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사망' 추락헬기 임차한 지자체도 "47년된 기종인지 몰랐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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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임차 헬기 '확보전' 치열…기령 정보보다 예산 맞춘 선택뿐
"정보제공 시스템 개선하면 경쟁력 위해 업체 낮은 기령 도입할 것" 대형화하고 잦아지는 산불로 전국 지자체의 임차 헬기 수요가 해마다 늘고 있지만, 노후 여부를 가늠하는 기령(비행기 사용 연수) 정보를 알지 못한 채 임차 계약이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7일 강원 양양에서 산불 계도 비행 중 추락해 탑승자 5명 전원이 사망한 헬기를 임차한 지자체도 사고 헬기가 '47년' 된 기종이라는 기령 정보를 알지 못한 채 계약을 진행해 납품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관련 예산 규모에 맞춰 담수 용량이나 지형 여건에 따른 중대형 기종을 선택할 뿐 사실상 노후 기종 여부는 임차 헬기 선택의 기준이 아닌 셈이다.
물론 국내 항공기 기령 정보 등은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에 공개되고 있지만, 조달청에 납품 요구 과정에서는 지자체 담당자들이 이를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매년 임차 헬기 수요 느는 데 공급은 부족…확보하고 보자 '급급'
30일 산림청과 조달청 등에 따르면 가을철 산불 대응을 위해 전국 지자체가 임차해 운용 중인 헬기는 74대다. 지역별로는 경기 20대, 경북 17대, 강원 9대, 전남 8대, 경남 7대, 전북·충남·충북·대구 각 3대, 울산 1대 등이다.
담수 용량 기준 2천700∼5천L(리터) 미만의 대형 헬기 17대, 1천∼2천700L 미만의 중형 헬기 28대, 1천L 미만의 소형 헬기 29대 등이다.
전국 지자체 임차 헬기는 2018년 65대에서 올해 74대로 4년 사이 9대가 늘었다. 임차 헬기 시장 역시 2018년 민간 항공업체 12곳에 400억 원 규모에서 지난해 540억 원으로 35% 증가했다. 임차 헬기는 조달청 입찰 방식에 따라 지자체의 선택으로 납품된다.
조달청이 민간항공업체와 계약을 통해 산불 진화용 헬기를 먼저 확보한 뒤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올려놓으면 지자체가 이를 선택해 납품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른바 쇼핑몰 단가계약인 셈이다.
하지만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
국내 민간 항공업체 보유 헬기 대부분 봄·가을철 지자체의 임차 헬기로 활용되다 보니 물량이 70여 대 남짓 한정돼 있다.
다른 지자체가 먼저 예산 규모 등 조건에 맞는 임차 헬기를 선택해 확보하면 선택할 수 있는 물량은 계속 줄어든다.
지자체별로 임차 헬기 확보전이 치열해 자칫 예산이라도 뒤늦게 확보되면 그만큼 선택의 폭은 더 좁아지기 마련이다.
도내 한 지자체는 임차 헬기 예산이 뒤늦게 확보되는 바람에 40년을 훌쩍 넘긴 노후 기종을 임차해 운용하고 있다.
물론 해당 지자체 역시 조달청 쇼핑몰 단가계약 당시 기령 정보를 알지 못한 채 납품받았다. ◇ 기령 정보 '깜깜'…7년간 사고 임차 헬기 7대 중 4대 기령 '40년' 이상
사실상 노후 기종 여부는 선택의 기준이 아닌 셈이다.
기체의 안전성이 확보됐는지를 1년에 1차례 확인하는 감항 검사를 통과한 항공기는 운항할 수 있으므로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기령보다 해당 예산 규모에 맞는 임차 헬기를 선점하는 데 급급한 실정이다.
사고 헬기를 올해 1월 임차해 운용한 지자체 역시 47년 된 기종이라는 기령 정보는 알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조달청에서 제공하는 정보만으로는 헬기 기령을 알 수 없다"며 "임차 헬기 물량이 많지 않아 원하는 기종을 선택할 수 없는 데다 선정 절차가 늦어지면 확보조차 못 하므로 우선 확보하고 보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처럼 산불 예방·진화를 위한 임차 헬기 수요는 늘지만, 공급 여건이 열악한데다 안전 관리 감독을 위한 정부 부처나 지자체 담당 부서 간 협력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규정도 미흡해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지자체 임차 헬기 사고 현황'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최근 사고까지 7년간 7건의 임차 헬기 사고가 났다.
1년에 한 번꼴로 사고가 난 셈이다.
