
대동은 농기계 이외에 새로운 산업도 엿보는데요.
지난 7월에 부산 국제모터쇼에서 전기 오토바이를 선보였어요.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음식 배달 시장에 뛰어들었는데,
배달을 하는 라이더 분들이 쓸 오토바이를
대동이 생산해서 공급하는 것을 검토 중입니다.
배터리를 손쉽게 빼고 교체할 수 있는 게 특징이에요.
대동과 카카오는 편의점 같은 곳을 거점으로 삼아서
다 쓴 배터리는 충전기에 넣고, 충전 된 것을 뽑아서
오토바이에 쓸 수 있는 형태로 사업을 잔행할 예정 입니다.
관건은 라이더 분들이 이걸 쓰느냐 하는 것이겠죠.
전기 오토바이 이외에 다양한 탈 것도 개발하고 있어요.
서빙용 로봇과 움직이는 전동 의자, 골프 캐디 로봇,
여기에 0.5톤 짜리 소형 전기 트럭도 곧 내놓을 예정입니다.
75년 간 농기계 공장을 돌린 경험이 있으니까,
아무래도 이동장치 제조 분야에선 강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대동의 신규 사업 중에 재미 있는 것이 또 하나 있는데요.
바로 스마트팜 사업 입니다.
얼마 전 지구의 인구가 80억명을 넘었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했죠.
이 사람들 다 먹고 살기 위해선 농업이 더 생산성을
높여야 할텐데, 이걸 해결하기 위한 것이 스마트팜 입니다.
스마트팜은 기존에 땅에서 했던 농업을
빌딩 형태의 공장에서 수직으로 세워서 하는 방식인데,
이렇게 하면 공간의 제약이 줄어 드는데다
생산성이 높아집니다. 땅이 좁은 한국에 제격이죠.
다만 비용이 관건 입니다.
세계 각국이 경제성이 있는 스마트팜을 상용화 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대동은 스마트팜 사업을 위해서 현대차그룹의
현대오토에버란 회사와 손을 잡았어요.
스마트팜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데,
이런 식입니다.
토마토, 상추, 당근 같은 채소가 좋아하는 빛의 밝기,
이산화탄소 농도, 습도 같은 것을
자동으로 맞춰주고 관리하는 것이에요.
이걸 하려면 우선 데이터가 필요 하겠죠.
서울 서초 나들목 쪽으로 가다 보면
대동이 사실상 본사 건물로 쓰고 있는
서울사무소가 있는데요,
이 건물 맨 위층에 식물원 같은 유리 온실이 있습니다.
이게 대동이 하고 있는 스마트팜 입니다.
앞으로 제주도 애월에 스마트팜 단지를 조성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직접 스마트팜을 하는 것에서 나아가
농촌에서 이걸 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있으면
지어주고, 관리도 대신 해주는 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려고 합니다.
인플레이션 탓에 세계 경제가 침체 위기 속에 있다고 하는데요,
침체가 오더라도 먹는 문제 만큼은 양보가 안 되죠.
가격 비싸지면 자동차 안사고, 놀러 안갈수 있겠지만.
먹는건 좀 싼거 먹더라도 안 먹을순 없습니다.
스마트팜 사업은 누가 하더라도 해야할 거 같습니다.
대동에 물론 기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성장을 견인했던 환경이 요즘 반대로 바뀌고
있다는 점인데요.
우선 원 달러 환율이 꺽이고 있어요.
대동은 수출 대금을 달러로 받아서 원 달러 환율이
오르면 그만큼 이득을 봅니다.
원 환율이 10% 오르면, 당기순이익이 분기당
73억원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회사 측은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때 1500원을 바라봤던 환율이
지금은 1300원 선으로 내려 앉았지요.
다시 오를 수도 있지만, 환율 수혜를 언제까지 볼수 있을 지
불투명 합니다.
또 북미에선 더 이상 코로나 신경을 쓰지 않고,
비교적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출근 하는데요.
전원 생활을 누리기 위해 대동의 농기계를 샀던 사람들이
구매를 줄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들어 미국 내 트랙터 소매판매가 줄고 있다고 합니다.
보다 근본적으로 대동은 아직까지 중견기업이어서,
존 디어 처럼 글로벌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을 지 의문인데요.
농업 산업이 뜨면서 자본과 기술, 인재가 몰리면 기회도 되겠지만,
대동에는 엄청난 도전이기도 합니다.
자동차 업계의 테슬라 처럼
농기계 업계에도 판을 뒤엎는 전혀 생뚱맞은
스타트업이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농업 생산성 혁명이란 거대한 파도가 일렁이고 있는데,
한국 농업 현대화에 기여를 했던 대동이
파도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올라타서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기대해 봅니다.
경운기로 한국 농기계 업계를 평정한 대동,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지
눈여겨 보겠어!

기획 한경코리아마켓
총괄 조성근 부국장
진행 안재광 기자
편집 박지혜 PD
촬영 김윤화·박지혜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제작 한국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