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트릭 없이 하던 대로…뚝심의 벤투, 한국 축구 이정표 '빌드업'

강팀 우루과이 상대로도 원볼란테·빌드업 축구 가동…공격적 경기 운영
승점 1을 수확하며 16강행 도전을 향한 밑거름을 쌓은 우루과이전은 한국 축구사의 이정표가 될 만한 경기였다.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4일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우루과이와 0-0으로 비겼다.

이날 벤투호의 경기 내용에는 강팀을 상대로 승점 1을 따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8위 한국은 이날 우루과이(14위)를 상대로 시종일관 매우 공세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우루과이에는 한때 리오넬 메시, 네이마르(이상 현 파리 생제르맹)와 FC바르셀로나에서 역대 최강의 삼각편대를 구성했던 베테랑 골잡이 루이스 수아레스(나시오날)가 버티고 있다.
우루과이는 차세대 특급 골잡이를 거론할 때 늘 첫 손에 꼽히는 다르윈 누녜스(리버풀)와 수아레스가 함께 이날 최전방에서 한국 골문을 노렸다.

이들에게 공격의 물줄기를 틔우는 역할은 '거함' 레알 마드리드에서 '중원의 핵'으로 활약하는 페데리코 발베르데가 맡았다.이번 월드컵에서 4강은 족히 노려볼 만한 전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우루과이를 상대로 벤투호는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치열하게 맞부딪쳤다.

벤투 감독이 4년 내내 공을 들여온 '빌드업 축구'가 이날 빛을 발했다.

벤투호의 조직력은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았다.뒤로 물러난 채 롱볼로 기회를 노리는, 이른바 '뻥축구'를 하지 않고 공을 계속 점유하면서 패스워크로 차근차근히 골을 노렸다.
FIFA 기록에 따르면 전반전까지 한국의 점유율은 45%-42%로 우루과이에 앞섰다.

양 팀 점유율의 합을 100%로 맞추는, 전통적인 방식의 산정 방식을 따르면 한국은 전반전 50.3%의 점유율을 기록했는데, 축구 통계 업체 옵타에 따르면 이는 한국이 역대 월드컵 본선에서 기록한 전반전 점유율 중 최고 수치다.

한국은 지금껏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주도적'으로 경기를 풀어간 적이 손에 꼽힌다.

한국은 늘 한 수 위 상대가 경기를 주도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찾는 방식으로 본선을 준비해왔다.
한국은 본선에서 늘 자신을 '언더독'으로 규정했다.

그라운드를 지배하는 방향으로 조별리그 3경기 모두를 준비한 적이 없었다.

'1승 제물'로 지목한 팀과 경기에서 때때로 공세적으로 경기를 운영했으나, 이번처럼 명실상부 강팀을 상대로 공격적인 경기를 펼친 것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많은 축구 전문가들과 팬들이 '벤투표 축구'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뚝심으로 이를 해냈다.
'트릭'도, '깜짝 카드'도 없었다.

벤투호는 평가전에서 자주 쓴 4-1-4-1 전술을 썼다.

정우영(알사드) 한 명만 수비형 미드필더로 배치했다.

한국이 우루과이와 포르투갈을 상대로는 수비에 방점을 둔'더블 볼란테(수비형 미드필더 2명 배치)'를 가동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왔지만, 벤투 감독은 늘 하던 공격적인 축구를 그대로 펼쳐 보였다.

벤투호는 플랜 B로 주목받던 스리백 전술도 쓰지 않았다.

한국은 이제 가나, 포르투갈과 차례로 2~3차전을 치른다.우루과이전에서 크게 자신감을 얻은 벤투호가 사상 두 번째 원정 16강을 이뤄낼 수 있을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