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사무장 병원 난립에 줄줄 새는 건보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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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년간 3조여원 부당 지급3조1731억원. 일명 ‘사무장 병원’으로 불리는 불법 의료기관이 정부와 국민을 속이고 의료행위를 펼쳐 2009년부터 지난 10월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타낸 건강보험 급여액이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데 쓰여야 할 건강보험 재정이 무허가 의료행위에 줄줄 새고 있는 것이다.
과잉진료 온상…의료법 보완해야
정의진 경제부 기자
현행 의료법은 의사와 같은 의료인 외에는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반인은 잘 이해하기 힘든 의료행위의 높은 정보 비대칭성과 국민 건강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을 고려해서다.하지만 의료 현장에선 의료인의 이름을 빌리거나 법인 형태로 사무장 병원을 세워 무분별한 의료행위를 펼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사무장 병원은 오직 수익만을 추구하는 고유의 특성으로 과잉진료를 일삼아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유발하고 있다. 의료인의 이직이 잦아 의료 서비스 질이 낮고 의약품 오남용과 안전시설 미비 등으로 국민 안전·건강을 위협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2018년 화재로 15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남 밀양 세종병원도 소방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사무장 병원이었다.
무엇보다 정부가 불법 의료행위를 적발하고 사무장 병원으로부터 환수를 결정한 건강보험 급여 지급액이 거의 환수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사무장 병원으로부터 환수가 결정된 건보 급여 3조1731억원 가운데 실제로 징수된 금액은 지난달 말 기준 2154억7700만원에 불과하다. 징수율이 6.79%에 그친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사무장 병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환수 징수율을 높이기 위해 건강보험공단 임직원에게 수사권을 주는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공무원이 아니라 공단 직원에게 수사권을 주는 문제로, 보다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비(非)공무원이 수사권을 갖게 되면 국민의 기본권 침해 문제가 부각될 수 있다. 징수율을 높일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전문가들은 병원 이사회에 의사가 없는데도 병원을 세울 수 있도록 한 현행 의료법의 허점이 사무장 병원 난립을 부추겼다고 진단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달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며 “사무장 병원은 사후적 조치가 아닌 사전적 조치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동안 사무장 병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대증요법만 써오면서 사실상 사태를 방치한 정부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