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에 속타는 건설업계 "또 올스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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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 25일부터 골조 공사 중단…"시멘트 부족"건설업계가 반년 만에 또다시 공사 중단 위기에 처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시멘트 유통이 막힌 탓이다.
"오봉역 사고로 공급 줄어…그간 겨우 버텼다"
화물연대 파업에 건설사들 "재고로 버텨야"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 유통이 멈추면서 이날부터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의 골조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당장은 배선과 창호 등 대체 작업이 이뤄지지만, 공급 차질이 장기화하면 모든 공정이 멈출 전망이다.건설 현장에서 골조 공사를 할 때는 정해진 물량의 콘크리트를 한 번에 부어야 건물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하루에 필요한 양이 모두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레미콘 차량이 들어올 때마다 붓는 식으로 공사할 수 없다는 의미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둔촌주공은 1만2000가구 규모로 공사가 워낙 크기에 하루 600대의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레미콘 전용 운송 차량)가 필요하다"며 "레미콘 업체로부터 이 공급량을 맞출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아 부득이하게 골조 공사를 멈췄다"고 설명했다.
시멘트 운송, 열차도 차량도 멈췄다…업체 재고도 제한적
주재료인 시멘트 운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레미콘 업계는 다음 주를 기점으로 생산 차질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의왕 오봉역 사고로 열차 운송이 중단되면서 시멘트 이송을 차량에 의존했는데, 이번 파업으로 그마저도 멈춰 선 것"이라며 "그간 이송량이 줄어든 탓에 업체별 재고도 많지 않다. 다음 주면 시멘트 재고가 바닥나는 공장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충북 제천과 단양, 강원 동해 등 대형 시멘트 공장이 위치한 지역에서는 노조원들과의 물리적 충돌을 피하고자 전날부터 BCT 운행을 멈추고 출하를 중단했다. 일부 시멘트 공장 정문 인근에는 화물연대가 BCT를 세워둔 채 비노조 차량 운행을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이와 관련해 한국시멘트협회는 전날 입장문을 내고 "지난 6월 발생한 화물연대의 운송거부로 1061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다"며 "파업 이후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멘트 유통기지 출하 방해, 비노조원 운송 강제 저지 등의 물리력 행사 시도는 중단돼야 한다"고 우려했다.
건설사들은 각기 비축해둔 시멘트 재고를 사용하면서 화물연대 비노조원을 통해 자재를 공급받는 식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건설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기업의 경우 통상 1~2주 분량은 비축하고 있다.서울 강북 지역에 대단지를 조성하고 있는 한 건설사 관계자는 "시멘트와 철근 재고를 확보해둬 당장 골조 공사에 차질을 빚는 사업장은 없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하면 비노조원을 통해 공급받거나 공정 일정을 변경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물연대 "안전운임제 확대 무기한 파업"…정부 "운송 개시명령" 맞대응
다른 중견 건설사는 "영하권 날씨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면 강도가 낮아질 우려가 있다. 날이 더 추워지기 전 골조 공사에 속도를 내야 하는 시기"라며 "대기업과 달리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자재를 비축하지 못한다. 공정 자체가 늦춰질 우려도 있다"고 토로했다.한편 화물연대는 지난 6월에 이어 5개월 만에 안전운임제 영구 적용과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안전운임제는 시멘트, 레미콘, 컨테이너 등의 화물차주를 대상으로 최소한의 운임을 보장해 과로와 과적을 막는 제도다. 2020년부터 3년 동안 한시적으로 운용되는 제도다.화물연대는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지·간선 등 5개 품목으로 안전운임제를 확대하고 영구적으로 운영하라는 요구조건을 내세웠다. 정부는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기로 했지만, 품목 확대나 영구 적용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이와 관련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화물연대가 안전을 내세워 자신의 소득을 일방적으로 올리려 한다"며 "운송 거부와 방해가 계속된다면 운송 개시명령을 국무회의에 상정하겠다"고 지적했다.
운송 개시명령은 국토부 장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집단 거부하는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에 내리는 것으로, 이를 거부하면 운행정지 30일을 거쳐 허가 취소가 내려질 수 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