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생존투쟁 맞나…근로자 320만원 벌 때, 곡물운반차주 525만원 소득

안전운임제 확대 요구한 품목, 소득 살펴보니

화물연대의 명분 없는 싸움
유류·통행·보험·주차비 빼도
카캐리어차주 月순수입 528만원
임금 근로자 月320만원과 격차

일괄 확대는 가격인상 부추겨
결국 소비자에 부담 전가

"일몰제 3년 연장 할만큼 했다"
정부, 화물연대와 강대강 대치
< 멈춰선 트럭 > 화물연대 총파업 나흘째인 27일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에 운행을 멈춘 화물차들이 주차돼 있다. 이날 기준 전체 2만2000여 명으로 추정되는 조합원 가운데 4300여 명이 총파업에 동참해 참여율은 19.5% 수준이었다. 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파업의 주요 요구사항으로 내건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가 명분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반 임금 근로자보다 월등히 높은 소득의 화물기사 이익 보장을 위해 국가 물류를 볼모로 잡은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명분 없는 안전운임제 확대 요구

27일 고용노동부의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기준 보수액 및 평균임금 산정을 위한 소득수준 실태조사’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운반(카캐리어) 화물차주의 월평균 소득총액은 1155만원이었다. 400만원을 웃도는 유류비와 차량유지비, 통행료, 보험료, 주차비 등 부대비용을 제외한 월평균 순소득은 527만9000원이었다. 곡물 운반 차주도 월평균 순소득 525만4000원으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택배 지·간선 화물기사(터미널 간 택배물품 운송)도 395만원으로, 자동차·곡물 운반 화물기사만큼은 아니지만 일반 임금 근로자(2020년 월평균 임금 320만원)보다는 소득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의 충격이 완화된 올해에는 소득이 더 올랐을 것으로 전망된다. 화물연대는 철강재, 위험물질, 자동차, 곡물·사료, 택배 지·간선 품목에도 안전운임제 적용을 확대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화물기사들의 장시간 근로를 감안하면 높은 소득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카캐리어 차주의 월간 평균 근로일이 23.1일인 점을 감안하면 하루 일당이 22만9000원 정도”라며 “장시간 근로를 감안해도 높은 소득 수준”이라고 말했다.현재 안전운임제를 적용받고 있는 레미콘 운송차주의 소득 역시 화물운송업계에서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교통연구원의 ‘화물운송시장 동향’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수도권 1회전당 운반비가 5만6000원이고 월 100회전을 한다고 가정할 경우 유류잔여분과 보조수당 등을 합쳐 월 655만원을 버는 것으로 추산된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의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는 제도다. 이를 어긴 화주에게는 건당 과태료 500만원을 매기고 있다. 2020년부터 3년 기한으로 한시 적용돼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었다. 정부·여당은 지난 22일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을 타협안으로 제시했으나 화물연대는 이를 거부한 채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할 만큼 했다” 강경 기조인 정부

정부·여당은 안전운임제 적용 품목 확대는 불가하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화물연대가 화물기사들의 생존권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데도 안전운임제 일괄 확대를 요구하며 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명분이 약하다는 판단에서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도 25일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품목 확대를 요구하는 카캐리어, 위험물 등 품목은 소득이 이미 다른 운송업종보다 높고 규격화와 표준화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고용부 실태조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 운송업체 관계자는 “안전운임제를 무분별하게 확대하면 운송사와 화주들의 부담이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상품 가격이 올라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법과 원칙’을 강조해온 정부로선 더 이상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일 수 없어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안전운임제의 교통안전 효과가 크지 않다는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안전운임제 일몰제 3년 연장안까지 제시한 정부 내부에서는 “할 만큼 했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화물연대가 투쟁 강도를 유지하려면 비조합원들의 참여가 필수”라며 “비조합원들을 설득할 명분이 부족하면 파업 동력을 상실할 수 있으므로 화물연대 지도부도 고심 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곽용희/안대규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