사고가 난 임차 헬기 7대 중 4대는 기령이 40년을 초과한 기종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고 헬기를 지자체에 임대한 민간 업체 측은 "사고 헬기는 감항검사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고 사용 연한에 따라 부속품을 제때 교체해온 헬기여서 운항과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산불 계도 비행 중 추락해 5명이 사망한 양양 헬기 사고를 계기로 임차 헬기 정보 제공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임차 헬기 구매자인 지자체가 기령 등을 한눈에 살필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며 "노후 기종이 선택을 받지 못하면 업체들은 경쟁력을 위해 낮은 기령의 항공기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고유의 산불 임무를 수행하는 헬기는 사실상 122대이고 산림청 헬기를 제외하면 지자체 임차 헬기가 국내 산불 임무 수행의 60%의 차지한다"며 "수요가 느는 만큼 임차 헬기 도입 시 국비 지원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정보제공 시스템 개선하면 경쟁력 위해 업체 낮은 기령 도입할 것" 대형화하고 잦아지는 산불로 전국 지자체의 임차 헬기 수요가 해마다 늘고 있지만, 노후 여부를 가늠하는 기령(비행기 사용 연수) 정보를 알지 못한 채 임차 계약이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7일 강원 양양에서 산불 계도 비행 중 추락해 탑승자 5명 전원이 사망한 헬기를 임차한 지자체도 사고 헬기가 '47년' 된 기종이라는 기령 정보를 알지 못한 채 계약을 진행해 납품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 관련 예산 규모에 맞춰 담수 용량이나 지형 여건에 따른 중대형 기종을 선택할 뿐 사실상 노후 기종 여부는 임차 헬기 선택의 기준이 아닌 셈이다.
물론 국내 항공기 기령 정보 등은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에 공개되고 있지만, 조달청에 납품 요구 과정에서는 지자체 담당자들이 이를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 매년 임차 헬기 수요 느는 데 공급은 부족…확보하고 보자 '급급'
30일 산림청과 조달청 등에 따르면 가을철 산불 대응을 위해 전국 지자체가 임차해 운용 중인 헬기는 74대다. 지역별로는 경기 20대, 경북 17대, 강원 9대, 전남 8대, 경남 7대, 전북·충남·충북·대구 각 3대, 울산 1대 등이다.
담수 용량 기준 2천700∼5천L(리터) 미만의 대형 헬기 17대, 1천∼2천700L 미만의 중형 헬기 28대, 1천L 미만의 소형 헬기 29대 등이다.
전국 지자체 임차 헬기는 2018년 65대에서 올해 74대로 4년 사이 9대가 늘었다. 임차 헬기 시장 역시 2018년 민간 항공업체 12곳에 400억 원 규모에서 지난해 540억 원으로 35% 증가했다. 임차 헬기는 조달청 입찰 방식에 따라 지자체의 선택으로 납품된다.
조달청이 민간항공업체와 계약을 통해 산불 진화용 헬기를 먼저 확보한 뒤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올려놓으면 지자체가 이를 선택해 납품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른바 쇼핑몰 단가계약인 셈이다.
하지만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
국내 민간 항공업체 보유 헬기 대부분 봄·가을철 지자체의 임차 헬기로 활용되다 보니 물량이 70여 대 남짓 한정돼 있다.
다른 지자체가 먼저 예산 규모 등 조건에 맞는 임차 헬기를 선택해 확보하면 선택할 수 있는 물량은 계속 줄어든다.
지자체별로 임차 헬기 확보전이 치열해 자칫 예산이라도 뒤늦게 확보되면 그만큼 선택의 폭은 더 좁아지기 마련이다.
도내 한 지자체는 임차 헬기 예산이 뒤늦게 확보되는 바람에 40년을 훌쩍 넘긴 노후 기종을 임차해 운용하고 있다.
물론 해당 지자체 역시 조달청 쇼핑몰 단가계약 당시 기령 정보를 알지 못한 채 납품받았다. ◇ 기령 정보 '깜깜'…7년간 사고 임차 헬기 7대 중 4대 기령 '40년' 이상
사실상 노후 기종 여부는 선택의 기준이 아닌 셈이다.
기체의 안전성이 확보됐는지를 1년에 1차례 확인하는 감항 검사를 통과한 항공기는 운항할 수 있으므로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기령보다 해당 예산 규모에 맞는 임차 헬기를 선점하는 데 급급한 실정이다.
사고 헬기를 올해 1월 임차해 운용한 지자체 역시 47년 된 기종이라는 기령 정보는 알지 못했다.
이 관계자는 "조달청에서 제공하는 정보만으로는 헬기 기령을 알 수 없다"며 "임차 헬기 물량이 많지 않아 원하는 기종을 선택할 수 없는 데다 선정 절차가 늦어지면 확보조차 못 하므로 우선 확보하고 보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처럼 산불 예방·진화를 위한 임차 헬기 수요는 늘지만, 공급 여건이 열악한데다 안전 관리 감독을 위한 정부 부처나 지자체 담당 부서 간 협력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규정도 미흡해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지자체 임차 헬기 사고 현황'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최근 사고까지 7년간 7건의 임차 헬기 사고가 났다.
1년에 한 번꼴로 사고가 난 셈이다.
사고가 난 임차 헬기 7대 중 4대는 기령이 40년을 초과한 기종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고 헬기를 지자체에 임대한 민간 업체 측은 "사고 헬기는 감항검사에서 전혀 문제가 없었고 사용 연한에 따라 부속품을 제때 교체해온 헬기여서 운항과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산불 계도 비행 중 추락해 5명이 사망한 양양 헬기 사고를 계기로 임차 헬기 정보 제공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임차 헬기 구매자인 지자체가 기령 등을 한눈에 살필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며 "노후 기종이 선택을 받지 못하면 업체들은 경쟁력을 위해 낮은 기령의 항공기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에서 고유의 산불 임무를 수행하는 헬기는 사실상 122대이고 산림청 헬기를 제외하면 지자체 임차 헬기가 국내 산불 임무 수행의 60%의 차지한다"며 "수요가 느는 만큼 임차 헬기 도입 시 국비 지원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