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입소문 난 미술투자…투자혹한기에 돈 버는 비결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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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혹한기의 거센 파고에도 '생존'하는 스타트업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유니콘의 몸값이 5분의 1토막 난 상황에서도 돈 버는 스타트업은 비즈니스모델(BM)이 차별화된 무기입니다. 유행처럼 번졌던 미술품 조각 투자 플랫폼들이 정중동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올해 대규모 흑자가 예상되는 아트앤가이드 운영사 열매컴퍼니가 그렇습니다. 미술품 거래 시장의 최대 '큰손'으로 부상한 열매컴퍼니의 김재욱 대표를 긱스(Geeks)가 만나봤습니다.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사진)는 200점 넘는 그림을 수집한 전문 컬렉터다. 김환기 화백의 작품을 특히 좋아한다. 최근엔 4억원에 달하는 고가 그림도 사들였다.30일 서울 강남구 열매컴퍼니의 프라이빗 갤러리에서 만난 김 대표는 "제가 미술품 사고 싶어서 아예 회사를 차린 거예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다.
열매컴퍼니는 2018년부터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앤가이드'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가 미술품을 직접 매입한 뒤 아트앤가이드를 통해 개인에게 공동구매 형태로 판매한다. 이후 그림을 재매각해 얻은 이익을 배분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에게 받는 수수료는 없다.
"거래 수수료를 안 받고 어떻게 돈을 벌지?" 김 대표가 받는 단골 질문이다. 다른 조각투자 플랫폼이 일종의 거래소 기능을 하며 개인들이 소유권 조각을 사고팔 때마다 거래 수수료를 받는 수익모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열매컴퍼니는 자기자본을 투자해 미술품 공동구매에 함께 참여한다. 예를 들어 열매컴퍼니가 1000만원을 주고 그림 한 점을 사 온 뒤 10%의 마진을 붙여 아트앤가이드에서 1100만원에 공동구매를 진행한다면, 950만원어치는 고객이 사고, 150만원어치는 열매컴퍼니가 자기자본으로 구입한다.
이 과정에서 열매컴퍼니가 받는 수수료는 없다. 대신 재매각 시 발생하는 차익을 나눈다. 만약 1200만원에 그림을 재매각한다면 애초 구입가 대비 200만원의 차익이 생긴다. 앞단의 100만원은 열매컴퍼니의 수익으로 잡히고, 뒷부분의 100만원은 고객과 회사가 950 대 150의 비율로 가져가는 식이다. 미술품 조각을 공동 구매한 개인들은 열매컴퍼니가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재매각할 때 팔거나, 중간에라도 열매컴퍼니에 팔 수 있다.
김 대표는 "열매컴퍼니는 쉽게 말하면 개미들이 힘을 모아서 기관 투자자 행세를 하는 것"이라며 "매입부터 재매각까지 3~10개월이 소요돼 한 작품을 수년간 보유했다가 파는 일반 화랑보다 수익률이 높다"고 설명했다.열매컴퍼니는 현재까지 100점가량의 그림을 재매각했다. 김 대표는 "고객에게 돌아간 수익률은 작품당 30%, 내부수익률(IRR)은 100%에 이른다"며 "회사가 얻은 작품당 수익률은 45% 정도로 더 높다"고 강조했다.
아트앤가이드의 비즈니스모델은 다른 미술품 조각 투자 플랫폼과는 확연히 다르다. 소투와 테사는 보유한 미술품을 개인들에게 공동구매 형태로 판매한 뒤, 자사의 실시간 거래 플랫폼에서 거래 수수료를 받는다. 아트투게더는 플랫폼 안에서 사자와 팔자가 만나 거래가 이뤄지는 중고 거래 플랫폼과 비슷하게 운영된다.
김 대표는 "아트앤가이드에서 공동 구매한 미술품이 '구분 등기'를 친 실물 자산과 비슷하다면, 거래소를 만들어 개인이 소유권 조각을 매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처럼 증권의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도입한 열매컴퍼니는 폐쇄적인 미술 투자 산업에 새로운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열매컴퍼니가 연간 매입한 그림은 2020년 30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200억원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5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이미 350억원어치 그림을 매입했다. 회사 매출도 2020년 17억원에서 2021년 17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 매출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화랑시장은 작가를 발굴해 처음 전시회를 여는 1차 화랑과 이후 매매를 연결하는 2차 화랑으로 나뉜다. 열매컴퍼니는 2차 화랑 시장의 최대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다. 김 대표는 "올해 2차 화랑시장의 미술품 거래 규모는 5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며 "이중 열매컴퍼니가 사들인 그림이 500억원 규모로 10%를 차지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열매컴퍼니가 거래수수료 대신 차익을 기반으로 수익구조를 만든 배경엔 누구보다 미술품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 수 있는 분석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보통 화랑이 큐레이션 1인의 안목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아트앤가이드의 작품 선별은 사내 투자심사위원회가 맡는다. 투심위는 김 대표 외에 장은경 이사(CSO),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에서 영입된 베테랑 등 5명으로 구성된다.
