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진의 논점과 관점] 지금 왜 총파업일까

박수진 논설위원
민주노총과 더불어민주당의 지도부는 같은 뿌리다. 민주노총 위원장 양경수, 산하 금속노조 위원장 윤장혁, 택배노조 위원장 진경호, 부위원장 김태완 등이 모두 성남·용인을 근거지로 성장한 극좌 운동그룹 ‘경기동부연합’ 출신이다. 경기동부연합은 NL(민족해방파)계열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의 하부 조직 중에서도 가장 급진적 성향의 친북 그룹.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이 그룹을 이끌었고, 그의 한국외국어대 용인캠퍼스 후배가 양경수다.

경기동부연합은 같은 성남 출신 변호사 이재명을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때부터 조직적으로 지원해왔다. 그룹 핵심 중 한 명인 민주노동당 김미희가 이재명과 후보 단일화에 합의해줬다. 이재명은 당선 후 김미희 등을 인수위원장 등에 앉혔다. 김미희는 2012년 총선에서 통진당 소속으로 국회에 진출했다.

민노총·민주당 지도부 정치공동체

2014년 대법원의 통진당 해체 결정 후 지리멸렬하던 경기동부연합을 일으켜 세운 게 양경수다. 2020년 민주노총 선거에서 비정규직 세력을 규합해 위원장에 당선됐다. 양경수의 민주노총은 이재명을 총력 지원했으나 0.73%포인트 차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양경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부터 “윤석열의 시대가 아니라 노동의 시대” “경고가 쌓이면 그다음은 퇴장”이라며 적의를 숨기지 않았다. 각각 1조6000억원, 8000억원의 손실을 입힌 화물연대와 대우조선해양 파업을 이끌었다. 이재명이 야당 대표로 재기하는 데도 일조했다. 현재 이 대표는 국회에서 169석의 힘으로 ‘정부완박(정부 권한 완전 박탈)’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는 민주노총이, 여의도에서는 민주당이 새 정부의 목을 쥐고 흔든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6개월이 지났으나 제대로 된 성과가 없다.

민주노총과 민주당의 반정부 투쟁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망이 죄어들수록 더 극악스러워지고 있다. 이 대표는 측근 3인방(정진상 김용 유동규) 중 최측근 정진상이 검찰에 소환된 지난 15일, 민주노총을 찾았다. 민주노총은 1주일 후 총파업을 선포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3년 연장 등 대안을 마련하자는 정부 제안에도 불구하고 “물류를 세워 세상을 바꾸자”며 단체 행동에 돌입했다. 민생을 볼모로 한 파업이 가져온 아비규환은 지금 목도하는 그대로다.

민생볼모 반정부투쟁 의기투합

복합 경제위기에 무슨 총파업이냐고 하지만, 민주노총엔 역설적으로 ‘최적의 시점’이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바닥이고, 감원과 구조조정까지 앞두고 있어 정권을 벼랑 끝으로 몰기엔 이만한 때가 없다. 게다가 국회에선 민주당이 ‘불법파업 조장법’(노동조합법 개정안) 추진 등으로 측면 지원하고 있다. 민주노총과 민주당은 한 몸으로 움직이는 정치 공동체처럼 보인다.

양경수는 내년 12월 민주노총 역사상 첫 재선에 도전한다. 2024년 22대 총선에서 통진당 재건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지금처럼 야당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 대표도 후원 세력인 경기동부연합 출신이 원내로 들어오면 든든한 자산이 된다. 그때까지는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윤석열 정부의 힘을 빼야 한다. 총파업은 이들 모두에게 필요하고 중요하다. 대선은 끝났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