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리하르트 바그너 '지크프리트 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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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사진)는 1869년 56세의 나이에 두 번째 아내 코지마 사이에서 첫아들을 얻었다. 당시 ‘니벨룽의 반지’ 4부작 가운데 3부 ‘지크프리트’를 작곡 중이던 바그너는 아들의 이름을 지크프리트라고 지었다. 바그너는 이듬해 11월 스위스 루체른 호숫가 저택에서 코지마의 33번째 생일(12월 25일)에 깜짝 선물로 들려줄 관현악곡을 완성했다. 이 곡은 한 달여 뒤 생일 당일에 코지마의 침실 옆 계단에 앉은 연주자 15명이 계단 아래에 선 바그너의 지휘에 맞춰 초연했다. 출판 당시 ‘지크프리트 목가’라고 명명된 이 작품에 ‘계단의 음악’이란 별칭이 붙은 이유다.
바그너 하면 연상되는 거대하고 화려한 오페라 음악과는 사뭇 다르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작은 교향곡’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소규모 편성의 관현악이나 13대의 악기를 위한 버전으로 자주 연주된다. ‘지크프리트’의 ‘사랑의 평화’ 모티프를 중심으로 ‘니벨룽의 반지’에 나오는 여러 모티프와 독일 민요 자장가 등이 약 20분간 ‘바그너 스타일’로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느지막이 아들을 얻은 기쁨과 아내에 대한 사랑이 묻어나는 곡이다. 늦가을 호숫가의 평화롭고 목가적인 풍경도 떠오른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