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이 만든 여성정장, 4050 중년도 홀렸다

GS샵 '모르간' 올 주문액 867억
히트상품 골지니트 12만장 팔려
2030 MD 감각, 全세대에 통해
GS샵 여성 의류 브랜드 ‘모르간’을 담당하는 상품기획자(MD)와 오운 브랜드팀장. 왼쪽부터 박은지 MD, 박정은 팀장, 서민지 MD. GS샵 제공
여성정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2030세대 사이에서 외면받는 패션이 됐다. 팬데믹 기간에 몇 벌 없던 정장을 옷장 속에 묻어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여성들은 엔데믹이 도래했는데도 그 옷들을 다시 찾지 않고 있다.

이런 여성정장의 저변을 다시 확대하는 것은 여성정장을 주력으로 한 유통·패션업계 관련 마케터들에겐 시급하게 풀어야 할 숙제다. 이 과제를 주력 시청층보다 한참 어린 2030 기획자(MD)들에게 맡긴 GS샵이 올해 들어 비약적인 성과를 내 관심을 끈다.28일 GS샵에 따르면 이 회사가 해외 업체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독점으로 판매하는 여성복 브랜드 ‘모르간’은 올해 1~10월 주문금액이 867억원에 달했다. 이는 2011년 국내 론칭 이후 최대 금액이다. 작년 연간 주문금액인 817억원도 이미 넘어섰다.

2018년부터 모르간을 맡고 있는 서민지(31)·박은지(24) MD는 2030세대다. 이 브랜드를 담당하는 오운 브랜드팀의 박정은 팀장(40)이 이제 막 40대에 접어든 정도다.

이들은 주력 브랜드의 타깃 연령층을 MZ세대로 확장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학부모인 4050은 물론, 주니어 직장인인 2030도 입을 수 있는 옷을 팔겠다는 게 이들의 구상이었다. 여기에는 중년층 여성들에게 더 어려 보이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이들이 꼽은 대표적인 히트상품은 ‘골지 니트’다. 메인 MD인 서민지 씨는 원래 신축성이 좋아 몸에 딱 붙는 골지 니트를 판매하려고 했다. 하지만 ‘4050 소비자가 몸에 딱 붙는 골지 니트를 구매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부 의견을 반영해 몸에 아주 밀착되지 않을 정도로 품을 늘리면서도 골지 니트의 특성인 ‘핏’을 살리는 방식으로 접점을 찾았다. 이 제품은 올해 봄·여름(SS) 시즌 동안 12만 장이나 판매됐다. 박 팀장은 “성공적인 홈쇼핑 패션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타깃을 재설정하는 것 외에 제품의 품질 향상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