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금리 최고치…"내년 주담대 10%에 '깡통전세'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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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발표지난달 은행들의 가계 대출 평균 금리가 10년여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2012년 5월 이후 최고치를, 일반 신용대출 역시 2012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사상 첫 6연속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후폭풍이 현실로 다가온 모습이다.한국은행은 29일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를 발표했다. 10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5.34%로 한 달 새 0.19% 포인트 올랐다. 이는 2012년 6월의 5.38% 이후 10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82%로 9월보다 0.03% 포인트 올랐다. 오름폭이 크지는 않았지만 역시 2012년 5월의 4.85% 이후 가장 높았다. 박창현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은 "연 3.7%∼4.0% 금리의 안심전환대출이 취급된 데다 일부 은행이 가산금리를 인하하고, 상대적으로 금리 수준이 낮은 신잔액 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단기에 금융위기 가능성 높다' 응답 반년새 2배↑
"이미 부동산 버블 붕괴…내년이 더 심할 수도"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0.60% 포인트 오른 7.22%로 집계됐다. 신용대출 금리가 7%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13년 1월(7.02%) 이후 처음인데, 값은 2012년 6월 이후 가장 높았다. 박 팀장은 "CD, 은행채 단기물 등 지표금리가 크게 상승했고, 일부 은행에서 고신용 차주에 대한 신용대출을 줄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파른 금리 상승세는 당장 목돈이 필요한 이들에겐 더욱 부담이다. 결혼을 앞둔 30대 회사원 A 씨는 가입하려던 대출상품의 금리가 두 달이 채 안 돼 1.4% 올랐다고 전했다. 신혼부부들을 위한 대출도 알아봤지만 부부합산 소득 6천만 원 이하 기준에 걸렸다며 "주변에 이 조건에 맞는 경우가 흔치 않다"고 했다.신용 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차주의 경우 이미 주담대 금리 상단이 8%를 넘긴 것으로 전해진다. 주담대 금리가 8%를 넘어서는 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약 14년 만이다. 가뜩이나 국내 가계부채 부담이 큰 상황에서 대출 금리 인상이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은행의 '시스템 리스크(위험) 서베이(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외 주요 경제 전문가 72명에게 금융 시스템 위기를 초래할 충격이 단기(1년 이내)에 발생할 가능성을 묻자 58.3%가 '높다'(매우 높음 12.5%, 높음 45.8%)고 답했다. 5월 같은 조사 당시 26.9%였던 것이 반년 새 두 배(31.4% 포인트) 늘어난 셈이다.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는 27.8%가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 악화에 따른 부실 위험 증가'를, 16.7%가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과 상환 부담 증가'를 지목했다.
실제로 이날(29일) 공개된 통계에 따르면 기업의 은행 대출 금리는 급격한 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발 회사채 시장 냉각의 여파로 급등했다. 지난달 기준 기업 대출 금리는 0.61% 포인트 오른 5.27%를 기록했는데, 이는 2012년 9월의 5.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승폭만 놓고 보면 1998년 이후 약 24년 만에 최대치인데, 지표금리가 상승한 가운데 회사채 시장 위축으로 기업의 대출 수요가 은행에 몰린 결과다.전문가들은 대출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예상한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교수는 "최근 시중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이 줄어들고 고금리 정기 예·적금 비중이 늘고 있다"며 "대출금리 상향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기업의 자금 조달에 대해서 서 교수는 "회사채가 지나치게 많이 발행돼서 유통 물량이 늘다 보니 가격이 낮아지면서 오히려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교수는 주담대 금리가 내년 10%대에 진입할 것이라며 미국이 기준금리를 2024년까지 5.5%로 올릴 계획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김 교수는 "집값은 금리가 7~8%를 넘어가면 하락하는데 집값이 오르는 속도보다 이자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집값이 37% 내리고 최고 50% 빠진 곳도 있다"면서 "무주택자가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 전세'가 속출하고, 주담대 차주들이 이자는 물론 원금도 갚지 못해 은행권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이미 부동산 시장이 심각한 상황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28일 진행된 주택금융공사의 컨퍼런스에 참석한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실거래 가격이 한 달에 1.8% 떨어지는 건 금융위기 때도 못 본 일이었는데 지금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홍 대표는 "미국과 한국 모두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고 있다"면서 "작년에 우리나라 전국 아파트 가격이 20.3% 올랐었는데 그걸 올해 다 토해했고 내년에 더 심하게 토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승완기자 pswa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