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확천금 노린다"…수억원 상금 내건 심리 서바이벌 예능 인기

'보물찾기'·'버튼 게임' 등 거액 상금 내건 프로그램 잇따라
지능게임서 상금사냥으로 변모…"돈이 성공의 척도 된 사회상 반영"
드라마 '오징어 게임'처럼 거액의 상금이 걸린 게임에 참가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떨까. '오징어 게임' 만큼은 아니더라도 최대 9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상금을 내건 심리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들이 현실에서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 출연자들은 일확천금을 얻기 위해 방송에서 자신의 치부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시청자들은 탄식과 환호를 내지르며 몰입하기도 한다.

일각에선 이런 프로그램들이 재미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배금주의와 물질만능주의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 티빙·웨이브·넷플릭스, '상금 사냥' 심리 서바이벌 줄줄이 공개
티빙은 전국 곳곳을 무대 삼아 상금 5억 원을 내건 대규모 스케일의 서바이벌 '보물찾기'를 내달 2일 선보인다.

이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팀을 이뤄 숨겨진 돈을 찾아 분배하는 과정에서 치열한 두뇌 싸움과 심리전을 벌인다.

이달 공개된 웨이브 '버튼게임'은 상금 9억원을 걸고 15일 동안 매일 생존 배틀을 벌인다. 넷플릭스도 상금 5억원을 걸고 7일간 두뇌 싸움을 벌이는 예능 '데블스 플랜'을 선보일 예정이다.

사실 이런 서바이벌 예능은 과거에도 마니아층에서 꾸준히 인기를 누렸던 포맷이다.

다만 '더 지니어스'(2015), '대탈출'(2021) 등과 같은 프로그램이 '두뇌 싸움'에 집중했다면 최근에 나오는 프로그램들은 '상금 사냥'에 더 초점을 두는 모양새다. 과거 프로그램들에서 프로게이머 임요환, 한의사 최연승, 변호사 임윤선 등 높은 지능을 가진 출연자들이 단계마다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지를 보여줬다면, 최근에는 부모님의 수술비가 절실히 필요한 무명 배우, 사업에 실패한 자영업자, 사기 피해자 등이 출연해 절박한 마음으로 상금을 향해 내달린다.

상금의 액수도 크게 올라 현재 프로그램들에서 대부분의 상금은 억 단위에 이른다.

작년 11월 처음 방송된 웨이브 오리지널 '피의 게임'은 총상금 3억원을 내걸었고, 지난 10월 종영한 채널A '펜트하우스'는 4억원이 걸렸다.

티빙과 넷플릭스는 한술 더 떠서 총상금을 최대 5억원으로, 웨이브는 9억원까지 올렸다.
◇ '한탕' 노린 치열한 경쟁…물질만능주의·경쟁주의 부추긴다는 지적도
이런 심리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의 가장 큰 특징은 참가자들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치열하게 경쟁한다는 점이다.

'버튼게임'에서 한 남성 참가자는 투표로 탈락자를 정하는 상황에서 "여자들 떨구고 가자"라며 남자들끼리의 단결을 주장하고, '보물찾기' 참가자들은 다른 팀을 따돌리려고 길을 일부러 잘못 안내하는가 하면 문을 막고 출입을 못 하도록 막기도 한다.

이처럼 돈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내는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끄는 데는 '한탕'을 바라는 우리 사회의 모습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헌율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과거에 상금을 내걸었던 프로그램들은 현금으로 주기보다 가전제품 등으로 바꿔서 주거나 상금의 반을 기부하는 방식 등으로 배금주의를 우회했지만, 요즘은 대놓고 상금에 초점을 맞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유형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는 현상은 돈이 성공의 척도가 되고, '일확천금'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상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돈에 대한 인간의 솔직한 욕망, 그리고 극한에 몰리면서 과감해지는 선택과 시도 등을 담은 심리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이 과도한 경쟁이 일반화된 현실에 편승해 물질만능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나온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밀폐된 공간에 모인 일반인들이 거액의 상금을 걸고 펼치는 서바이벌 게임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마지막 자극성의 가장 끝에 도달한 것"이라며 "말초적 자극만 추구하려는 심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해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