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맞춤으로 하나가 된 인간과 동물…헝가리 사진작가 보르시展

포토샵 기술 활용한 사진 자화상…사비나미술관서 국내 첫 개인전
헝가리의 사진작가 플로라 보르시(29)는 반려견 '데조'와 함께 영상을 찍던 중 우연히 둘의 얼굴이 하나가 되는 화면을 발견했다. 정면을 바라본 작가와 옆을 바라보는 반려견의 모습이 겹치면서 두 생명체는 하나가 된 것처럼 보였다.

특수 분장으로 위장한 사진 자화상을 찍는 보르시의 국내 첫 개인전이 30일부터 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시는 동물과 인간의 신체 특성을 결합한 '애니마이드'(Animeyed) 연작을 중심으로 사진 35점과 대체불가토큰(NFT) 작품 12점 등 총 47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여러 동물의 속성을 연구한 뒤 동물 모델을 정한다.

이후 동물의 색과 모양, 피부 등 특성에 따라 특수 분장기법을 이용해 자신의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 눈동자 색 등을 동물에 맞춘다.

금붕어의 색을 모방하기 위해 머리카락을 주황색으로 염색하고 흰 비둘기의 질감을 내기 위해 얼굴을 하얗게 칠하는 식이다. 분장 후에 정교한 연출로 자신의 사진을 찍고 포토샵 프로그램을 이용해 옆모습을 한 동물의 눈과 정면을 바라보는 자신의 한쪽 눈을 일치시키면 인간과 동물이 눈 맞춤을 통해 하나가 되는 작업이 완성된다.

분장부터 촬영, 포토샵 처리까지 모든 작업은 혼자서 한다.
작가의 모델은 항상 작가 자신이다. 사진 속에서 작가는 수많은 모습으로 변신하며 다양한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한다.

전시 개막에 앞서 29일 온라인으로 기자들과 만난 작가는 "10대 때부터 사진 촬영에 관심이 많았지만 어떤 주제로 사진을 찍어야 할지 잘 몰라 일단 내 얼굴부터 찍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15살 때 암 진단을 받은 뒤 살아남기만 하면 이 세상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겠다고 결심한 것도 자신의 얼굴을 적극적으로 찍는 이유 중 하나가 됐다.

디지털 매체에 친숙한 세대답게 작가는 포토샵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합성과 편집 기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작가는 "11살 때 포토샵 프로그램을 선물 받은 뒤 거의 중독 수준으로 이용하며 내 얼굴을 찍고 편집을 했다"면서 "동물 사진의 경우 직접 찍지 않고 다른 작가가 찍은 인터넷 이미지를 포토샵으로 편집하는데 사진을 찍는 과정에서 동물을 착취하거나 악용하지 않고도 똑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정교한 연출과 편집은 각각의 동물이 지닌 고유한 아름다움과 특별함을 강조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한국과 헝가리 수교 33주년을 기념한 전시로, 내년 2월26일까지 이어진다. 유료 관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