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불사라더니"…믿었던 위믹스에 발등 찍혔다 [이민재의 쩐널리즘]

가볍고도 무거운 '돈'에 대한 이모저모 '쩐널리즘'
"슈퍼, 슈퍼, 슈퍼 갑질"…장현국 "업비트와 대결했으면"
"한두 곳 손볼 게 아니다"…가상자산 제도 정비해야
위메이드 -29.89%, 위믹스 -60%

가상자산거래소 공동 협의체인 닥사(DAXA)가 지난 24일 위믹스의 상장 폐지를 결정했습니다. 위믹스는 곧바로 내리막길을 걸었고 발행사인 위메이드는 다음 날 하한가로 직행했습니다.닥사는 위믹스 상폐를 결정한 이유로 위믹스의 중대한 유통량 위반, 투자자들에 대한 미흡하거나 잘못된 정보 제공, 소명 기간 중 제출된 자료의 오류 및 신뢰 훼손 등을 꼽았습니다.

몇 주전 투자자 보호 등을 위해 상폐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던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의 말이 한 순간에 뒤집혔습니다. 위메이드는 이번 사태 해결 위해 법정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다만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지난해 8월 피카 코인 개발사인 피카프로젝트가 비슷한 이유로 상폐 된 이후 거래 지원 종료 결정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중앙지방법원에서 이를 기각했습니다.투자자들은 위메이드와 가상자산 거래소간 전면전의 승자가 누가 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 "슈퍼, 슈퍼, 슈퍼 갑질"…장현국 "업비트와 대결했으면"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위믹스의 상폐 과정에서 업비트의 갑질이 있었다며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장 대표는 "업비트가 공식적으로 (위메이드에) 거래 지원 종료됐다, 사유가 무엇이다 설명하지 않았다"며 "가이드라인을 달라고 했지만 주지 않았고 기준 없어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장 대표는 또 "유통 계획이 없는 코인들이 부지기수"라며 "위믹스에 적용한 기준을 다 적용해야 하지 않냐"고 말했습니다. 이어 "공시하지 않으면 알려진 게 없어 제재를 받지 않으니 아무 것도 안 하는 게 좋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장 대표는 계속해서 업비트를 향해 쓴 소리를 쏟아냈습니다.

장 대표는 "닥사 뒤에 숨은 업비트는 편하다"라며 "(위믹스의) 유통량 계획은 업비트만 가지고 있어 이들이 갑질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장 대표는 업비트 측이 SNS를 통해 위믹스 상폐를 거론한 것을 두고 "자랑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장 대표는 "업비트와 대결했으면 좋겠다"며 업비트 등 가상자산 거래소가 완벽하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이런 장 대표의 말에 투자자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장 대표를 옹호하는 투자자들이 있는 반면, 모든 책임을 업비트 등으로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제기됩니다. 문제 제기를 하는 측에서는 장 대표가 앞서 "투자자가 많아 상폐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 것에 대해 투자자 피해를 초래했다며 책임 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위메이드의 반발에 업비트 측은 "닥사 회원사들이 분석해 유통량 외에도 종합적으로 내린 결론이고 유통량에 대한 기준을 공유하고 (위믹스 측도) 동의했다"며 "계획서가 없는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관련 계획을 요청하고 있다"고 반론했습니다. 다만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 "할 말이 없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 "수난 끝이 아니다"…위믹스 가시밭길 예상

위믹스가 자체 메인넷인 '위믹스 3.0'을 내놓은 게 발단이 됐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인 위믹스 달러를 출시했는데, 이는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인 USDC가 담보로 설정돼 운용됩니다.

이렇다 보니 위메이드는 USDC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위메이드는 디파이 대출업체인 코코아파이낸스에게 위믹스 3,580만개를 맡기고 코코아파이낸스 스테이블코인인 KSD를 구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위믹스 유통량이 공개된 수치보다 많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이를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확인하고 사실 파악을 위해 위믹스를 유의종목으로 지정했습니다.

디지털 금융 전문가로 알려진 예자선 변호사는 "거래에서 중요한 부분을 말하지 않으면 사기에 해당한다"며 "유동화로 위믹스 유통량 증가한 것과 USDC를 위믹스 유동화로 마련한 것 등을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예 변호사는 이런 부분에 제동을 걸고자 지난 1일 금융위원회에 위메이드가 출시한 위믹스 3.0에 대해 가상자산사업자 업무 영역에 해당하는지 검토해 달라고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예 변호사는 위믹스 3.0 서비스들이 특금법 상 가상자산거래업자 사업과 관련됐 음에도 당국에 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 "한두 곳 손볼 게 아니다"…가상자산 제도 정비해야

이 뿐만이 아닙니다. 또 챙겨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번 위믹스 상폐가 발표되기 전에 위믹스 대량 매도가 진행된 점이 대표적입니다. 닥사는 지난 24일 오후 7시 40분경 각 가상자산 거래소 공지를 통해 위믹스 상폐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 발표가 나오기 전에 위믹스 가격이 요동치기 시작한 것과 관련해 관련 정보가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옵니다. 자본 시장에서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면 제재를 받게 됩니다.

위믹스 상폐는 위믹스 가격만이 아니라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이런 부분에서 특히 빈틈이 없어야 합니다. 현재 금융당국과 국회가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위믹스 상폐로 수면 위로 드러난 문제들을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닥사와 위메이드 간 이견이 있는 유통량 인정 범위에 대한 기준을 정하고 이를 검증할 공시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립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인한 나비 효과가 위믹스와 거래소 양측 모두에게 유쾌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당국은 테라-루나 사태, FTX파산 등으로 가상자산 사업 육성 보다는 규제에 초점을 맞춰 제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원회 산하 FIU는 자체발행 코인을 검사하는 등 규제 마련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가상자산 산업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가상자산을 바라보는 시각과 이에 따른 제도도 발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규제 범위가 넓어지고 강도가 세지는데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업자는 뒤쳐지거나 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당장 위믹스 후폭풍 불가피…시장 살얼음판

가상자산 투자자만 위믹스 플랫폼에 기대를 걸었던 것은 아닙니다.

돈 버는 게임(P2E) 등 위믹스 플랫폼을 이용하려던 게임사들의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전문가들은 위믹스 생태계 불확실성으로 내년 1분기 예정이었던 100개 게임 온보딩 목표가 달성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당장 다음 달 출시돼 온보딩될 예정이었던 위메이드플레이의 애니팡 시리즈 등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위믹스 95% 가량이 국내에서 유통되기 때문에 해외 거래소 등에서 거래가 재개되기 전까지는 불확실성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장 대표는 위메이드와 위믹스 사업의 축이 해외로 옮겨졌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계획했던 사업들도 차질없이 진행됐고 신한자산운용, 키움증권, 마이크로소프트 등 투자도 문제없이 마무리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장 대표는 당장 국내 거래소 상폐 문제를 해결하고 향후 해외 거래소 상장 등을 염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민재기자 tobemj@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