주요 고객의 상당수는 금융권 전문가다. 김 대표는 "주식거래 제약이 있는 펀드매니저나 연기금 임원들이 가장 많이 구매한 투자자로 손꼽힌다"며 "지금까지 160여점의 공동 구매가 이뤄진 가운데 150점을 공동 구매한 개인도 있다"고 말했다. 1인당 구매액은 평균 780만원으로 다른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대비 10배 수준이다. 회당 평균 투자액은 250만원 정도다.
올해 금리 인상발 투자 한파가 일면서 미술시장도 움츠러들었지만 "이번엔 다르다"는 게 김 대표의 말이다.
2007년 돈이 넘치던 시기에 미술품에 투자하는 '아트펀드'가 우후죽순 출시되며 국내 미술시장은 단숨에 달아올랐다. 하지만 이듬해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긴 암흑기를 거쳤다. 2014년 중국 개인들이 '큰손'으로 부상한 홍콩 미술시장에서 한국의 단색화가 인기몰이하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이후 주춤했던 미술시장은 코로나19 이후 개인들의 '조각 투자' 열풍이 일면서 다시 반등했다. 올해 조각 투자 플랫폼의 인기를 사그라들었지만 지난 9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에는 유례없는 인파가 몰렸다.
김 대표는 "지난 두 번의 사이클에서 미술시장이 침체기를 넘어서는데 5~10년이 걸렸지만, 이번엔 1~2년으로 압축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그동안 학습경험이 많이 축적됐고 미술시장의 저변이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술품 투자는 취득세 및 보유세가 없고, 국내 생존 작가의 미술품은 차익이 얼마든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 절세 투자처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다. 여기에 공동구매라는 방식을 통해 매입 단가를 낮춰 일반 대중으로 투자 저변이 확대된 것도 미술시장 성장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김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화가를 꿈꿨다. "미대에 꼭 가야만 그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니." 미대에 진학하고 싶었던 그는 아버지의 말을 수긍해 2000년 서울대 경영학부에 진학했다. 하지만 대학 공부는 뒷전이었다. 한국적인 그림을 좋아한 그는 전국 곳곳을 여행하며 자연경관을 눈에 담았다. 지역마다 전시관은 빠지지 않고 들렀다.
스물여덟에 전역한 그는 서른한살 회계법인 KPMG에 입사했다. 하지만 마음은 딴 데 있었다. 회계사 2년 차 때 이미 아트펀드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금융위기 이후 미술품 투자시장이 암흑기를 지나던 때였다. "미술과 금융을 모두 아는 사람이 만든 아트펀드여야 '승산'이 있다"는 선배의 조언에 따라 그길로 회계법인을 그만두고 외국계 투자은행 ENP벨스타로 옮겼다. 그곳에서 2년 가까이 선박 등 대체투자 펀드를 운용하며 '금융'을 배웠다.
다음은 미술이었다. 월급을 받는 족족 그림을 샀지만 '진짜 미술을 안다'고 하기엔 부족했다. 그는 펀드매니저를 그만두고 간송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더는 아버지의 회유도 통하지 않았다. 월급은 4분의 1토막 났지만, 김 대표는 흔들리지 않았다.
간송미술관에서 3년을 일하면서 감사부터 전략기획, 전시, 저작권, 미술품 거래 등 미술 분야를 섭렵했다. 2016년 열매컴퍼니 법인을 등록하고 미술품 공동구매의 법적 검토를 받는 등 서비스를 준비했다. 이듬해 11월 기술창업지원 팁스에 선정되고, 2018년 10월 본격적으로 아트앤가이드 서비스를 개시했다.
