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답은 항상 소비자에게 있다

성기학 영원무역·영원아웃도어 회장
오는 12월 3일은 ‘소비자의 날’이다. 1979년 12월 3일 ‘소비자보호법’이 국회에서 통과하자 소비자보호단체협의회가 이날을 ‘소비자보호의 날’로 정했다. 이후 1997년 법정 기념일 제정을 거쳐 2000년부터 지금의 소비자의 날로 명칭이 변경됐다. 문득, 소비자와 관련된 신조어 중 하나인 ‘그린슈머(green + consumer)’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되는 제품 구매를 지향하는 소비자를 지칭하는 그린슈머는 가격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온 전통적 소비가 아니라 환경에 영향을 덜 끼치는 지속 가능한 소비를 최고의 덕목으로 여긴다.

이렇듯 오늘날의 소비자는 단순한 소비 행위 주체를 넘어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환경과 사회문제를 고려해 중고품을 선호하는 ‘세컨슈머(second+consumer)’와 개인의 만족은 물론 사회 전체의 혜택까지 고려해 소비 활동을 하는 ‘소셜슈머(social+consumer)’ 등에서 보듯, 소비자의 다양한 관심과 요구는 우리 사회에 많은 변화와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필자 역시 이러한 소비자의 눈높이와 기대에 부응하고자 다양한 친환경 소재를 제품에 적용하고 제품 포장까지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대체했다. 태양광발전을 비롯한 친환경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데도 오랜 기간에 걸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이와 같은 시도들이 기존보다 훨씬 큰 수고와 비용을 수반하기도 했지만, 결국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소비자로부터의 호의적인 반응과 함께 여러 이해관계자 그룹으로부터 긍정적 평가까지 받는 성과를 내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이러한 소비자 지향의 친환경 행보가 경영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일례로, 필자가 경영하는 브랜드 비즈니스 회사의 경우, 쓰고 남은 잔여 원단과 원단 조각을 일정 기간 이후 일괄 폐기처분하는 통상적인 처리 방식 대신 고도의 리사이클링 공정을 거쳐 의류 완제품으로 상품화하는 데 재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폐기 과정 및 원단 총소비량 증대로 환경에 미치는 부작용을 줄이고 요즘 같은 원자재 가격 폭등 시기에 비용 절감으로 괄목할 만한 경영실적을 유지하는 데 한몫할 수 있었다. 비단 기업뿐만 아니라 가계 경영에 있어서도 제반 물자 재활용을 지혜롭게 실천하는 노력이 유의미하다고 할 것이다.

전례 없는 글로벌 경기 침체 국면과 대내외 불확실성이 내년에도 시장과 경영 환경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소비자 요구와 기대에 충실하게 대응하며 역량을 키워가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다시 한번 ‘답은 언제나 시장 즉, 소비자에게 있다’는 자명한 사실을 상기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