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식량 '합성데이터' 만드는 이 회사… 곳곳이 '시크릿 가든' [스타트업 탐방]

CNAI 스타트업 탐방
인공지능(AI)은 데이터를 먹고 자랍니다. 먹거리가 거저 생기진 않습니다. 현재도 정부는 AI 학습용 공공데이터를 개방하고, AI가 데이터를 파악하기 좋게 가공해주는 여러 업체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AI의 식량은 항상 부족합니다.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상의 데이터를 만드는 ‘합성데이터’ 기술이 등장한 배경입니다.
오늘 소개할 회사는 합성데이터를 만드는 AI 스타트업 씨앤에이아이(CNAI)입니다. CNAI 사옥은 교대역과 남부터미널역 사이에 있습니다. 정확한 주소는 ‘서초구 서리풀길 29-9’입니다. 교대역 담벼락을 따라 걷다 보면 맞은편 야트막한 골목 사이로 3층짜리 회색 건물을 만날 수 있습니다. 지상에 노출된 지하 1층이 주차공간으로 쓰이고 있어 사실상 4층 건물 크기입니다. 1층 외벽을 따라 잔디와 돌담길이 위치하면서, 마치 레고가 조립된 듯한 독특한 외관이 형성됐습니다.탐방은 지하 2층부터 시작됐습니다. ‘카페테리아’로 명명되는 이 공간은 회의실과 휴식 공간을 겸합니다. 회의가 있을 때면 직원들은 모두 지하 2층으로 향합니다. 벽면엔 검은색 쇼파가 있습니다. 방문했을 당시에도 직원들은 쇼파에 기대어 편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회의실이라 해서 딱딱한 공간은 아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입니다.
공간 한켠엔 간단한 조리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있습니다. 가끔 외부 손님이 오면, 셰프를 초청해 요리를 해먹은 적도 있다고 합니다. 벽면을 따라 위치한 수납장엔 책과 함께 각종 술이 진열돼 있었습니다. 술은 밀봉된 상태입니다. "좋은 날이 오면 마시자"는 취지로 모으고 있다고 합니다. 작게 연결된 외부 공간엔 쉴 수 있는 의자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작은 와인 진열대와 피아노가 있는 공간입니다. 조리 시설 옆에 있습니다. AI 스타트업이라 활용이 낮을 것 같지만, 예상 외로 인기가 있다고 합니다. 최근엔 '미니 연주회'도 있었는데, 개발자들이 모차르트나 바흐의 난도 높은 곡을 소화해 타 직군이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애초에 피아노는 한 개발자가 농담 삼아 "피아노를 사주면 평생 뼈를 묻겠다"고 발언해 설치된 것입니다.
셰프가 방문했을 때 만든 요리 리스트.
CNAI 사옥의 특징은 각종 소품입니다. 일본 메디콤토이가 디자인한 유명 곰 모양 피규어 '베어브릭'과 아이언맨 모형이 눈에 띕니다. 지하 2층에 가장 많지만, 각 층에도 드문드문 배치되어 있습니다. 회의 공간 한켠엔 백자도 있습니다. 이름은 '달항아리'인데, "은은한 조명 아래 '달멍(달항아리 멍)'을 유도했다"고 합니다. 소품들의 목적은 휴식과 함께 재미를 주자는 것입니다. 이원섭 CNAI 대표는 "이 공간에선 제가 와도 직원들이 쇼파에 기대고 누운 상태로 별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웃었습니다.
휴게 공간 입구엔 그림들이 몰려있었습니다. 최근 진행한 페인팅 수업 작품들이라고 합니다. CNAI는 한 달에 한번 직원 복지 차원에서 교육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전 직원이 참석할 정도로 열기가 높다고 합니다. 얼마 전 진행한 춤 수업도 내부 호응이 좋았다고 합니다.
1층부터는 본격적인 사무 공간이 펼쳐집니다. 운영지원팀과 기획팀 등이 주축입니다. 인원은 약 20명 남짓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비개발자 직군이 많다 보니, 외부 미팅 등으로 자리가 자주 비는 공간입니다.
1층 공간 특색은 두 가지입니다. 별도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포스트잇이 빼곡한 작은 방이 나타났습니다. 천장까지 뻗은 파란색, 녹색, 빨간색, 노란색의 메모에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CNAI가 전개할 미래 사업 방향이 기록돼 있었습니다. 공간 전체가 일종의 미래 사업 기획 태스크포스(TF)처럼 활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업체 측 요청으로 내용은 가렸습니다.) 밖으로 연결된 문으로 나가면, 건물을 돌 수 있는 돌담길이 나옵니다. 사이엔 의자와 탁자, 관상용 식물이 놓여있습니다. 날이 좋을 땐 밖에서 회의를 진행할 때가 많다고 합니다. 공간이 남는 곳엔 모두 의자와 식물을 설치한 느낌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이미지가 '푸릇푸릇' 합니다.
2층은 개발자들의 공간입니다. 김보형 최고기술책임자(CTO)를 포함해 약 30명의 인원이 근무합니다. 오전 8시에서 10시 사이 출근하는 시차출퇴근제로 인해 군데군데 자리가 비어있습니다. 퇴근시간은 오후 5시에서 7시 사이입니다. 회사에 비치된 탄산수를 마시며 고뇌하는 개발자들이 가득했습니다.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조용히 업무를 처리하는 모습이 1층 분위기와 사뭇 달랐습니다. 모니터를 보며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만은 여느 스타트업 개발실과 유사한 느낌이었습니다.
이곳에도 휴게실이 있습니다. 물론 관상용 식수와 함께입니다.
옥상은 CNAI의 꽃입니다. 가장 많이 공을 들인 영역이기도 합니다. '루프탑'으로 명명된 장소에 올라가면, 우선 넓은 잔디가 눈에 들어옵니다. 마치 골프장의 '그린(퍼팅을 위해 잔디를 깎아놓은 구역)'을 연상케 합니다. 실제로도 이곳은 그린 역할을 합니다. 직원들이 골프 연습을 하는 곳이었습니다. 사내 이벤트의 일종으로 골프를 잘 치는 직원이 레슨을 진행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점심 시간마다 올라와서 퍼팅을 하는 직원도 상당하다고 합니다. 골프공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모습이 흔적을 느끼게 했습니다.
옥상도 휴게 공간이었습니다. 사옥 전체 중에 가장 넓고, 뒤로 젖혀진 의자가 많은 곳이었습니다. 실제로 여기서 회의를 자주 하냐고 물으니, "인기가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회의의 흔적을 가늠케 하는 물품들이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이날 탐방의 '백미'는 2층 개발실에 위치한 거대한 기기였습니다. CNAI는 최근 가상 인간 사업에도 뛰어들었습니다. 서울디지털재단과의 사업을 통해, 서울 시민 2000명이 안면 데이터를 학습시킨 AI 휴먼을 탄생시켰습니다. 해당 디스플레이는 이 프로그램의 실증 결과를 띄우는 모니터였습니다. 하드웨어(HW)를 받아와 내부 솔루션을 CNAI가 만드는 구조입니다. 안내 역할의 솔루션도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이 가장 자주 쓰이는 분야는 의외로 프로야구단 마케팅·응원이라고 합니다. 키움히어로즈의 내야수인 김혜성 선수의 가상 인간을 만들어 구장 내 전광판이나 스코어 영상 등에 활용하는 형태입니다.