열매컴퍼니는 현재 실물자산을 공동구매 하는 형태이지만, 다음 목표는 증권형 상품 출시다. 지난 6월 업계 최초로 금융위원회에 혁신금융서비스도 신청했다. 금융위원회가 조각투자 규제를 강화하면서 아예 자본시장법 틀 안에서 미술품 기반 개인 간 거래(P2P), 미술품 담보대출 등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SK증권 등과 업무협약(MOU)을 맺었으며, 신한증권으로부터는 전략적 투자를 유치할 예정이다.열매컴퍼니는 올해 초 시리즈 B 단계 170억원을 투자 유치했으며, 이달말 40억원 규모 브릿지 자금조달을 마무리했다. 열매컴퍼니의 2대 주주는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로, 산은캐피탈, 스톤브릿지캐피털이 주요 주주다. 열매컴퍼니는 대신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2024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열매컴퍼니는 2018년부터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 '아트앤가이드'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가 미술품을 직접 매입한 뒤 아트앤가이드를 통해 개인에게 공동구매 형태로 판매한다. 이후 그림을 재매각해 얻은 이익을 배분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개인 투자자에게 받는 수수료는 없다.
"거래 수수료를 안 받고 어떻게 돈을 벌지?" 김 대표가 받는 단골 질문이다. 다른 조각투자 플랫폼이 일종의 거래소 기능을 하며 개인들이 소유권 조각을 사고팔 때마다 거래 수수료를 받는 수익모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차별화된 비즈니스모델
열매컴퍼니는 자기자본을 투자해 미술품 공동구매에 함께 참여한다. 예를 들어 열매컴퍼니가 1000만원을 주고 그림 한 점을 사 온 뒤 10%의 마진을 붙여 아트앤가이드에서 1100만원에 공동구매를 진행한다면, 950만원어치는 고객이 사고, 150만원어치는 열매컴퍼니가 자기자본으로 구입한다.
이 과정에서 열매컴퍼니가 받는 수수료는 없다. 대신 재매각 시 발생하는 차익을 나눈다. 만약 1200만원에 그림을 재매각한다면 애초 구입가 대비 200만원의 차익이 생긴다. 앞단의 100만원은 열매컴퍼니의 수익으로 잡히고, 뒷부분의 100만원은 고객과 회사가 950 대 150의 비율로 가져가는 식이다. 미술품 조각을 공동 구매한 개인들은 열매컴퍼니가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재매각할 때 팔거나, 중간에라도 열매컴퍼니에 팔 수 있다.
김 대표는 "열매컴퍼니는 쉽게 말하면 개미들이 힘을 모아서 기관 투자자 행세를 하는 것"이라며 "매입부터 재매각까지 3~10개월이 소요돼 한 작품을 수년간 보유했다가 파는 일반 화랑보다 수익률이 높다"고 설명했다.열매컴퍼니는 현재까지 100점가량의 그림을 재매각했다. 김 대표는 "고객에게 돌아간 수익률은 작품당 30%, 내부수익률(IRR)은 100%에 이른다"며 "회사가 얻은 작품당 수익률은 45% 정도로 더 높다"고 강조했다.
아트앤가이드의 비즈니스모델은 다른 미술품 조각 투자 플랫폼과는 확연히 다르다. 소투와 테사는 보유한 미술품을 개인들에게 공동구매 형태로 판매한 뒤, 자사의 실시간 거래 플랫폼에서 거래 수수료를 받는다. 아트투게더는 플랫폼 안에서 사자와 팔자가 만나 거래가 이뤄지는 중고 거래 플랫폼과 비슷하게 운영된다.
김 대표는 "아트앤가이드에서 공동 구매한 미술품이 '구분 등기'를 친 실물 자산과 비슷하다면, 거래소를 만들어 개인이 소유권 조각을 매매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처럼 증권의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미술 거래시장 10% 차지하는 '큰손'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도입한 열매컴퍼니는 폐쇄적인 미술 투자 산업에 새로운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열매컴퍼니가 연간 매입한 그림은 2020년 30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200억원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5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이미 350억원어치 그림을 매입했다. 회사 매출도 2020년 17억원에서 2021년 17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 매출도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화랑시장은 작가를 발굴해 처음 전시회를 여는 1차 화랑과 이후 매매를 연결하는 2차 화랑으로 나뉜다. 열매컴퍼니는 2차 화랑 시장의 최대 '큰손'으로 자리매김했다. 김 대표는 "올해 2차 화랑시장의 미술품 거래 규모는 5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며 "이중 열매컴퍼니가 사들인 그림이 500억원 규모로 10%를 차지한다"고 했다.
김 대표는 "열매컴퍼니가 거래수수료 대신 차익을 기반으로 수익구조를 만든 배경엔 누구보다 미술품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 수 있는 분석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보통 화랑이 큐레이션 1인의 안목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아트앤가이드의 작품 선별은 사내 투자심사위원회가 맡는다. 투심위는 김 대표 외에 장은경 이사(CSO),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에서 영입된 베테랑 등 5명으로 구성된다.
