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표' vs '이재명표' 예산 싸움에…결국 '깜깜이' 심사로

예산안 내달 2일 처리 힘들듯
與野 논의 공전…감액심사 못해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 간 논의는 공전을 이어가고 있다. 여야가 각각 윤석열 정부 예산과 ‘이재명표’ 예산을 놓고 방어와 삭감으로 대립하면서 다음달 2일 시한까지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2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시작된 예산안조정소위(예산소위)는 아직 감액 심사도 끝내지 못했다. 예정대로라면 17일부터 감액과 증액 심사를 각각 사흘씩 진행해 오는 30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실 예산 등을 둘러싼 여야 이견으로 예결소위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감액 심사에만 꼬박 1주일이 소모됐다.상임위 차원에서 의결된 예산안을 정밀 심사하는 예산소위에서 여야는 강하게 충돌했다. 감액 심사 마지막 날인 25일 대통령비서실이 편성한 업무지원비 158억700만원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감액을 주장하면서 마찰을 빚었다. 결국 두 번의 정회 끝에 업무지원비를 3억원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야당은 24일 국토교통위에서도 대통령실 이전과 관련한 용산공원 조성사업 지원 예산을 165억원 깎아 단독 의결했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5조9409억원 증액돼 처리됐다.

여야가 곳곳에서 충돌하며 결국 예결소위는 9개 상임위가 넘긴 30개 부처 소관 예산안 219건 중 65건을 보류시켰다. 정부 원안을 수용한 건 25건이었고, 91건에 대해선 6647억2400만원을 감액 의결했다.

여야는 28일 예산소위를 열어 감액 심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예산소위에서 합의하지 못한 예산은 ‘심사 보류’된 채로 여야 간사 간 협의체로 넘어간다. 이 비공개 협의체인 ‘소(小)소위’에서 예결위 간사와 기획재정부 등이 모여 예산안 증·감액 규모를 최종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소소위는 예산소위와 달리 법적 근거가 없고 외부에 협의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깜깜이’ ‘밀실’ 심사라는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