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정점은 착각" 시장 놀라게 할 파월의 한마디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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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꺾여도 기대 인플레는 계속 상승 / 美증시 주간전망
파월 연설, PCE, 고용보고서 주목
경제 현상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어디로 튈 지도 모르고 경기침체가 어떻게 될 지 쉬이 예측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7%대로 내려오면서 물가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CPI 선행지수 역할을 해온 수치가 또다시 오르고 있기 때문에 CPI가 다시 튀어오를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미국의 경기침체는 모르고 지나갈 정도로 짧고 약하게 겪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을 보면 섣부르게 낙관할 수 없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겁을 주고 있습니다.
축구 경기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결국 경기 결과인 점수에만 신경을 씁니다. 경제도 마찬가지입니다. 복잡다단한 경제 현상과 지표에 관심을 쓰는 듯 하다가 종국에 가선 투자자들은 미국 기준금리만 쳐다보고 있습니다.
※ '정인설의 워싱턴나우'는 매주 월요일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인 '한경 글로벌마켓'에서 유튜브 영상과 온라인 기사로 찾아뵙고 있습니다.
불안한 기대인플레의 상승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클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꺾이고 있지만 기대인플레이션은 상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의 선행지수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Fed가 금리를 결정할 때 CPI나 PCE 못지 않게 중요하게 여기는 지표입니다. "금리를 올리는 건 기대 인플레를 꺾기 위해서다"라고 공공연하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기대 인플레이션 수치를 발표하는 양대 산맥은 미시간대와 뉴욕 연방은행입니다. 약속이나 한 듯 두 기관의 지표는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미시간대가 발표한 5년 기대인플레는 9월 2.9%에서 10월 3.0%로 상승했습니다.
뉴욕 연은의 5년 기대 인플레는 두 달 연속 오름세입니다. 8월에 2.0%에서 9월 2.2%, 10월에 2.4%로 재차 상승했습니다. 3년 인플레도 2개월째 오르고 있습니다.
현재와 미래 중 파월의 선택은?
게다가 전문가들의 예상이 아닌 일반인들의 심리와 기대를 반영한 수치입니다. 그래서 일각에선 공신력에 의문을 품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파월 의장은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줄까요. 인플레는 꺾이고 있다에 방점을 찍을까요. 기대 인플레는 다시 오르고 있다에 주목할까요.
아니면 7%대 인플레이션은 목표치인 2%에 비해 너무 높다라고 할까요. 기대 인플레는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얘기할까요.
그럼에도 간간이 있는 별도 공개행사에선 매파적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잭슨홀 회의 때도 그랬고 9월에 있었던 CATO 컨퍼런스 때도 그랬습니다. 이번에도 피벗 랠리 조짐을 보이고 있는 시장에 대해 "피벗 꿈도 꾸지 말라"고 일침을 할 지 주목됩니다.
파월의 관심은 물가보다 고용?
파월 의장의 브루킹스 연구소 연설의 주제는 물가가 아닙니다. 바로 고용입니다. 구체적으로 "경제 전망과 노동 시장"입니다.다음 중요한 건 경기침체입니다. Fed 인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얘기하고 있는 긴축의 누적 효과를 염려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금리인상이 갖고 올 후폭풍이 드러나기 전까지 시차가 존재하는데 이제 그걸 걱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고용 지표가 경기침체 여부를 확인시켜줄 최종 리트머스 시험지입니다. 문제는 경기지표인 일자리와 실업률 통계는 경기 후행지표라는 점입니다. 실업률이 올라갈 때까지 방심하고 있다고 비로소 상승할 때 정책 대응을 하며 움직이면 이미 늦었다는 것입니다.
가장 늦게 움직이는 실업률은 전달과 같은 3.7%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11월 신규고용은 20만명으로 전달(26만1000명)에 비해 줄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리고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전월대비 0.3%로 10월(0.4%)에 비해 둔화될 것으로 월가는 내다보고 있습니다. 예상대로 나오거나 더 안좋게 나오면 긴축 속도가 더 늦어져 시장은 일시적으로 환호할 수 있습니다. 나쁜 소식이 희소식으로 둔갑하는 때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유럽과 중국
다만 이 보고서는 파월 의장이 한참 연설을 하고 있는 중인 30일 오후 2시에 공개됩니다. 투자자들이 파월 의장의 연설을 듣고 있는 중이어서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연설이 끝나는 오후 2시반 이후에 시장에서 소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다음날 10월 PCE가 나옵니다. 전달에 6.2%였는데 이번 달엔 6% 안팎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근원 PCE죠. 9월에 5.1%를 기록하면서 두 달 연속 이어진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인플레 우려를 키울 수 있습니다.
어수선한 곳이 많습니다. 중국과 이란에선 반(反) 정부 시위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바뀔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이란과의 핵협상 타결은 멀어졌지만 이란이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에 버금가는 근본주의를 고수할 지 관심사입니다. 국제사회에서 멀어져 가고 있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를 동시에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베네수엘라 카드를 들고 나왔습니다.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풀어 증산에 미온적인 사우디와 핵협상에 소극적인 이란을 압박하는 것입니다. 시설이 낙후돼 있는 베네수엘라의 원유가 단기적으로 국제 시장에 대량 나올 가능성은 작지만 압박용으론 충분합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매장량 1위입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