주요 고객의 상당수는 금융권 전문가다. 김 대표는 "주식거래 제약이 있는 펀드매니저나 연기금 임원들이 가장 많이 구매한 투자자로 손꼽힌다"며 "지금까지 160여점의 공동 구매가 이뤄진 가운데 150점을 공동 구매한 개인도 있다"고 말했다. 1인당 구매액은 평균 780만원으로 다른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대비 10배 수준이다. 회당 평균 투자액은 250만원 정도다.
이번엔 다르다
올해 금리 인상발 투자 한파가 일면서 미술시장도 움츠러들었지만 "이번엔 다르다"는 게 김 대표의 말이다.
2007년 돈이 넘치던 시기에 미술품에 투자하는 '아트펀드'가 우후죽순 출시되며 국내 미술시장은 단숨에 달아올랐다. 하지만 이듬해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긴 암흑기를 거쳤다. 2014년 중국 개인들이 '큰손'으로 부상한 홍콩 미술시장에서 한국의 단색화가 인기몰이하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이후 주춤했던 미술시장은 코로나19 이후 개인들의 '조각 투자' 열풍이 일면서 다시 반등했다. 올해 조각 투자 플랫폼의 인기를 사그라들었지만 지난 9월 서울에서 열린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에는 유례없는 인파가 몰렸다.
김 대표는 "지난 두 번의 사이클에서 미술시장이 침체기를 넘어서는데 5~10년이 걸렸지만, 이번엔 1~2년으로 압축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그동안 학습경험이 많이 축적됐고 미술시장의 저변이 확대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술품 투자는 취득세 및 보유세가 없고, 국내 생존 작가의 미술품은 차익이 얼마든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 절세 투자처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다. 여기에 공동구매라는 방식을 통해 매입 단가를 낮춰 일반 대중으로 투자 저변이 확대된 것도 미술시장 성장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화가를 꿈꿨던 소년
김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화가를 꿈꿨다. "미대에 꼭 가야만 그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니." 미대에 진학하고 싶었던 그는 아버지의 말을 수긍해 2000년 서울대 경영학부에 진학했다. 하지만 대학 공부는 뒷전이었다. 한국적인 그림을 좋아한 그는 전국 곳곳을 여행하며 자연경관을 눈에 담았다. 지역마다 전시관은 빠지지 않고 들렀다.
스물여덟에 전역한 그는 서른한살 회계법인 KPMG에 입사했다. 하지만 마음은 딴 데 있었다. 회계사 2년 차 때 이미 아트펀드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금융위기 이후 미술품 투자시장이 암흑기를 지나던 때였다. "미술과 금융을 모두 아는 사람이 만든 아트펀드여야 '승산'이 있다"는 선배의 조언에 따라 그길로 회계법인을 그만두고 외국계 투자은행 ENP벨스타로 옮겼다. 그곳에서 2년 가까이 선박 등 대체투자 펀드를 운용하며 '금융'을 배웠다.
다음은 미술이었다. 월급을 받는 족족 그림을 샀지만 '진짜 미술을 안다'고 하기엔 부족했다. 그는 펀드매니저를 그만두고 간송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더는 아버지의 회유도 통하지 않았다. 월급은 4분의 1토막 났지만, 김 대표는 흔들리지 않았다.
간송미술관에서 3년을 일하면서 감사부터 전략기획, 전시, 저작권, 미술품 거래 등 미술 분야를 섭렵했다. 2016년 열매컴퍼니 법인을 등록하고 미술품 공동구매의 법적 검토를 받는 등 서비스를 준비했다. 이듬해 11월 기술창업지원 팁스에 선정되고, 2018년 10월 본격적으로 아트앤가이드 서비스를 개시했다.
다음 목표는 증권성 아트 상품 출시
열매컴퍼니는 현재 실물자산을 공동구매 하는 형태이지만, 다음 목표는 증권형 상품 출시다. 지난 6월 업계 최초로 금융위원회에 혁신금융서비스도 신청했다. 금융위원회가 조각투자 규제를 강화하면서 아예 자본시장법 틀 안에서 미술품 기반 개인 간 거래(P2P), 미술품 담보대출 등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미래에셋증권 키움증권 SK증권 등과 업무협약(MOU)을 맺었으며, 신한증권으로부터는 전략적 투자를 유치할 예정이다.열매컴퍼니는 올해 초 시리즈 B 단계 170억원을 투자 유치했으며, 이달말 40억원 규모 브릿지 자금조달을 마무리했다. 열매컴퍼니의 2대 주주는 소프트뱅크벤처스아시아로, 산은캐피탈, 스톤브릿지캐피털이 주요 주주다. 열매컴퍼니는 대신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2024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