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방문한 날 예산 30% 삭감…野, 규제혁신추진단 제동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윤석열 정부의 핵심 추진사업인 규제혁신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가로막히고 있다. 덩어리 규제 해소를 위해 한덕수 국무총리가 직접 꾸린 규제혁신추진단 예산이 30% 삭감된 것이다. 이날 한 총리는 규제혁신추진단을 찾아 규제혁신 진행상황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4일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열어 위원회 소관 2023년도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을 의결했다. 의결된 예산안을 보면 국무조정실 규제혁신추진단 운영비가 대폭 삭감됐다.규제혁신추진단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는 덩어리 규제 해소를 위해 전직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한 협의체다. 전직 공무원 86명, 연구기관 및 경제단체인 37명을 비롯해 총 150여명으로 구성됐다. 경제와 사회분과로 나눠 10개팀이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추진단 운영을 위해 56억3000만원의 예산을 요구했지만 약 30%에 해당하는 18억6900만원이 감액됐다. 인건비 10억2000만원 등이 대폭 삭감됐다.

당초 민주당은 추진단 예산의 전액 삭감을 요구했다. "규제혁신추진단은 부적절한 인사 영입 및 이해당사자(경제단체 등) 참여로 인하여 불투명하게 구성·운영될 수 있어 조직 운영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므로, 56억3000만원 전액 감액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예결소위에서 전액 삭감 의견에서 한발 물러나 30% 삭감으로 결정된 것이다.이날 예산안은 주요 사업 예산에 삭감에 항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채 야당 단독으로 의결됐다. 정무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예산안 의결 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불어민주당은 규제혁신추진지원단 예산 등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라는 이유로 발목잡기식의 무조건 감액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정무위 예산 날치기를 인정할 수 없고, 협치 정신을 망각한 민주당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규제혁신추진단 예산을 대폭 삭감한 이날 오후 한덕수 총리는 추진단을 방문해 규제혁신 진행상황을 체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는 오전 기자간담회에서도 규제혁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총리는 "규제개혁은 규제를 합리화하는 것"이라며 "규제의 목적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유지하면서 시행하는 방법론을 잘 정리하면, 규제 목적과 기업의 역동성을 함께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개혁과제로는 지방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광역시 소재 국립대의 인근 도내 분교 설립 허용, 첨단분야 연구자에 대한 병역 혜택 등을 언급했다. 앞서 발표된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개혁 방안, 해양수산부의 항만 배후부지 활용 허용 사례 등을 거론하며 "어떤 장관도 잘하겠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은 분이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향후 5년간 상당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