CNAI는 어떤 회사?

CNAI는 2019년 창업됐습니다. 이원섭 CNAI 대표를 포함한 주요 창업 멤버는 모두 삼성전자 출신입니다. AI 스타트업을 이끌지만, 이 대표 학부 이력은 다소 독특합니다. 그는 미국 인디애나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국제기구 근무를 꿈꿨습니다. 삼성전자 '삼성컨버전스소프트웨어아카데미(SCSA)'를 거쳤던 이유도 정보기술(IT) 역량을 쌓아 OECD와 같은 기구에 지원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소프트웨어(SW) 인력을 키우는 SCSA를 졸업하고, 삼성전자에 근무하며 생각은 달라졌습니다. 당시 경영진을 보좌하는 직무에 오르며 소위 '엘리트 승진 코스'를 밟던 그는 KASIT에서 기술경영학 석사 학위를 공부했었습니다. 고(古) 이민화 교수의 강의는 창업의 동력이 됐습니다. 삼성전자의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에서 AI 기술로 창업을 도전하면서 이 대표의 활동은 본격화했습니다.

합성데이터를 주요 사업 분야로 삼은 CNAI는 사업 분야를 빠르게 늘리고 있습니다. 주요 파트너사는 지난해 9개에서 올해 34개로 약 4배 증가했으며, 새롭게 확보한 파트너사의 분포도 다양합니다. 최근엔 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인하대병원과 합성 데이터 기반 X-ray, 자기공명영상(MRI) 등 의료 AI 합성 데이터를 꾸리는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삼성SDS와는 배경 합성 AI 기술, 서울시설공단‧어메이징푸트솔루션과는 화재 데이터 수집, 음식 이미지 데이터셋 확보 등을 진행했습니다.이 대표가 집중하는 또 한 가지 요소는 복지입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그는 삼성전자에서 경영진 스테프 업무를 수행하며 직원 복지 업무를 맡은 경력이 있습니다. 수많은 민원 아닌 민원을 받으며, 그는 "각종 문화 사업과 복지 체계에 단련됐다"고 했습니다. CNAI 복지 제도는 최근 대기업의 지원책을 일부 닮았습니다. 커피의 역사를 교육하는 '커피 세미나', 가죽공방 탐방 등 교육 체계가 대표적입니다. 입사 직원들이 식사를 하고 싶은 직원을 선별해 밥을 먹는 온보딩(신입 사원 적응 지원) 시스템 등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