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에 입혀라"…여성정장은 새단장 '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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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 편중된 유통국내 여성복 기업들이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을 계기로 본격화한 매출 증가 기세를 몰아 2030세대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은 디자인·온라인몰을 과감하게 새로 단장해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40대 이상 중장년층에게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디자인을 전면 수정해 타깃 연령대를 확 낮추는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정장 수요 급감도 겹쳐
코로나19 사태 '직격탄'
바바패션 'JJ지고트' 등
디자인 바꿔 30대 공략
대현은 자사몰로 다각화
올해 사상 최고실적 '예약'
○브랜드 리뉴얼 나서
25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JJ지고트’로 유명한 중견 패션기업 바바패션(사진)은 내년에 이 브랜드를 대대적으로 새단장할 예정이다. 바바패션은 지난 8월 배우 손나은을 새 모델로 기용하고 본격적인 30대 공략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지난해엔 ‘아이잗바바’를 젊은 감각으로 리뉴얼한 바 있다. 종전에 비해 젊고 모던한 상품으로 라인업을 재구성한 게 특징이다.국내 여성복의 명맥을 잇고 있는 패션기업으로는 한섬(타임, 시스템)과 바바패션(아이잗바바), 대현(주크), 시선(미샤), 린컴퍼니(린) 인동에프엔(쉬즈미스) 등이 있다. 매출 1조4000억원대인 한섬을 제외하면 대부분 매출이 2000억~3000억원대인 중견기업이다. 주로 30~40대 커리어우먼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쳐 패션업계에서는 ‘5대 커리어 브랜드 기업’이라고 불린다.
이들은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유통망을 주로 활용했다. 이를 통해 40대 안팎 여성을 대상으로 코트 한 벌 기준 약 40만~50만원의 상품을 주로 팔았다.5대 커리어 브랜드 기업은 코로나19 창궐 이후 오프라인 이용객이 뚝 끊기면서 패션업계에서도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제대로 된 온라인몰이 없어 판로가 막힌 데다 제품 라인업이 정장 위주로 구성돼 재택근무라는 트렌드 변화에서도 소외됐기 때문이다.
‘마뗑킴’ ‘마르디 메크르디’ 등 캐주얼한 느낌의 신진 여성복 패션 브랜드가 20~30대 여성에게 인기를 끌면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 결과 코로나19 사태 첫해인 2020년 대현(2019년 대비 감소율 15.6%), 바바패션(20.8%), 인동에프엔(15.1%) 등은 매출이 두 자릿수 급감했다.
○올해는 최고 실적 예상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여성복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브랜드 디자인 개선과 더불어 자사몰 육성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작년 상반기 온라인몰 ‘대현인사이드’를 새로 열고 본격적으로 이 시장 공략에 나선 대현이 대표적 사례다. 대현은 자사몰에 소비자 유입이 늘면서 올해 실적이 대폭 개선되는 추세다.한섬은 지난해 28년 만에 브랜드아이덴티티(BI)를 바꿨다. LF는 버버리 출신 디자이너 뤽 구아다던 수석디자이너를 영입해 패션 브랜드 ‘닥스’를 새로 단장하기도 했다.
패션기업들은 올해 들어 매출이 개선되면서 추가 투자에도 여력이 생겼다. 대부분의 중견 패션기업이 올해 최대 매출 신기록 달성을 바라보고 있다.한국섬유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패션기업의 총매출은 20조577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9조2383억원)보다 6.9%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송년회와 결혼식 등 각종 사회적 행사가 많아지면서 모임에 입고 나갈 고가의 의류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났다”며 “정상가 판매가 늘고 재고가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