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소위 멈춰세우고…'사회적기업 제품 의무구매법' 꺼낸 민주

'사회적경제 3법' 상정 요구

법인세·종부세 기준 인하 등
세제 개편안 관련 논의
이달까지 마쳐야 하는데

도덕적 해이 우려 무시하고
'사회적경제 기본법' 등
지지세력 챙기는 법에 몰두
< 규제개혁위원회 개최 > 한덕수 국무총리(왼쪽 네 번째)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규제개혁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한 총리는 “경제 한파를 누그러뜨리고 미래 성장의 돌파구를 열기 위해서는 과감한 규제 혁신으로 민간 활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기획재정위원회 소위 구성에 합의한 여야 의원들이 잠정적으로 정한 세제개편안 심의 데드라인은 오는 30일이다.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이 다음달 2일인 점을 감안, 세입에 영향을 주는 세제 관련 법안은 이틀 일찍 결론을 내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21일부터 사흘간 조세소위를 열어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유예 등 현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조세소위의 법안 심의는 24일부터 돌연 중단됐다. 야당이 세제 현안과 무관한 이른바 ‘사회적경제 3법’의 경제재정소위 상정을 요구하면서다.

○기금까지 조성해 사회적기업 지원

국민의힘은 이들 3개 법안이 사실상 ‘운동권의 지대 추구를 돕는 법안’이라고 비판한다. 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이런 지적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사회적경제 기본법 제정안’은 사회적기업과 마을 기업, 생활협동조합, 농협, 수협 등을 ‘사회적경제’로 묶어 광범위하게 지원하는 게 골자다.

사회적기업 등의 부지 구입비와 시설비 지원을 시작으로 필요할 경우 국공유지 및 국유재산을 임대하도록 규정했다. 해당 법인에 국세와 지방세를 감면하는 것은 물론 다른 경제주체가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할 때도 세제 혜택을 줄 수 있도록 했다. 정부가 구매하는 재화 및 서비스의 최대 10%를 사회적기업 등에서 구매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정도 담겼다.지원을 위한 별도 기금과 금융기관까지 설립하도록 한 점도 문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출연금을 통해 ‘사회적 금융기관’을 설립, 사회적기업의 창업 및 운영 자금을 지원하도록 한 것이다.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활동해온 한 관계자는 “재정을 동원해 불필요한 조직을 만드는 법안을 특정 정파에서 추진하다 보니 사회적기업 전반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文정부 공정위도 반대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협동조합 기본법 개정안’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 개정안엔 정부 공공조달 시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 등의 제품을 우선 구매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위해 대통령령으로 협동조합 제품에 대한 구매 목표를 정하고, 기획재정부에서는 매년 구매 계획과 실적을 공개하도록 했다.

사회적기업을 지원한다는 명분이지만 관련 기업이 정부에 의존하도록 해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자생력을 훼손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0년 해당 법안에 대해 “특정 기업 제품에 대한 구매목표제 도입으로 공정한 경쟁 기회가 제한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실현 기본법 제정안’은 공공기관이 조직 운영 및 사업에 빈부격차 해소, 환경보호 등 사회적 가치를 적용하도록 사실상 강제한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가치 위원회’를 비롯해 지자체에 각종 관련 기구를 설치해 공공기관 경영을 감독하도록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해당 기구는 시민단체 및 사회운동단체 인사로 채워질 전망이다. 국회입법예산처는 관련 인건비로만 매년 최소 33억원 이상이 지출될 것으로 전망했다.

○악재 만난 종부세 인하

해당 법안들이 쟁점으로 떠오르며 세제 개편 관련 법안에 관한 논의는 중단됐다. 조세소위 여야 의원은 지난 21~23일 법인세 개정안 등을 심의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한 상태다. 기재위 관계자는 “여야 간 의견이 갈리는 법안이 소위를 통과하려면 최소 세 번 정도 논의해야 하지만 한 차례 관련 논의가 이뤄진 상태”라며 “촉박한 시간을 감안하면 금투세 유예, 종부세 과세기준 인하 등과 관련한 합의가 나오기는 더욱 어려울 전망”이라고 우려했다.

기재위에서 여야 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다음달 2일 본회의에는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정부가 제출한 세제개편안이 그대로 상정된다.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지면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세제 개편안은 대부분 부결될 수 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